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
천명관 지음 / 예담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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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영화판에 건달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 때가 있었다. 건달들의 세계, 비정함과 의리로 뭉쳐져 있는 듯 해도 가까이 다가서면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하는 행동들도 있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아 그러고 보니 배우 박신양이 아주 멋진 조폭으로 나온 영화도 있었지. 남자의 순정을 나타낸 영화. 한편에서는 건달들에 대한 희화화가 아니냐고 할 정도로 많은 영화에서 그들의 이야기가 나왔었다. 이제 그들의 이야기가 조금은 식상해지는 즈음 천명관이 말하는 남자들의 세계는 어떤 것을 나타낼까 궁금증이 일었다.  

 

소설에서의 건달들은 자기의 일에서는 완벽을 추구하지만 힘의 세기에 의해 엎드려야 하는 모습들을 보인다. 건달들의 세계에서 유명한, 이름을 말하면 다 알 만한 양사장과 그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에서 천명관 식의 위트와 유머를 발견할 수 있다. 힘 있는 자가 있다면 힘을 가지려는 자도 있으며, 힘 있는 자에 붙어 이익을 얻으려는 자도 있다. 소설은 이들의 세계를 보여준다.

 

소설의 홍보문장에서도 나타났듯이 아직 정식 조직원이 아닌 건달 울트라의 분별없는 충성심 때문에 일어나는 일부터 소설은 시작된다. 양석태라는 인물이 있다. 건달들의 세계에서 그는 전설적인 인물이다. 흙구덩이에 파묻혀 있다가 사흘 만에 살아나온 그는 자신을 파묻은 사람과 파묻을 때 옆에서 지켜본 사람들, 파묻혔다고 좋아한 사람들, 파묻을 때 삽을 빌려준 자들도 다 찾아내서 인천 앞바다에 던져 버린후 이 세계를 평정한 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양사장이다.

 

양사장 밑에서 일하는 이들은 그에게 고개를 조아릴 수밖에 없으며, 그를 통하지 않고는 어떤 일을 성사시킬 수가 없다. 그런 그에게 일이 하나 들어왔으니 바로 주얼리 박람회에서의 다이아몬드 바꿔치기였다. 주얼리 박람회의 전시를 기획한 이, 그걸 지켜주는 조건으로 커미션을 가지려는 자가 생기게 되었다. 다른 한편으로 주얼리 박람회를 노려 다이아몬드를 훔치려는 자가 있었으니 대리기사 세 명, 즉 삼대리라 불리는 자들이었다.  

 

 

 

기획한 다이아몬드를 훔치려는데 이미 사라져버렸다. 누구의 소행일까. 겉으로는 형님하며 모시지만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느 배반하는 일을 예사처럼 생각하는 이들의 비정한 세계가 엿보였다. 인간은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싸우는 존재인 것 같다. 자신들의 빚을 청산하기 위해, 돈이라면 사족을 못 쓴다.

 

이 와중에 경마 사기로 돈을 벌려고 하는 자의 심부름으로 말을 손보러갔던 울트라 일행은 형님에게 선물로 주려고 종마를 훔쳐왔다가 그게 35억짜리라는 것을 알고는 두려움에 떤다. 부산의 마주 손회장은 양회장이 훔쳐갔을 거라고 생각하고 인천으로 올라오고, 영암의 남회장 또한 자신이 그토록 찾던 호랑이를 찾아 한 곳에 모이게 되는데, 울트라는 과연 종마를 순순히 내놓을까. 목숨을 건 다이아몬드 쟁탈전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또 건달들 이야기야? 하며 지레 실망을 하고 읽기 시작하다가 천명관식 블랙 유머에 빠져 들었다. 사람의 손가락 자르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행하는 자들이 또 사랑에 있어서는 얼마나 순정적인지. 그런 감정들은 인간만이 가진 고유한 감정들인지 모른다. 어수룩하고 지질한 건달들의 세계에 그저 웃음이 나올 뿐이었다. 영화적인 묘사 때문에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던, 한 편의 영화를 본 듯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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