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정원 나무 아래 모중석 스릴러 클럽 40
프레드 바르가스 지음, 양영란 옮김 / 비채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아침에 일어났더니, 하룻밤사이에 나무가 한그루 심어져 있다면? 내가 알지 못하는 나무, 가족이 심지 않았다는 나무라면, 누가 심었는지, 무슨 이유로 남의 집 정원에 나무를 심었는지 의문이 들 수 있다. 만약 우리집 정원에 나무 한그루가 심어졌다면, 여기저기 물어보고 다닐 것 같다. 혹시 네가 심었느냐고. 누군가 심었다면 무엇때문에 심었느냐고. 아마 누가 심었는지 알수 없다면 그 사실을 알때까지 불안에 떨 수밖에 없다.

 

소피아의 정원에 갑자기 나무가 서 있는 장면부터 소설은 시작된다. 소피아가 모르는 나무가 심어졌다고 말해도 신문광 남편은 관심이 없었다. 원래 있었던 나무 아니냐며 반문할 뿐이다. 소피아는 나무와 단 둘이 있는 게 무서웠다. 그러다 옆집의 판자때기 집을 기웃거리는 젊은 청년을 보았다. 그에게 물었더니 그 나무는 너도밤나무라고 했다. 자신의 집 정원에 너도밤나무 한 그루가 심어졌다. 누군가에 의해. 이 나무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동네에서 다 쓰러져가는 그 빈집을 판자때기 집이라 불렀다. 수렁에 빠져 지내는 중세 역사를 연구하는 마르크는 제법 저렴한 가격에 나온 그 집을 구하고 싶었다. 낮은 가격의 세라고 하지만 그가 부담할 수 있는 금액은 집세의 3분의 1 정도였다. 그는 역시 수렁에 빠져 지내는 친구 한 명을 기억해냈다. 선사시대 전문가인 마티아스가 그였다. 마티아스를 만나 같이 지내자고 말하고 다른 친구 한 명을 구했다. 바로 1914년에서 1918년에 일어난 제1차 세계대전 전문가인 뤼시앵이었다. 세 명이서, 아니 마르크의 대부이자 경찰에서 퇴직한 외삼촌이 모여 네 명이서 각 한 층씩을 차지하게 되었다. 다 쓰러져가는 집을 고쳐서 함께 지내게 되었다. 

 

이 판자때기 집으로 소피아가 찾아오게 된다. 그 집에서 나는 소리가 다 들렸고, 이사 오기 전에 만났던 젊은 남자가 사는 걸 보고 도움을 청하게 된 것이다. 너도밤나무 밑에 혹시 뭐가 들어있는지 불안해 견딜수 없었던 소피아는 그들의 도움을 받아 나무 밑을 파보고 싶었다. 3만 프랑의 수고비를 건네자 돈이 필요한 그들은 나무 밑을 파지만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얼마뒤 소피아가 사라지게 된다. 경찰로 퇴직한 마르크의 외삼촌인 방두슬레와 마르크, 마티아스 뤼시앵은 합심하여 소피아를 찾게 되는데 본격적인 그들의 수사와 추리가 시작된다.  

 

 

 

 

 

 

정점에 도달하려고 추구하다 보면, 일반적으로 감추어져져 있게 마련인 본질에 가 닿게 되어 있다네. (261페이지 중에서)

 

나는 이 소설을 무척 재미있게 읽었는데, 그 이유가 마르크의 외삼촌이 역사를 전공하는 그들을 가리켜 복음서의 저자로 부르기 때문이었다. 마르크를 마가복음, 마티아스를 마태복음, 뤼시앵을 누가복음으로 부르는 식이다. 그가 복음서의 저자들로 부르기 때문인지 주변 사람들도 그들을 그렇게 부른다. 각 인물들은 각자의 특징이 있다. 마르고 예민한 마르크, 덩치가 크고 느리며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마티아스, 집을 고치는등 잔재주가 많고 재치있는 말을 자주 쏟아내는 뤼시앵이었다.

 

작명센스가 뛰어난 게 소설을 쓴 저자의 역량인지, 소설을 번역한 번역자의 역량인지 잘 모르겠다. 그 작명센스에 반하게 됐다. 처음 판자때기 집에 소피아가 나타났을때, 뤼시앵이 하는 말들은 꽤 인상적이다. '일반 경계경보! 대피하라! 이웃집 여자가 이리로 온다!' 는 식이다. 자신들의 집에서 서쪽에 위치했다고 소피아의 집을 서부전선이라고 부른다. 동쪽에 사는 쥘리에트의 집은 동부전선이라고 부르며 평화조약을 맺는 게 좋을 것 같다고도 한다. 마르크는 답답하다하여 집안에서 옷을 벗고 사는 마티아스를 가리켜 수렵채집인이라고 부른다.

 

각자가 연구하는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지만 경제적 생활을 잘해내지 못하는 이들은 각자만의 방식으로 소피아의 사건을 수사한다. 더군다나 맨 위층엔 경찰 출신인 방두슬레가 진두지휘를 하는 건 당연지사다. 소피아의 시체 발견과 누가 소피아를 죽였을까에 대한 의문으로 소피아를 찾아오는 사람들을 면밀히 살피고 조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어쩌면 추리소설 같지 않은 소설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여타의 다른 소설들처럼 피가 난무하지도 않고 위트있게 진행된다. 다만 사건을 해결하는 면에서는 탁월하다. 형사들 못지 않다. 의외의 살인범을 찾기까지의 여정이 만만찮지만 그들만의 방식으로 해결하는 내용이 꽤 재미있고 특별했다. 이 소설이 복음서 시리즈의 첫 편이라는데, 다음 편이 몹시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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