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스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1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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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의 기원 중 칼디의 설이 있다. 에티오피아의 양치기 소년인 칼디는 어느 날 자신이 기르는 염소들이 흥분하여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았다. 며칠간 유심히 염소들을 관찰한 칼디는 염소들이 들판에 있는 어떤 나무의 빨간 열매를 먹고나면 흥분하게 되는 것을 보았다. 그 열매의 맛과 성분이 궁금해진 칼디는 열매를 먹어보았고, 열매를 먹고 난 뒤 피로감이 사라지면서 신경이 곤두서고 황홀함을 느끼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네이버 캐스트에서 가져옴)

 

요즘 우리 일상생활에서 커피 만큼 중요한 게 있을까. 모닝 커피로 하루를 시작하고 누군가를 만나든 커피는 일상화 되어 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거리엔 커피 전문점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어디를 가든 커피향 가득한 공간이 있고 커피를 마시려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커피 전문점 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커피 원두를 갈아 커피를 만들어 마시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나의 친구 하나는 집에서 직접 더치 커피를 내려 커피를 좋아하는 내게 보내준다. 나는 커피의 눈물이라는 더치커피를 냉장고에 넣어두고 아껴아껴 마신다. 커피가 일상화되는 요즘 커피향 가득한 소설을 만났다. 커피향 가득한 소설이라니, 왠지 로맨스 소설같은 느낌이 강하지만, 『고백』의 추리소설 작가 미나토 가나에의 소설이다.

 

『고백』에 비해 긴장감이 떨어지긴 하지만 커피를 잘 만드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있어 소설 전체의 느낌은 다소 감성적으로 다가온다. 니시다 사무기 주식회사의 영업사원인 후카세. 그는 평범한 사람 그 자체다. 어느 공간에 있어도 눈에 잘 띄지 않는 사람. 그럼에도 그에게는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이 있었으니 그것은 커피였다. 직접 원두를 구해다가 커피를 만들어 주니 직원들도 그의 커피는 맛있다고 인정했다. 대학시절 세미나 그룹에서도 마찬가지. 친구들에게 직접 커피를 만들어 주었다. 

 

커피가 인연이 되어 미호코와도 연인이 되었다. 후카세가 커피 원두를 고르는 곳 '클로버 커피'에서 만났던 것. 일상처럼 만나는 곳에서 미호코를 기다리고 있다가 그녀가 약속 시간에 늦고 이어 그녀가 받았다는 한 통의 편지를 읽게 되었다. 편지에는 '후카세 가즈히사는 살인자'라고 쓰여 있었다. 이런 편지를 받은 사람은 후카세 뿐만 아니라 대학 세미나 그룹이었던 아사미, 무라이, 다니하라에게도 온 편지였다. 후카세는 삼 년만에 다시 히로사와 요시키의 죽음에 대해 떠올린다.

 

 

 

 

평범 그 자체인 후카세에게 히로사와는 유일한 친구였다. 마음을 터놓은 단 하나의 친구. 후카세에게 살인자라고 하는 편지를 받고는 그의 죽음에 대해 생각해본다. 정작 히로사와에 대해서 아는게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히로사와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제대로 알고 싶어 그와 함께 학교를 다녔던 친구들, 같은 야구부원이었던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사람에 대해서도 정작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가 나에게 어떤 사람이었나만 생각해서 일까. 내가 주기보다는 내가 필요로 해서 받는 마음이 더 우선이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히로사와가 자신에게 어떤 사람이었는지, 히로사와에게 후카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그가 영원히 사라지고서야 알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게 세상에서 가장 부끄러운 일 같았다. 누가 그렇게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인간의 가치가 친구의 숫자로 결정된다고 믿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자신을 좋아하는지. 자신을 신뢰하는지. 숫자가 많다고 다 좋은 게 아니다. 누구인지도 중요했다. 가치가 있는 친구, 주위에서 선망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어야 했다. (34페이지)

 

후카세의 입장에서 써내려가는 소설에서 남자들도 친구관계에서 상처 받고 상처를 주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여자와 달리 그런 감정에 무심한줄 알았는데 말이다. 그러고보면 남자든 여자든 친구와의 관계는 영원한 숙제인 것 같다. 사람 관계라는 게 나 혼자 잘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서로를 아끼는 마음으로 대해야 그 관계가 오래가는 법이라는 거.

 

전체적으로 커피향이 가득한 소설이다. 후카세가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마다 커피를 만들어주어서 일 것이다. 커피에 마음을 담아 만들어준 커피 한 잔 하고 싶어지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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