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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모든 것들의 소음
후안 가브리엘 바스케스 지음, 조구호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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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오 얌마라. 콜롬비아의 젊은 나이의 법학 대학 교수. 그는 리카르도 라베르데와 함께 있다가 총상을 입었다. 그는 '어느 남자의 인생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자신의 인생을 혹은 그의 삶에서 중요한 사람인 또다른 한남자 리카르도 라베르데의 이야기를. 평생에 걸쳐 자신의 삶을 송두리채 앗아갈 정도로 영향을 끼친 사람이 바로 리카르도 라베르데였다. 당구장에서 우연히 친하게 된 사람. 자신의 아버지뻘 되는 이였다. 그의 죽음과 자신의 사고는 그의 삶에 걸쳐 하나의 커다란 그림자를 남겼다. 온통 그의 뒤를 따라다니는 길다란 그림자. 한 남자의 삶이 그에게 이토록 영향을 끼친 사람도 드물 것이다.

 

사고가 났을때, 더군다나 오래도록 병원에서 일어나지 못했을때, 차라리 죽었으면 하는 마음도 들기 마련이다. 사고가 일어난 배경을 전혀 이야기하지 않고 그와 함께 있었던 리카르도 라베르데에 대한 이름을 내뱉지 않았다. 리카르도의 무엇이 안토니오로 하여금 그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했을까. 자신의 가족을 뒤로 하고 리카르도의 삶에 그토록 매달렸을까. 리카르도와 함께 들었던 추락하는 비행기의 블랙박스에서 들리는 목소리. 삶의 마지막 순간에 들리는 소음들은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사람 소리가 아닌 소음 또는 그 사람이 내는 소음, 소멸되는 생명들의 소음이지만 깨지는 물질의 소음이기도 하다. 높은 곳에서 물건들이 떨어질 때 나는 소음, 중단되었기 때문에 영원한 소음, 결코 끝나지 않을 소음, 그날 오후부터 내 머리에 계속해서 울리고 있으며 사라지는 기미를 보이지 않는 소음, 내 기억에 항상 남아 있는 소음, 횃대에 걸린 수건처럼 내 기억에 걸려 있는 소음이다. (110~111페이지) 

 

한 여자로 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그녀의 이름은 마야 프리츠. 리카르도 라베르데의 딸이다. 딸 레티시아와 아내 아우라를 뒤로 하고 마야 프리츠를 만나 그녀가 이야기하는 리카르도 라베르데의 이야기를 듣는다. 리카르도가 미국인 아내 일레인을 만나 사랑하고 결혼하게 되는 이야기. 조종사로서 아내의 죽음에 안타까워했던 리카르도. 그가 듣던 녹음테이프는 일레인이 탔던 비행기의 블랙박스 녹음 테이프였다. 어떻게든 다시 되돌릴 수 있다고 믿었던 그였다. 안토니오는 왜 가족이 없다고 했던 것일까. 아이가 있느냐는 질문에 자기에게는 자식이 없다고 말했고 자신의 일이 오로지 리카르도의 삶의 궤적을 좇는 것마냥 행동했다.

 

 

그가 기억하는 리카르도. 그의 삶이 안토니오에게 무슨 의미가 있었길래 리카르도의 과거를 좇는 일에 빠져있었을까. 리카르도의 과거를 아는 일이 안토니오에게는 치유 받는 일이었던 것일까. 세상에 맟서는 일이었을까. 아내의 고통을 뒤로 하고 오로지 자신의 고통과 번민에 휩싸였던 그였다. 우리가 소설속에서 세상을 알아가듯, 안토니오 또한 리카르도의 삶의 궤적을 좇으며 콜롬비아가 처한 현실에 다가갈수 있었다. 그 일들은 그가 고통을 이겨내는 방법이었고, 세상에 맞서는 한 방법이었을 것이다. 

 

세상이 폭발했다. 소음이 터져나왔다. 비명소리가 만들어내는 소음, 나무 바닥에 부딪히는 구두 뒷굽들이 만들어내는 소음, 도망가는 사람들의 몸이 만들어내는 소음. 전투기가 추락한 곳에서 연기가 아니라 짙은 재처럼 보이는 검은 구름이 폭발해서 정상보다 더 오랜시간 그곳에 머물렀다.  (163페이지)

 

소설의 제목에서처럼 추락하는 모든 것들의 소음은 절망의 순간에 내지르는 소음이며, 아직은 살아있다는 구조 신호 속 소음인지도 모른다. 세상이 고요할때 적막의 순간의 공포보다는 차라리 희미하게나마 들리는 소음이 낫지 않을까. 추락하는 비행기에서 나는 소음들의 공포를 드러냈다. 우리의 모든 순간에 드러나는 소음들마저 그리운 순간들이 있지 않을까. 우리가 사는 것 또한 소음의 한 형태가 아니던가.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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