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 제21회 전격 소설대상 수상작
기타가와 에미 지음, 추지나 옮김 / 놀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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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인들이라면 한번쯤 고민해보는 '내가 이 직장을 계속 다녀야 해? 말아?'가 아닐까. 어떤이들은 가슴속에 사직서를 품고 직장을 다닌다고도 했는데. 참 직장인의 애환이란게 그렇다. 힘들다고, 스트레스가 많이 쌓여도 그만둘 수도 없는 입장이다. 다시 또 어딘가를 기웃거리는 것도 힘들고, 직장이란게 내가 들어가고 싶다고 해서 마음대로 들어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요즘 젊은이들, 특히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일컬어 '취준생'이라고 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자면 정말 가슴이 아파온다. 취업을 하고 싶어도 취업문이 좁아 취업을 할 수도 없고, 마냥 준비하자니 힘든 생활의 반복이다. 여기저기 눈치보이고, 경제생활을 할 수 없기에 부모에게 의지할 수 밖에 없는. 그들을 지켜보는 부모들도 마음이 편치만은 않을 것이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볼 뿐. 이렇듯 취업하기 힘든 시절에 취업을 떡하니 했다고 치자. 그렇다고 해서 잘 버틸 수 있을까?

 

  신랑이 근무하는 직장에서도 어렵게 합격해놓고도 수습기간에 관두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들어가기도 힘든 직장이지만 정작 자신과 맞지 않으면 할 수 없는게 또한 직장생활이다.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해도 도저히 버틸 수 없으니 그만두기도 하는 거겠지. 일례로 대학생활을 하다가 휴학을 하고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 중에 직장에 합격을 하게 되면 대학을 그만둔다고 한다. 어차피 직장을 위해 학교를 다녔으니 굳이 계속할 의미가 없다고 본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대학을 그만두는 것은 아니라고 보지만 말이다.

 

  키타가와 에미의 책은 제목부터가 인상적이었다. 잠깐만 회사를 관두고 올게, 라니. 나도 이런 말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내가 그만두지 못하니 타인이 이렇게 말하는 것이 부럽다고 해야 할지, 속시원하다고 해야 할지, 아무튼 소설이 무척 궁금해졌다.

 

 

 

 

 

  본격 직장인 소설의 탄생이라고 일컫는 이 소설은 우리가 직장생활을 하는 진정한 이유를 묻는다. 무엇 때문에 직장 생활을 하나, 누구를 위해서? 오랜 취업 준비를 했고, 마침내 자신이 들어가고 싶은 곳의 첫번째로 꼽는 직장은 아니었지만 취업을 하게 되었다고 할때, 모든 열정을 다해 일에 매진하게 된다. 매일매일 열정적으로 임해보지만 입사 반 년 만에 어느새 매일매일 일이 차고 넘쳐 피로에 절여있는 생활을 하는 신입사원 아오야마가 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동경했던 회사 생활이었지만 어느날 부터 웃지 않았다는 것을 느꼈다. 지하철의 승강장에서 떨어질 뻔한 아오야마를 구해준 건 그의 동창이라는 야마모토였다. 야마모토와의 학창시절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를 동창생으로 안 아오야마는 그와 자주 만나며 점점 활기찬 생활을 하게 된다. 비싼 옷은 아니지만 야마모토와 옷을 고르고 넥타이를 고르는등 직장생활에서도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게 된 것이다. 야마모토와의 조언 때문일까. 영업직으로 힘들었지만 조만간 계약도 따낼 수 있을 것 같다.

 

  이게 다 야마모토 덕분이다. 그렇지만 정작 야마모토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는 생각을 했다. 자신이 전화할때마다 시간을 내어 만나 술도 마시고 밥도 먹으며 마치 여자와 데이트하는 것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어느 날 자신의 문자에 바쁘다는 그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자신과 있을때는 늘 치약 광고의 미소를 지어보였던 야마모토였지만 혼자 있을 때의 그는 자신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공동묘지로 가는 버스까지 탔다. 그의 정체는 무엇일까. 누구이기에 자신에게 도움을 주었고 긍정적인 삶을 살아가도록 희망을 불어넣어 준 것일까.

 

간단하지 않아도 됩니다. 오히려 간단하면 안 되죠. 저는 이 회사를 너무 간단히 골랐어요. 시간이 걸리는 게 무서웠고, 날 받아 주는 회사라면 어디든 좋았어요. 하지만 직장을 그런 마음으로 결정하면 안 되는 것이었어요. 다음에는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을 찾을 거예요. 시간이 걸려도 괜찮아요. 사회적 지위 따위 없어도 돼요. 설령 백수로 살더라도 마지막에 내 인생을 후회하지 않을 만한 길을 찾아내겠어요. (198페이지)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인지, 진심으로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을 원하는 것인지를 물었다. 만약 자신이 죽는다고 가정했을때 가장 슬퍼할 사람은 누구인지, 자신을 구할 시간도 주지 않는다면 어땠을지. 이런 질문을 하는데 가슴이 찡해져 온다. 보다 궁극적인 자신의 삶을 살라는 말을 해주는 것 같다. 죽고 싶을 만큼 힘든 직장이라면 과감하게 관두는 게 좋지 않을까. 어차피 가족을 위해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자신을 위해 직장생활을 하는 것인데, 마음을 다치면서까지 직장 생활을 할 필요는 없다고 본 것이다.

 

  그나저나 나도 하루쯤 무단 결근을 하고 카페에서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다가, '잠깐만 나 회사 좀 관두고 올게'라고 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기분 좋은 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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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다 2016-01-26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으로나마 위로받는가봐요!

Breeze 2016-01-28 09:24   좋아요 0 | URL
그렇습니다. 책 괜찮았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