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가 작별의 나날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알랭 레몽 지음, 김화영 옮김 / 비채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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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이 세상에서 영원할 것처럼 살아간다. 나에게 내일은 늘 다가오는 것처럼. 늘 주어진 것처럼 오늘을 살아간다. 하지만 지나고 보면 나의 어제는 그때 뿐이었다. 나의 어제는 더이상 다가오지 않는다는 것. 나의 오늘은 어떨까. 나의 오늘도 마찬가지. 오늘 주어진 순간이 내일 혹은 모레 다시 오지 않는다. 나의 하루는 그저 그 하루에 머물뿐이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훗날에 가서야 느껴지는 게 그 때의 하루하루, 내가 살아왔던 순간순간이 굉장히 아름다운 나날이었음을 깨닫는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작가의 책에서처럼 내게 주어진 하루하루는 나에게 작별의 나날이다. 작별의 인사를 해야하는 나의 모든 하루. 나의 모든 하루를 작별의 나날이라고 생각하고 살아간다면 오늘을 더 뜻깊게,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사랑한다는 말을 하며 지내게 될까. 어쩌면 예전처럼 다시 그렇게 무심하게 보낼지도 모른다. 시간이 지나서야 후회를 하게 되는 것. 나의 하루를 무심히 보내버렸구나. 나의 소중한 시간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보내버렸구나.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오늘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 시간인가를 깨닫게 하는 책을 만났다. 프랑스 작가인 알랭 레몽의 자전적 소설인 『하루하루가 작별의 나날』이라는 책이다.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 형제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어린시절을 이야기하는데, 유년 시절을 추억하게 되며 지나온 시간에 대한 애틋함, 그리움을 엿볼 수 있다. 유년 시절에 머물렀던 시골집에 대한 풍경, 형제가 하나씩 늘어갈때마다 집을 옮겨갔던 곳의 추억. 유년 시절의 추억은 우리를 과거로 흘러가게 된다. 오랜 시간이 지나 부모님의 죽음을 이야기하고 가족들이 함께 머물렀던 집을 생각할때 그때가 굉장히 좋았던 시절이며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다는 걸 느끼게 되는 것이다.

 

  사람은 우리가 머물렀던 집에 대한 애틋함이 있는 것 같다. 내가 살았던 곳을 지날때의 감정이라니. 우리가 머물렀던 흔적이 사라지고 없겠지만 아련한 눈빛으로 내가 살았던 집을 바라보게 된다. 남의 집인데도, '우리 집 잘 있나' 하고 창문을 바라보고, 집안의 풍경을 상상해 보는 것이다. 아마 작가도 이런 감정이었으리라. 어제저녁, 이브가 트랑에 들렀다가 우리 집 앞을 지나왔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집에 지금은 누가 살고 있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17페이지)로 시작하는 소설. 갑자기 책의 첫 문장을 읽는데 과거 내가 살았던 집들이 주마등처럼 흘러갔다. 돌아가신지 몇십 년은 된 증조할머니와 살았던 오래된 집. 할머니와 함께 내다보았던 바깥의 풍경들. 유년 시절의 풍경이 마치 그림처럼, 영화속 화면처럼 펼쳐진 것이다. 누군가는 유년 시절의 기억이 많이 없다고들 하는데 이상하게 나는 네 살 적 기억들까지도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 

 

 

 

 

  과거의 기억들은 모두 그리움이며 애틋함인 것 같다. 아무리 아픈 기억이 있어도 현재의 우리에게 기억되는 건 모두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추억인 것이다. 우리가 지나온 시간들. 유년 시절, 청소년 시절, 청년 시절을 거쳐 지금의 시간까지. 우리가 머물렀던 공간에 대해 생각해본다. 나의 삶을 함께 해왔던 사람들을 생각해본다. 생각해보면 늘 그리움이다. 

 

  쉰셋의 작가의 나이. 작가가 열다섯 살때 돌아가신 아버지의 나이가 쉰셋이었다. 아버지를 그다지 사랑하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아버지가 얼마나 그리운지 모른다. 아버지를 사랑했던때,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 못했지만 잠시 시간을 보냈던 때를 그리워하며, 아버지와 진지한 대화도 몇번 하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생각해보면 아버지가 그리운 것이다. 아버지가 보고 싶다는 것을, 아버지를 많이 사랑했던 것을 아주 나중에서야 깨달았던 것이다. 삶은 이처럼 흐르는 시간처럼 우리의 감정도 흐른다는 것을.

 

나는 종족을 초월하여, 종족의 그토록 강한 유대를 초월하여 나를 찾고 있다. 나는 나를 닮은 삶, 나라면 선택했을 삶을 찾아내고 싶다. (194페이지, 「한 젊은이가 지나갔다」 중에서)

 

  오늘 하루 내가 살아가는 시간. 어제 나한테 소홀히 대했다고 해서 서운하지도 말며, 속마음은 그게 아니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을. 우리가 살아왔던 집의 추억들. 추억의 시간들. 다시는 가지못할 그리운 기억들. 나는 오늘 아침 하루를 시작하는 인사를 건넸지만 내일이면 돌아오질 시간을 시작하고 있다.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나의 오늘에게 반갑게 인사를 하고 싶다. 돌아오지 않은 유년 시절의 추억들과 한 젊은이였던 때의 시간을 그리워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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