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 세상에서 영원할 것처럼 살아간다. 나에게 내일은 늘 다가오는 것처럼. 늘 주어진 것처럼
오늘을 살아간다. 하지만 지나고 보면 나의 어제는 그때 뿐이었다. 나의 어제는 더이상 다가오지 않는다는 것. 나의 오늘은 어떨까. 나의 오늘도
마찬가지. 오늘 주어진 순간이 내일 혹은 모레 다시 오지 않는다. 나의 하루는 그저 그 하루에 머물뿐이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훗날에 가서야
느껴지는 게 그 때의 하루하루, 내가 살아왔던 순간순간이 굉장히 아름다운 나날이었음을 깨닫는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작가의 책에서처럼 내게
주어진 하루하루는 나에게 작별의 나날이다. 작별의 인사를 해야하는 나의 모든 하루. 나의 모든 하루를 작별의 나날이라고 생각하고 살아간다면
오늘을 더 뜻깊게,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사랑한다는 말을 하며 지내게 될까. 어쩌면 예전처럼 다시 그렇게 무심하게 보낼지도 모른다. 시간이
지나서야 후회를 하게 되는 것. 나의 하루를 무심히 보내버렸구나. 나의 소중한 시간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보내버렸구나.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오늘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 시간인가를 깨닫게 하는 책을 만났다. 프랑스
작가인 알랭 레몽의 자전적 소설인 『하루하루가 작별의 나날』이라는 책이다.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 형제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어린시절을
이야기하는데, 유년 시절을 추억하게 되며 지나온 시간에 대한 애틋함, 그리움을 엿볼 수 있다. 유년 시절에 머물렀던 시골집에 대한 풍경, 형제가
하나씩 늘어갈때마다 집을 옮겨갔던 곳의 추억. 유년 시절의 추억은 우리를 과거로 흘러가게 된다. 오랜 시간이 지나 부모님의 죽음을 이야기하고
가족들이 함께 머물렀던 집을 생각할때 그때가 굉장히 좋았던 시절이며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다는 걸 느끼게 되는 것이다.
사람은 우리가 머물렀던 집에 대한 애틋함이 있는 것 같다. 내가 살았던 곳을 지날때의 감정이라니.
우리가 머물렀던 흔적이 사라지고 없겠지만 아련한 눈빛으로 내가 살았던 집을 바라보게 된다. 남의 집인데도, '우리 집 잘 있나' 하고 창문을
바라보고, 집안의 풍경을 상상해 보는 것이다. 아마 작가도 이런 감정이었으리라. 어제저녁, 이브가 트랑에
들렀다가 우리 집 앞을 지나왔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집에 지금은 누가 살고 있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17페이지)로 시작하는
소설. 갑자기 책의 첫 문장을 읽는데 과거 내가 살았던 집들이 주마등처럼 흘러갔다. 돌아가신지 몇십 년은 된 증조할머니와 살았던 오래된 집.
할머니와 함께 내다보았던 바깥의 풍경들. 유년 시절의 풍경이 마치 그림처럼, 영화속 화면처럼 펼쳐진 것이다. 누군가는 유년 시절의 기억이 많이
없다고들 하는데 이상하게 나는 네 살 적 기억들까지도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