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응정신병이라고 들어봤는가?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처음 알게 되었다. '감응정신병'이라는 하는
것은 한 사람의 정신이상증세(환각, 망상 등)가 생활반경을 공유하는 정상인에게도 옮아가는 증상을 말한다. 이런 것도 있었던가. 만약 감응정신병
환자랑 얼마간 있다보면 그 증상이 정말 옮아갈지도 모른다. 비슷한 이야기를 자꾸 말하고 그럴 것이라는 생각을 자꾸 하기 때문에 심약한 사람은
어느새 그 말이 정상인이 하는 말처럼 느껴져버릴지도 모른다.
작가 마리 유키코는 감응정신병이라는 정신병리학 증상을 모티프로 한 여덟 편의 이야기를 전해 준다.
책을 읽다보면 뭐 이런 사람들이 다 있나 하지만 어느새 이야기에 현혹되어 책 속에 빠져드는 효과가 있다. 몇 편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머리가
어질어질 해지기도 한다. 이 편에서 나왔던 사람이 다른 편의 이야기에도 나와 연작처럼 읽어지는 것이다.
만약 여성 작가가 작품 속에서 작가의 이름을 쓰고 책 속에서 나오는 인물중에 자신의 이름이 있다면
자신처럼 느껴질까. 우연히 연재소설을 읽었는데 자신의 이름이 있었다고, 작가가 자기를 좋아하는게 아니냐고 생각해 버린다면의 가정을 다룬
내용. 아. 이런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까.
여기서부터 소설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바로 《프렌지》라는 패션잡지에 연재하는 하루나
미사키의 「당신의 사랑에게」라는 작품이다. 하루나 미사키가 주인공이 되어 무명의 한 개그맨을 사랑한다는 이야기. 책을 이끌어가는 주인공들이
하나같이 좋아하는 연재소설인 것이다. 연재 소설에 열광하고 그 다음 이야기를 궁금해하며 한편으로는 이해할 수 없어하기도 하는 것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