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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골동품 상점 (무선)
찰스 디킨스 지음, 김미란 옮김 / B612 / 201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삶은 이렇게 힘든 것일수 밖에 없는 것일까.
한 소녀가 있었다. 넬이라는 이름을 가진 소녀였다. 넬은 할아버지와 단둘이 오래된 골동품 상점에서
머물고 있는 아이였다. 어쩐 일인지 할아버지는 밤이면 골동품 상점에 넬을 혼자 두고서 넬이 안에서 문을 걸어잠그는 소리를 듣고서는 상점을
뒤로하고 나갔다. 그의 하나밖에 없는 손녀라고하고서는 왜 넬을 상점에 혼자 두는 것일까. 누군가 들어오면 어쩌려고 어린 소녀 혼자 상점에 두는
것일까. 할아버지는 도대체 어디를 가는 것일까. 넬이 할아버지의 진짜 손녀가 맞는 것일까.
여러 의문에 들게 한 할아버지와 넬의 관계였다. 진짜 할아버지의 친손녀가 맞는 것일까라는 나의
의문에 답이라도 하듯 할아버지는 넬을 무척이나 아끼며 넬이 조만간 큰 부자가 되어 부족함 없이 살거라고 하는 말을 했다. 이어 넬의 오빠라는
프레드가 나타났다. 할아버지에게 넬은 친손녀딸이 맞는 것이다. 그렇게 넬을 위하고 사랑한다는 할아버지는 밤마다 넬을 홀로 두고 어디에 가는
것일까. 더군다나 난쟁이같은 퀼프로 부터 돈을 빌려가면서까지 말이다. 그것도 자주 돈을 빌렸다.
할아버지는 넬의 미래를 위해 어떠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일까. 퀼프라는 악당은 할아버지에게로
넬에게로 소리없이 다가오는데 말이다. 그래도 낼에게는 착한 키트라는 소년이 있었다. 넬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는 소년 말이다.
서로에게 유일한 친구라고 할 만 했다. 퀼프는 할아버지에게 돈을 빌려주면서 오래된 골동품 상점을 한순간에 먹어치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앓아 누운후 자신의 본심을 숨기려 하지 않았다. 그의 본심을 눈치 챈 넬은 할아버지를 설득해 런던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가진 돈도
없이 그들은 여행을 계속 할 수 있을까. 그들이 하는 여정에 많은 우여곡절이 있지 않을까. 그들을 이용하려는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우려와는 달리 넬과 할아버지의 여행에 의문을 품은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을 이용하여 돈을
벌려는 사람들도 있었던데 반해 그들을 위해 친절을 아끼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다. 혹시나 친절을 가장하여 넬과 할아버지를 궁지에 빠뜨리는 건
아닐까 노심초사했다. 그들에게서 넬과 할아버지는 무사할 수 있을까. 퀼프는 그들을 뒤쫓지나 않을까.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그가 자신이 하는 일과 그를 둘러싼 모든 상황에 비춰 들려준
단호한 교훈들을 결코 자기 자신에게는 적용하지 않는다는 것과 인생무상에 대해 누누이 얘기하면서도 자신이 영원히 죽지 않을 것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참으로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런 생각을 하며 교회지기의 솜씨에 놀라움과 경의를 표하고 넬은 그곳을 나왔다. 하지만 생각이 깊고 현명했던
넬은 그것이 바로 인간의 본성이며 교회지기처럼 내년 여름을 계획하는 것은 모든 인류의 유형이라고 결론 내렸다.
(526페이지)
요즘 소설에도 종종 나타나는 것이지만, 왜 예전의 소설들은 하나같이 부모를 여읜 고아 소년소녀들이
많은 것인지 모르겠다.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이나 『올리버 트위스트』에서도 나타났던 고아 소년들의 모습들을 보라. 『오래된 골동품
상점』의 넬도 이들과 다르지 않다. 다만 넬에게는 할아버지가 있다는 것일뿐. 넬이 조금더 현명했다면 악당 퀼프에 맞서 골동품 상점을 지킬수 있지
않았을까. 빌린 돈이 얼마이기에 아무도 모르게, 단 하나뿐인 친구인 키트에게도 말하지 않고 떠난 것일까. 여러 의문이 들게
했다.
넬과 할아버지가 돈도 없이 목적지 없는 여행을 계속 하고 있을때 나타난 독신 남자는 과연
누구일까. 누구길래 넬과 할아버지를 찾는 것일까. 넬과 할아버지가 떠난 후 키트는 친절한 노인의 마부로 지내게 되었고, 골동품 상점에서 일했던
키트를 독신 남자가 찾아 왔다. 이제 넬과 할아버지를 찾는 일만 남았다. 돈이 많은 남자이니까 충분히 금방 찾아낼 것이라는 안도감이 들었다. 곧
『소공녀』에서처럼 친절한 친척이나 아빠의 친구분이 나타나 넬을 구해줄 거라는 믿음 같은거 말이다. 나의 이런 바람과 달리 찰스 디킨스의 소설은 동화처럼 결말을 내지 않았다. 이런게 우리 삶일 지도
모르는 걸. 우리가 꾸는 꿈처럼 우리 앞에 다가올 일들은 우리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는 걸. 살아가는 건 곧 현실이라는 걸 인식시켜 주었다.
아주 단순한 스토리다. 넬과 할아버지가 퀼프를 뒤로하고 런던을 떠났고, 여행중 그들이 만난
사람들, 이어 넬과 할아버지를 찾는 낯선 독신 남자, 이를 도와 넬을 찾으려하는 키트, 이들을 방해하는 퀼프 일행들의 이야기. 이런데도 꽤
두꺼운 내용의 책이었다. 어쩌면 우리 삶은 넬이 여행중에 만났던 사람들처럼 나에게 친절한 사람도 있을 것이며, 친절을 가장해 이용하려 드는
사람도 있다는 것. 그에 대처하는 방법은 자신의 현명한 판단뿐이라는 것이다. 넬은 아주 어린 소녀였지만 이렇듯 여행을 하며 다른 사람을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는 지혜를 갖게 되었다. 친절함을 내세우는 사람의 본심을 파악할 수 있는 판단력을 가지게 된 것이었다.
넬을 상상해본다. 슬플때마다 혼자서 생각에 잠겼던 넬의 삶을.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슬픔이
차오른다. 할아버지의 목을 껴안고 잠들었던 넬의 모습이 생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