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처럼 붉다 스노우화이트 트릴로지 1
살라 시무카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시리즈를 연상하게 하는 소설을 만났다. 밀레니엄 시리즈 자체보다는 밀레니엄 시리즈 속의 리스베트 살란데르를 연상시키는 소녀가 주인공이다. 소녀의 이름은 '루미키' 핀란드어로 백설공주라는 이름이다. '루미키'라는 이름답게 이 소설은 「백설공주」라는 동화의 변주곡이기도 하다. 하지만 동화와는 전혀 다른 추리소설이다. 그것도 '스노우화이트 트롤로지'의 첫번째 소설.

 

  소설속 루미키는 백설공주처럼 흑단의 머리칼을 갖고 있지도, 눈처럼 흰 피부와 피처럼 붉은 입술을 갖지도 않은 소녀이다.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살고 싶은 소녀로 엄마아빠가 계신 곳을 떠나 탐페레라는 작은 도시에서 혼자 생활하고 있다. 예술고등학교를 다니는데 어느 누구와도 친하게 지내지도 않고, 그렇다고 척을 지고 지내지도 않는다.

 

  탐페레라는 곳에서 한 사건이 발생한다. 흰 눈이 소리없이 내리는데 돈을 챙겨 모스크바로 떠나려는 여자가 있다. 모스크바로 가면 어린 딸 올가와 함께 행복하게 살거라는 희망을 안고 가려는데 집을 방문한 수상한 자들이 있다. 그녀는 한 방의 총성으로 흰 눈에 빨간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그리고 세 명의 아이들이 학교의 불법으로 암실 문을 열고 들어와 피묻은 돈을 씻어 걸어 말린다. 빛이 없는 어두운 암실에서 위안을 찾곤하는 루미키는 암실에 걸려있는 돈다발들을 발견한다. 돈다발에서는 피냄새가 났다. 그리고 뭔가 음침하고도 위험한 냄새를 감지했다.  

 

  암실에 있던 돈을 그대로 놔두고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려는 복도에서 배낭을 메고 가는 한 남자 아이를 만났고, 암실에 들어서자 지폐는 사라지고 없다. 카페에 따라간 루미키는 세 아이들이 있는 테이블 옆자리에 앉아 있었다. 투카와 엘리사, 카스페르가 앉아 잇었다. 남자 아이는 교장의 아들 투카 였고 엘리사는 경찰의 아들이었다. 3만 유로라는 큰 돈, 더군다나 누군가의 피가 묻은 돈을 셋이서 나눠갖자는 말을 들었고, 전날 밤의 일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과연 열일곱 살의 소녀 루미키가 이 사건을 해결해 나갈까? 고작 열일곱 살의 나이인데? 더군다나 루미키는 과거의 아픔을 가지고 있는 듯도 했다. 어떤 일이 있었기에 운동을 열심히 하고, 달리기에서는 남자들도 따돌릴만한 실력을 가지고 있는지. 보통의 여학생은 아니다. 부모에게조차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데, 소녀는 과거에 어떤 아픔을 겪었던 것일까. 누군가를 피해 탐페레까지 오게 되었을까.

 

  핀란드라는 도시를 상상해본다. 제일 따뜻한 날씨가 20도라는데, 모자를 쓰지 않으면 안되고, 부츠를 신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동상이 걸려버리는 흰 눈이 가득한 곳이라는 것. 열일곱 살의 소녀 루미키는 3만 유로의 행방과 관련된 사항들을 찾는다. 조용히 살고 싶었으나 이제 조용히 살기는 글렀다.

 

  새하얀 설원과 피처럼 붉은 피가 뿌려진 배경. 북유럽의 차가운 스릴러 동화를 표방한 소설이었다. 추리소설치고 그리 두껍지 않아 금방 읽을 수 있었고, 후속작들도 대기하고 있어 루미키의 과거의 행적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감을 갖게 했다. 이 책을 읽고 났더니 밀레니엄 시리즈의 리스베트 살란데르가 그리워졌다. 다음의 이야기를 더이상 만날 수 없기에 더욱 안타까운 리스베트 살란데르의 빈자리를 루미키가 채워주길 기대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