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메이블 이야기
헬렌 맥도널드 지음, 공경희 옮김 / 판미동 / 2015년 8월
평점 :
여태 동물을 길러보지 않았다. 털 달린 동물을 무서워하고 피부가 예민해 알레르기도 있는
터였다. 개나 고양이 등을 키우는 사람들을 보면 마치 자기 자식처럼 키우고 있었다. 어린 아이를 키우는 것처럼 키우는 것을 보고 나는 도저히
그렇게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친구들이 기르는 개를 자주 보며 정이 들고, 아파트를 거닐다가 배고파하는 표정을 지으며 애교섞인 표정으로
쳐다보는 고양이를 보며 점점 거부감이 사라지는 걸 느꼈다. 개나 고양이를 키우는 것 외에 다른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도 꽤 많은 것 같다.
하지만 매를 기르는 사람은 여태 보지 못했다. 크기가 적은 매도 아니다. 60cm가까이 되는 크기이며 상당히 위협적인 동물이기도 하다.
참매를 기르는 작가가 에세이를 썼다고 했다. 길거리에서 갑자기 심장마비로 즉사하자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견뎌내기 위해 매잡이가 되어 참매를 길들이게 되는 과정을 글로 썼다. 저자는 처음부터 매였다. 매에 사로잡혔다. 새 중에서도 맹금류에
집착했다. '맹금류가 지금껏 존재해 온 것 중에 가장 훌륭한 생물체라고 확신했다'라고 했다. 저자의 부모는 애착이 다른 대상으로 옮겨갈 거라고
생각했지만 집착은 더 심해졌다. 저자는 매잡이가 되기 위해 매 훈련법에 관한 책들을 읽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T. H. 화이트의 『참매』가
저자에게 많은 영향력을 행사했다. 화이트는 아서왕의 이야기인 『돌에 박힌 칼』을 집필한 작가이기도 했다. 화이트가 쓴 『참매』를 읽으며 진짜
참매를 이해하지 않았던 화이트를 느꼈고 화이트의 참매 고스를 좋아했다.
저자 헬렌 맥도널드는 참매 '메이블'을 길들이기로하면서 화이트가 쓴 『참매』 와 많은 부분을
비교하며 글을 썼다. 글의 처음에서부터 마지막까지 화이트의 고스, 고스를 길들이는 화이트. 메이블을 길들이는 과정은 여러모로 화이트와 비교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화이트는 매를 두려워해 매를 날리다가 돌아오는 과정에서 고스를 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화이트의 두려움을 고스가 고스란히
느꼈던 것. 공포에 떠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려 매와 시선을 맞추지 못했고 또한 매도 화이트의 그러한 감정을 느꼈다.
동물과 사람사이의 교감이 굉장히 크다고 알고 있다. 동물이 느끼는 감정을 사람이 느끼고, 사람이
느끼는 감정을 동물이 이해하게 되면서 서로 교감하게 된다. 아직 어린 매 였을때 데려와 고리를 주며 매를 길들이고 나는 연습을 시킬때 참매는
훨훨 날아가 버릴 수도 있었다. 화이트의 고스처럼 날아가 주인에게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매잡이와 매가 교감을 하게 되면
매는 날아가 꿩이나 토끼 사냥을 하고서도 다시 주인의 손등으로 돌아오게 되는 것이다.

살다 보면 세상이 항상 새로운 것들로 넘쳐나기를 바라는 때가
있다. 그러다가 그렇게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 날이 온다. 삶이 구멍들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안다. 부재, 상실, 거기 있었는데
이제는 없는 것들. 그리고 또 깨닫는다. 그 구멍들을 피해 가며 구멍들 틈새에서 성숙해져야 된다는 것을. 비록 전에 그것들이
있던 곳에 손을 뻗으면, 추억이 있는 공간이 가진 특유의 긴장되고 빛나는 아련함이 있긴 해도.
(272페이지)

<참매>
메이블과 밖에 있으면 내게는 가정이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바깥에 있을 때 나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까마득히 잊었다. 매가 보는 모든 것은 날것으로, 생생하고 세밀하게 그려졌고, 그 외의
모든 것은 아무것도 아니게 되어 버렸다. 내 머릿속에서 풍경은 압박처럼, 빛처럼, 선물처럼 느껴지는 의미를 빚어냈고, 그
감각들은 말로 옮길 수가 없다. (295페이지)
저자는 메이블이 온 이후로 매일 저녁 일지를 썼다. 날씨, 메이블의 행동, 체중과 바람과 먹이의
수치를 기록했던 것. 매가 날기 위해서는 체중을 줄여야 했으므로 체중 관리를 했고, 먹이를 장소에 따라 달리 주며 길들였던 것이다. 메이블에게
처음 나는 연습을 시키기 위해 공원으로 갔을때의 두려움도 이겨냈다. 날아가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까봐 두려웠고, 저자의 손등에 안착하기 위해
발톱으로 찔러 피를 흘리게 했어도 메이블을 날게 했다는 것으로 뿌듯해 했다.
상실감에 빠진 그를 이끈 것은 메이블을 길들이는 과정이었다.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참매를 길들이며
어느새 고통을 잊었다. 아버지의 부재와 사랑을 메이블과의 교감으로 훈련을 시키며 슬픔을 견뎌낼 수 있었다. 고통과 인내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