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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톤 다이어리 ㅣ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캐롤 쉴즈 지음, 한기찬 옮김 / 비채 / 2015년 8월
평점 :
어머닌 살아오는 동안
행복하셨어요?
딸은 이렇게 묻고 싶었다. 쇠약해진 엄마, 죽음을 앞에 두고 병원에 입원해 있는 어머니에게 이렇고 묻고 싶었지만 딸은 차마 하지 못한다.
어머니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잇듯 그렇게 오가고 있었으니까. 삶이 어떻더냐고 우리에게 묻는다면 뭐라고 대답할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왔다고
느끼고는 있지만 특별하게 이름을 남긴것도 아니고 그저 평범한 삶을 살았을 뿐이라면.
아주 소소한 것에서 행복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배우자와 함께 해 온 짧은 시간, 아이들 셋을 낳아 기르며 살았던 시간들. 나이 많은 남편이
죽고난 뒤 원예에 대한 글을 쓰며 나름 새롭게 태어났던 자신만의 즐거움들. 내가 나를 바라보는 것과 자식이 바라보는 시선은 다를
것이다.
이 책은 오래전에 퓰리처 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특별하게 내세울 만한 이야기냐고 묻는다면 아마 아닐지도. 한 여자의 탄생에서부터 죽음에 이르는
이야기를 덤덤하게 소소하게 써내려간 책이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일생을 글로 나타내는 일은 나의 삶을 반추하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내가
살아왔던 것을 생각하고 그것에 대한 경험을 쓸것이며, 또한 내가 살아보지 못한 시간들을 소설로 이끌수도 있다고
본다.
작가 캐럴 실즈는 이렇듯, 한 여자의 일생을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었다.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여자의 일생을. 소설 속 주인공인 데이지의 생각으로 보자면 나름 파란만장한 삶이었을까. 태어나면서 어머니가 죽고, 옆집 아주머니에 의해
길러진 데이지. 아주머니가 죽자 아주머니의 아들 바커 플렛과 살 수는 없어서 친아버지와 살게 되었다. 스물두 살의 나이에 결혼을 했고 파리로
신혼여행을 갔다가 하룻밤도 채 함께하지 못하고 남편이 호텔 창문에서 떨어져 죽었다. 오랜동안 혼자 지내던 데이지는 여행을 하기로 했고 여행길에
바커 플렛에게 들렀고 그와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세 명의 아이를 낳았다. 남편 바커와 나이 차는 스물일곱 살 차이가 났고 그는 빨리
죽었다. 혼자서 아이를 키우고 살아온 일들이 우리 어머니 혹은 우리와 별 차이가 없다. 어느 곳에서든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를
특별하게 만든 것은 역시 캐럴 실즈의 작품 속에서였다. 캐럴 실즈의 작품 속에서 만났기 때문에 데이지의 삶은 어쩌면 숭고하게까지 느껴졌다.
한 사람의 인생이
담긴 글이었다. 태어나고 자라서 엄마가 되고 할머니가 되어 죽음 앞에 이르기까지의 생애. 우리의 삶이 이렇지 않을까. 어떻게 보면 시시해 보이는
삶이지만 다들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일들을 겪으며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삶.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 바로
우리들의 삶을 바라보는 것 같았다.
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하루하루 어둠의 숲을 향해 나아가는 일이기도 하다는 것을. 내가 살아가는 오늘의 삶이 과거의 삶이 되고 미래의 삶을 향한
자양분이 된다는 것을 일깨워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