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푸른 수염의 다섯 번째 아내 ㅣ 블랙 로맨스 클럽
제인 니커선 지음, 이윤진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동화를 읽는 사람들은
동화의 다양한 변주를 좋아한다. 물론 가장 좋아하는 것은 원문이지만 동화에 대한 애착때문에 자꾸만 변주를 읽지 않을 수 없다. 샤를 페로의 잔혹
동화 『푸른 수염』은 꽤 여러 작가로부터 다양하게 변주되어왔다. 변주된 작품 여러 권을 읽었음에도 이상하게 또다른 작품은 호기심을 누를 수가
없다. 다 아는 내용이고, 어떻게 진행될거라는 것도 이미 예상하고 있지만 작가 나름의 방식으로 전개될 이야기의 궁금함에 책을 또 읽게 되는
것이다.
제인 니커선의 『푸른 수염의 다섯 번째 아내』 또한 샤를 페로의 『푸른 수염』을 새롭게 쓴 작품이다. 전체적인 뼈대는 동화와 비슷하다. 가난한
집의 딸인 소피아 페더람은 부모가 죽자 언니들을 있는데도 부자인 후견인의 집으로 오게 된다. 부자인 버나드 드 크레삭은 열일곱살의 소녀에게 갖은
호사를 베풀고 화려한 생활에 조금씩 적응해나가려는 참이다. 하지만 드 크레삭에게는 네 명의 부인이 있었고, 부인들은 소피아처럼 모두 붉은
머리카락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부인들은 어린 나이에 이 성에 와 버나드와 결혼을 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 죽었다는 이야기를 가정부인
덕워스 부인에게 들었다.
버나드는 소피아에게 열정적으로 마음을 드러내고, 한편으로는 소피아에게 하녀 외에는 어느 누구도
만나지 못하게 했다. 교회도 다니지 못하게 했으며, 성 밖으로 나가는 것 또한 싫어해 오로지 프랑스어만 하는 하녀를 곁에 두게 했다. 결국엔
소피아를 감시하게 하겠다는 것. 호기심이 가득한 열일곱 살의 소피아는 성을 탐색하기를 주저하지 않았고, 답답한 마음을 달래려 숲속을 탐험하는
일도 주저하지 않았다. 그리고 숲속에서 젊은 스톤 목사를 알게 되었고, 숲속의 나무 둥치위에 쪽지를 넣어 서로에 대한 마음을 달래고 있었다.
아직 어렸던 소피아는 처음에는 버나드가 주는 화려함에 눈이 멀었고 그가 자신에게 열정적으로 다가올때 자신 또한 그에 대해 좋아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그에 대해 알아갈수록, 또한 성 안에서 나타나는 버나드의 죽은 부인들의 환영때문에 부인들의 죽음에 대한 의문도 생겨났다.
소피아가 성을 둘러보며 성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하는 부분과 버나드가 자신에게 주는 화려한 드레스들에 대한 탐닉, 혹은 숲속의 풍경들에 대한
묘사가 다소 지루한 면도 없잖아 있었다. 역시 모든 동화나 소설은 원작만한 게 없는가, 라는 생각을 하며 초반 부분을 읽기 시작했었다. 내가
기다렸던 푸른 수염의 잔혹한 내면, 혹은 욕망등에 대한 것들은 도대체 언제 나오나 기다림에 지쳐갈 무렵, 드디어 그의 잔혹함이 서서히 드러났다.
소설의 중반을 넘어가면서 소피아를 향한 버나드의 노골적인 욕망 혹은 소피아를 향한 집착과 통제 등이 드러났다.
이미 소피아는 자신의 마음을 알았고, 몇 개월의 시간을 보내면서 버나드에 대한 것들을 어느 정도 눈치를 챘다. 몇 개월의 기간동안 성장을 했던
것. 소피아는 잘생기고 매력적인 외모와 돈으로 여자를 사로잡은 버나드 보다는 못생겼지만 진실한 스톤 목사같은 사람을 원한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한편 소피아의 언니나 오빠들의 모습을 보며 현재 우리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돈을 좇는 우리. 배우자에 대한 사랑보다는 돈이 얼마나
있는가, 내 가족에게 도움이 되는가, 혹은 동생이 부자와 결혼하므로써 나에게 도움을 주겠는가에 따라 배우자를 결정하는 기준을 설정한다는 것만
봐도 그랬다. 점차 진실을 향해 나아가며 세상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을 가지게 되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은
화려한 생활을 만들어주는 사람보다는 진실된 마음을 원한 것임을 깨닫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