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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의 연인들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예담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친구가 얼마전에
타이베이에 다녀왔다. 같이 가자고 했었지만, 여러가지 사정때문에 함께하지 못했던 여행이어서 친구의 타이베이 여행이야기를 들으면서 많이도
부러웠다. 타이베이에 대한 동경은 아마도 소설로 만난 타이베이 보다는 타이베이 여행 가이드북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타이베이 가이드북에 소개된
명소, 골목길, 타이베이 맥주, 망고빙수, 샤오빙 등 직접 경험해 보고 싶은 것들이 많았다. 그리고 타이베이가 배경인 소설을 읽고는 타이베이
여행에 관한 꿈을 한층 더 키울때쯤 제목도 아름다운 『타이베이의 연인들』을 읽게 되었다.
요시다 슈이치의 연애소설? 이거 정말 흥미로운 걸, 하는 마음이 더 강했던 듯 하다. 한 여자와 남자가 타이베이에서 우연히 만났고 하루를 함께
했던 상대방을 잊지 못하는 타이베이 남자와 일본 여자의 연애소설일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소설을 읽어가다 보니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이야기뿐만
아니었다. 일단 이 소설은 1999년 타이완 고속철도 개통에 이르는 2007년까지의 과정이 이 소설의 전체적인 흐름을 이루고 있다.
그 주변에 우연히 타이베이에 여행갔다가 만난 남자를 잊지 못해 결국 고속철도인 신칸센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하게 되는 여자와 여행에서 만난 일본
여자때문에 일본 건설회사에 취직하게 된 타이완 남자의 이야기가 하나 있고, 신칸센 고속철도 회사에 근무하며 타이베이로 오게 되었지만 아내와의
불화 혹은 업무방식 때문에 힘들어하는 남자의 이야기가 그 두번째, 타이완에서 태어나 종전후 일본으로 귀국한 전직 토목기사 노인, 어렸을때 친구와
우연히 만나 인연을 이어가는 차량 정비공의 이야기가 함께 진행되는 형식이다. 물론 이 근간을 이루는 것은 타이베이에 고속철도 신칸센 설치라는
사실이다.
여행에서의 우연한 만남과 평생을 잊지 못해 가슴속에 담고 있는 사람의 마음이 참 아련하게 다가왔다. 처음 만난후 9년이 지났지만 서로를 잊지
못해 애타게 찾고 있는 사람. 그 사람의 흔적을 찾아 서로 상대방의 나라에서 머물고 있는 이들. 잘못된 한 마디의 말때문에 60년후에에 용서를
바랐던 한 노인의 애틋한 마음. 시간이 지나서야 자신의 마음을 깨닫게 되는 일들이 참 아련했다.
삶은 이처럼 추억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아름다운지도 모르겠다. 우리에게 추억이 없다면 인생이 얼마나 재미없을까. 우리가 머물렀던 도시의 장소,
함께했던 거리, 그리고 함께했던 시간들. 그 거리를 걸을때마다 추억속에 빠져들 것이다. 함께 한 사람들과의 시간도 그리울 법한데, 수줍게 마음을
건넸던 청춘남녀라면 그 마음이 더하리라. 오래도록 가슴에 담고 그의 흔적이라도 찾을까 거리를 거니는 애틋한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 오는
것. 『타이베이의 연인들』은 그런 소설이었다.
연락처를 잊어버린 엇갈린 인연, 그 인연을 향한 서로에 대한 부름. 인연은 결국 이루어질 수 밖에 없고, 만날 수 밖에 없는가. 인연은 그렇게
애타게 서로를 찾고 있었다. 사람들의 인연과 이국적인 타이베이의 풍경은 또 어떤가. 타이베이의 풍경들이 마치 영화처럼 펼쳐졌다. 다다 하루카가
먹는 음식들. 그녀가 거닐었던 타이베이의 거리들. 그리운 사람들을 만난다는 설레임들이 한데 어우러져 있어 소설을 읽는 즐거움이 컸다.
하루카가 료렌하오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타이베이로 향할 수 있었듯, 타이베이에 대한 그리움들이 생겨났다. 한번도 가보지 않았지만 소설 속
풍경만으로도 아련한 풍경들이 그림처럼 그려졌던 것이다. 그 그리움이 사그라들기 전에 타이베이로 향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