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저녁에 나를 1
김지운 지음 / 신영미디어 / 2015년 8월
평점 :
품절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니 왠지 로맨스 소설이 읽고 싶어졌다. 물론 한두 달에 한번씩은 로맨스 소설을 읽어주어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해 줄 필요가 있다. 안그러면 마음이 굳어져 버릴지도 모르므로. 이 또한 좋아하는 작가의 신작 소식이 아니었다면 뒤로 미뤘을텐데, 좋아하는 작가의 신작 소식에 나도 몰래 출간 날짜를 꼽고 출간하기를 기다렸다가 책을 구매하게 되었다. 책을 구매하면서 읽을 책들을 해치워버리고 읽고 싶은 책을 기다리게 된다. 그게 내 독서의 패턴이기도 하다. 좋아하는 작가의 신작 소식에 맞춰 읽고 있는 책들을 정리하고 책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패턴.

 

  김지운 작가의 책을 꽤 오랜시간동안 읽어왔다. 아마 7~8년은 되지 않을까. 한 권의 책을 읽고 작가의 전작들을 찾아 읽기 시작했으니까. 동화를 쓰기도 하는 작가는 로맨스 소설에서의 주인공들의 대화를 보면 항상 통통 튀게 한다. 저절로 기분 좋아지게하는 대화랄까. 귀여운 여자주인공, 그런 여자주인공을 한결같이 사랑하는 남자주인공들을 보여준다. 그래서 그런지 김지운 작가의 책을 읽을때면 늘 미소짓고 읽게 된다.

 

 

 

  남자 주인공은 류지하. 서른두 살의 작곡가. 확인된 바 없지만 무척 잘생긴 외모를 가졌고, 저 시베리아 벌판처럼 차가운 남자다. 대문밖에 버려진 업둥이였다는 것 때문에 초연당의 가족 어느 누구에게도 곁을 주지 않는 남자. 그리고 그들에게서 홀연히 떠날 생각을 하고 있는 남자였다. 다만 은서리에게만은 곁을 내주었던 남자.

 

  여자 주인공은 은서리. 스물두 살의 양궁선수. 열두 살의 은서리는 엄마와 함께 새아빠의 아버지가 계신 집 초연당으로 들어갔다. 담선재에 머물고 있는 삼촌에게 생글거리며 곁을 맴돈다. 차갑기 그지없는 지하건만 서리에게만은 담선재에 머물게 해주고 말벗이 되어준다. 그런 지하를 마음속에 담은 서리.

 

  서른두 살의 지하와 스물두 살의 서리가 다시 만났다. 그리고 과거의 이야기로 돌아간다. 10년전에서부터 9년전, 8년전, 1년전까지의 이야기들. 그리고 다시 만난 날부터 하루, 이틀, 사흘.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

 

 

 

  이런 사랑이 과연 존재할까 싶다. 열두 살, 스물두 살에 만난 남녀가 10년의 시간동안 좋아하고 사랑할 수가 있을까. 그것도 한결같이 다른 사람을 보지 않고 말이다. 그 마음 유지하기가 참 어렵고 힘든 일인데 이들 두 사람은 이 세상이 둘 밖에 없는양 그렇게 사랑을 하게 된다. 잠시 일년 가까이 되는 기간 동안의 공백 빼고는 말이다. 그사람을 온전히 갖고 싶으면 그 사람이 아무것도 안하고 자기 곁에만 있기 바라는 마음. 이 마음은 남자의 과다한 욕심뿐이리라. 나는 아마도 진취적인 여성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자신의 미래를 위해 투자하고 자신의 일을 하면서도 충분히 사랑을 할 수는 있다는 것. 그런 것 조차 허용하지 않으면 여자는 절대 혼자 설 수 없으리라. 

 

  근데 말이지. 류지하라는 남자. 아니 열두 살의 어린 서리에서부터 스물두 살의 서리가 될 때까지 10년 동안을 어떻게 기다렸을까. 아마 밤마다 허벅지를 송곳으로 찌르며 인내했으리라. 다른 한편으로는 류지하 완전 도둑놈이라는 말이지. 이건 완전 어린아이를 키워서 잡아먹은 꼴이잖아. 이런 류지하! 다른 사람은 아무도 곁에 못오게 하고, 서리의 곁에도 누구하나 얼씬하게 못하게 하고 말이지. 오롯이 자기만을 바라보게 만들었으니. 10년 동안이나.

 

  은오를 좋아했던 서리의 친구 한유경과 서리를 좋아했던 송은오, 지하를 좋아했던 송이선, 이선 만을 바라보았던 서리의 외삼촌 정한. 서로 마주보는 사랑이라면 더욱 좋을테지만 사랑이란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도 보여주었다. 때로는 등을 바라보는 사랑도 있음을. 다른 곳만을 바라보고 있다가 천천히 등을 돌려 마주보게 되는 사랑도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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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민 2016-12-20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혹시 정말정말 죄송하고 또 너무나 무례하다는 것은 알지만 혹시 너의 저녁에 나를 이라는 책을 보유하고 계시다면 판매 의사는 없으신가요? 꼭 읽어보고 싶은 책인데 절판되어서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