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맹자 한글 사서 시리즈
신창호 지음 / 판미동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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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이맘때쯤 『한글 논어』를 읽었다. 한자어를 빽빽하게 쓰여져있는 논어 읽기에 주저함을 갖고 있던 차에 한글로 된 논어가 나와서 반가웠고, 도전해 볼만하다고 여겨 읽게 된 책이었다. 최근 인문학의 열풍에 의해 인문학 서적과 동양 고전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터라 무척 반가웠다. 어려운 한자로 된 글이 아니라 쉬운 한글로 풀어 쓴 논어라 읽기에도 편하고 이해하기가 쉬워 무척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었다. 그리고 신창호 선생의 『한글 맹자』와 『한글 대학, 중용』이 1년만에 출간되었다.

 

  책은 읽는 시기도 중요하다. 어렵게 느껴졌던 동양 고전을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가 먼저 필요하고 책에 집중할 만한 장소나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이처럼 좋은 시기에 『한글 논어』와 『한글 맹자』를 만날 수 있어 즐거운 마음으로 읽게 되었다. 역시 한글로 풀어 쓴 글이라 맹자의 글에 익숙하지 않아도 받아들이기가 쉬웠다. 이번 한 권으로 맹자의 사상을 다 안다고 할 수는 없겠으나 전체적인 맹자의 가르침, 그의 정치 사상이나 열린 마음의 표본, 부모에게 불효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맹자의 사상을 보면 전체적으로는 성선설을 주장한다. 인간의 본성은 착하다는 것. 선한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고 사랑하다보면 정치를 하더라도 선한 정치를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대중매체에서 보는 정치인들을 보면 어디 선하게 보이던가. 선함을 가장한 악한 이들처럼 보이잖은가.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는 정치인들에게 주는 일침일지도 모른다. 정치인들이 이 책을 읽으면 참 좋은 지침이 될 책이다.

 

  『맹자』는 총 7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제1편이 양혜왕, 제2편이 공손추, 세3편이 등문공, 제4편이 이루, 제5편이 만장, 제6편이 고자, 제7편이 진심으로 되어 있다. 문장 앞 부분에 있는 이름으로 편명을 정했다. 맹자는 추나라 사람으로 공자의 손자의 자사의 문인에게서 배웠고, 공자의 사유와 실천에 기초를 두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맹모삼천지교'에서의 바로 그 맹자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맹모삼천지교'를 볼까. 맹가과 맹모는 묘지 근처에서 살았다. 맹가가 어려서 즐기는 놀이라야 묘지에서 일어나는 죽음을 슬퍼하는등 시체를 매장하는 일을 흉내내며 놀자 '이곳은 자식을 키울만한 환경이 못되는 구나' 하고 시장 근처로 이사를 갔다. 거기에서 맹가는 시장의 풍경을 그대로 따라하며 놀자 이번에는 학교 근처로 이사를 갔더니, 예로써 의식을 행하는 행위를 하자 '이곳이야 말로 자식을 키울만한 환경을 갖추었구나!' 하며 그곳에 눌러 살았다는 말이 있다. 아들 교육에 열성이었던 맹모의 탄식처럼 우리의 주변 환경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후 학문을 닦기 위해 집을 떠났다가 학문을 중도에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 맹자를 보고 맹모는 짜던 베를 칼로 잘라 버렸고, '한 사회의 지성인이란 배워서 바른 이름을 세우고, 물어서 지식을 넓혀야 한다. 그렇게 하면 차분하게 마음을 가질 수 있고, 어떤 일이 닥친다 해도 최대한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지금 네가 학문을 그만둔다면 노예의 상태에서 벗어날 수 없다. 시시각각 발생하는 환란을 극복할 수 없다.' (29페이지) 라고 했다. 문득 한석봉의 어머니가 떠오르는 일화지만 맹자에게 맹모가 없었다면 이처럼 오래도록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맹자는 없었으리라.

 

 

 

  맹자는 '열린 마음'을 강조했다. 우리의 선한 본성으로 열린 마음으로 정치를 하고 열린 마음으로 사람을 사랑하다보면 정치 지도자로서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정치가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열린 마음을 지닌 사람을 대적할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다, 라고 했을 정도다. 나라를 패망으로 이끄는 일도 닫힌 마음으로 정치를 해서라고 한다. 열린 마음으로 국민을 사랑하고 정치를 하면 나라가 번영한다고 하니 새겨들을 말이다.

 

  맹자는 특히 효에 대해 강조했다. 자신이 어려울때 아버지의 장례를 치룰때는 소박하게 했지만, 자신이 관리로 있을때 어머니의 장례를 치룰때는 최선을 다해 공경하듯 장례를 치뤘다. 세 가지, 다섯 가지의 불효를 말하기도 했다. 맹자가 말하는 다섯 가지의 불효를 보자. 첫 번째 불효는 빈둥빈둥 놀면서 몸을 게을리하며 부모를 제대로 봉양하지 않는 것이다. 두 번째 불효는 노름이나 하고 장기나 바둑을 두며, 술 마시기를 좋아하여 부모를 제대로 봉양하지 않는 것이다. 세 번째 불효는 재물을 지나치게 좋아하고 처자식만을 살아하며 부모를 제대로 봉양하지 않는 것이다. 네 번째 불효는 귀나 눈이 즐겁도록 쾌락과 향락을 즐기며 부모를 욕되게 하는 것이다. 다섯 번째 불효는 만용을 부리고 수시로 사람들과 싸워서 부모를 위태롭게 하는 일이다. (291페이지) 지금의 자식들에게 강조해도 전혀 틀린 말이 아니다. 요즘의 부모에게 자식들의 효는 좋은 직업을 갖고, 좋은 가정을 이뤄 행복하게 사는 것일 수도 있다. 효라는 것이 사라진 이때 기억하고 있으면 좋을 일이다.

 

  인간의 본성은 자신의 착한 마음에서 온다고 맹자는 말했다. '자기의 착한 마음을 온전하게 간직하고 충분히 발휘하는 사람은 그 본성을 안다. 자기의 본성을 알면 우주 자연의 이치를 알게 된다. 자기의 마음을 보존하여 그 본성을 수영하는 것은 우주 자연의 이치를 깨닫는 근거다.' (415페이지) 지금이야 착하면 손해본다는 통념이 강하다. 착하는 것이 좋다는 걸 알지만, 그 사람이 착하다는 걸 알고 이용해 먹는 사람이 있어 착함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한다.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는 걸 알고, 선함이 중요하다는 것도 알지만 함부로 드러내기 어려운 이때에 필요한 글들이다.

 

  고전은 몇백 년이 지나도 사람들의 마음에 울림을 준다. 그래서 우리는 고전을 읽고 그에 따른 생각들을 다잡기도 한다. 좋은 글을 읽고 올바른 일을 하게 하는 것, 고전이 가진 힘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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