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최근 주변 지인들의 부모님의 부고를 몇 번 접했다. 그 전에는 일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부고였는데 최근 한두 달 사이에 세 건의 부고가 있었던 것이다. 부고 문자를 받는 만큼 머지않아 나에게도 다가올 일이구나 했다. 내 부모님, 남편의 부모님이 다 살아계시고 칠순이 넘어가는 부모님이라 언젠가는 맞이하여야 하는 일이라는 것도 새삼 느꼈다. 이처럼 부고를 접하면서 내가, 나를 이루는 우리가 나이가 들었다는 걸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언젠가 누군가한테 들었던 말 중에 부부 중 한 분이 먼저 돌아가시면 얼마 안되어 그 곁을 따라가시는 분이 있는 반면에 혼자서도 오래도록 사시는 분들이 있다는 걸 들었다. 자식도 없이 두 분이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는데 배우자가 먼저 저세상으로 떠나버리면 얼마나 허전할까. 곁에서 늘 함께했던 이의 빈자리를 견디기 힘들것도 같았다. 문득 며칠전에 신랑에게서 받은 문자 한 통이 생각난다. 무서운 꿈을 꾸다가 새벽에 깨고 난 뒤 곁에서 자고 있는 아내가 있어 자신이 행복한 남자라는 걸 느꼈다는 장문의 시였다. 그렇다 특별한 걸 주지 않아도 그저 곁에 있다는 것으로도 위로가 되는 게 부부가 아닐까. 만약 그런 부부중에 한 사람이 먼저 가버린다면 얼마나 가슴아플까. 문득문득 떠오르는 배우자의 자리, 그 빈자리를 견딘다는 것은 아주아주 힘든 일이라는 걸.

 

누군가를 잃게 되면 정말 별난 것들이 그리워진다. 아주 사소한 것들이, 미소, 잘 때 돌아눕는 방식, 심지어는 방을 새로 칠하는 것까지도.  (83페이지)

 

  이렇듯 서로 의지하고 살아갔던 부부에게 아내가 먼저 죽었다. 그 빈자리를 견디지 못해 매일 자살을 꿈꾸는 남자, 59세의 오베라는 남자다. 그는 매일 아침 일찍 깨어나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동네를 순찰한다. 주차구역이 아닌 곳에 주차하는 사람을 그냥 넘어가지 않고, 동네에 함부로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을 견디지 못하고, 자전거 정차 구역이 아닌 곳에 주차하게 되면 자전거 보관소에 넣어버리기도 한다. 사람들에게 말하는 폼새는 무척 퉁명스럽고 까칠하다. 심술궂은 노인네로구나 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말만 퉁명스럽지 상대방에게 어려운 일이 닥쳤을때는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그는 어서 아내 곁으로 가고 싶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시체가 발견될 때 좋지 않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주머니엔 유서를 품고 있다. 천정에 고리를 걸어 죽으려고 할때마다 누군가가 현관문을 두드린다. 마음대로 죽을수도 없는 세상이다. 그의 앞집으로 새로운 가족이 이사를 왔다. 일곱 살의 딸아이, 세 살짜리 딸아이와 뱃속에는 또다른 아이를 배고 있는 아시아계 여성과 비쩍 마르고 멀대처럼 키가 큰 남자가 있는 가족이다. 이 가족이 이사오면서 시시때때로 현관문을 두드리는 통에 그는 늘 방해를 받는다. 무언가를 빌려달라고 하거나 병원에 태워다 달라거나 고쳐달라고 하는 것이다.

 

 

 

 

 

 

  오베는 아버지를 닮아 자동차나 자전거등 엔진을 잘 이해하는 만능재주꾼이었다. 동네의 누군가의 집 라디에이터가 고장났을때 공구로 몇번 뚝딱이면 금방 고칠수 있었고, 자동차 또한 분해해서 새로 조립할 정도였다. 그는 자신만의 기준을 가지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사람들을 평가했고, 그를 이해하는 사람과 평생을 살았다.    

 

  그가 미소를 지을수 있는 유일한 존재였던 사랑하는 아내 소냐곁으로 가고자 할때마다 문을 두드려대는 이웃집 파르바네때문에 귀찮을 일 투성이었다. 이란 여자인 파르바네가 귀찮고 성가셨지만 툴툴거리면서도 도움을 거절하지 못한다. 말로는 싫은 소리를 하지만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거절을 못하는 것이다. 잔잔한 오베의 일상이 파르바네와 패트릭때문에 파문이 일었다. 파르바네네 가족이 이사온 뒤부터 그는 오래전 친구였던 루네에게도 조금씩 마음을 다시 열었고, 동네는 들썩이기 시작했다.

 

  누군가를 진정으로 이해하는 일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그 사람이 말주변이 없거나 타인과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라면 더더욱.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사람의 내면은 그렇지 않다는 걸 발견할 수 있다. 불만투성이인듯 혼잣말을 하거나 툴툴거림에도 내면은 따스함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표지에서처럼 딱 그런 얼굴을 갖고 있을 오베임에도 이웃들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하면서 그래도 살아볼만하다고 느끼지 않았던가. 오베라는 남자를 알게 되어서 그 동네의 이웃들도 모두 다 좋아했을 것이다. 나도 오베를 알게 되어서 좋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