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일의 계약 세트 - 전2권
김진영(카스티엘) 지음 / 청어람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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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누누이 판타지문학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해왔고 실제로도 그렇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최근에 여러 판타지문학을 읽으며 그건 내가 그냥 우기는 말이었음을 알게 됐다. 사실 우리가 꿈꾸는 사랑이야기도 다 판타지가 아니던가.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는 상상, 멋진 남자가 내게 왔으면 하는 상상, 내가 실제보다 더 아름다운 모습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모든 상상이 다 판타지였음을 이제야 느껴본다. 나는 지극히 현실적인 인간이라 생각했지만, 이처럼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도 알고보면 나는 늘 판타지를 꿈꾸고 있었던 것임을 이제는 알겠다. 

 

  얼마전에 우리나라에서 대히트한 드라마가 있었다. 아마 많은 여성 팬들이 보았던 드라마, 여자들이 원하는 남자였던 도민준 씨가 나왔던  《별에서 온 그대》라는 드라마였다. 시공을 뛰어넘은 사랑, 오래전에 알았던 소녀가 훗날 그녀였음을 알아보고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는 이야기. 그녀가 위험에 처해있으면 한달음에 날아와 그녀를 구했던 것이며, 차갑게 이야기하는 듯 했지만 그녀에 대한 마음을 숨길수 없어 그녀 곁을 맴돌았던 도민준 씨의 이야기 말이다. 다른 모든 약속을 뒤로하고 드라마 할 시간만 간절하게 기다렸던 시간이기도 했다. 

 

  이것 뿐만 아니라 소녀들의 꿈이 소설로 나와 영화로도 개봉되었던  《트와일라잇》 시리즈가 있었다. 그 전까지는 인간이 뱀파이어와 사랑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이야기속의 뱀파이어는 그저 인간의 피를 강렬히 원하고, 피를 취하기 위해 여자의 가느라단 목을 깨물고 그녀를 죽음에까지 몰고 갔었던게 과거의 뱀파이어였다. 하지만  《트와일라잇》에서 뱀파이어 에드워드는 벨라를 사랑하게 되었고, 그녀에게서 풍겨나오는 향긋한 피냄새에도 그녀에 대한 사랑으로 이겨낼 수 있었던 남자였다. 소녀들은 에드워드에게 열광했고, 나같은 아줌마들은 오그라들면서도 한 여자를 위하는 에드워드의 사랑에 얼굴을 붉힐 수 밖에 없었다. 

 

  『나의 아내 박효남』을 통해 알았던 김진영 작가는 이번 작품  『천일의 계약』에서 뱀파이어인 남자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를 썼다. 내가 본  『천일의 계약』에서의 주인공 콴 그레고리 루이스는 도민준 씨와 에드워드를 합한 남자였다. 아름다운 외모, 창백한 피부, 길다란 기럭지, 여자 주인공 현서에 대한 향긋한 피냄새를 피해 차가운 성격을 드러내는 남자였다. 다만 현서가 어린 탓에, 또한 콴이 현서를 만나게 되는 과정들을 담은 이야기라 벨라를 사랑하는 에드워드 만큼의 애정표현은 없었다. 나는 그게 안타까울 뿐.

 

 

 

  이 소설은 작가가 네이버에 연재한 웹소설이다. 그래서 표지도 웹소설 다운 만화같은 인물을 표지로 썼다. 연재글로 읽지 않았지만, 꽤 인기를 얻었던 작품이라고 알고 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글을 읽기에 일반 소설에서보다는 애정표현을 삼갔는지도 모른다.  

 

  사실 뱀파이어와 인간의 사랑을 다루는 이야기가 전에  『트와일라잇』 시리즈로 많은 인기를 누렸음에 이 작품이 식상할 수도 있었다. 뻔한 이야기, 뻔한 결말을 예상할 수 있음에도 두 권이나 되는 이 책을 놓을 수 없었던 건 작가가 풀어가는 방식이 싫지 않았기 때문이다. 로맨스가 좀 약하긴 했다. 어린 소녀들이 일러스트와 함께 보며 더 열광했을테지만, 나 같은 성인 여자가 이 책을 읽기에는 로맨틱한 장면이 좀더 많아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던 것이다. 하긴 소설속 주인공 이현서의 나이가 겨우 열여덟살 정도이니 콴은 현서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키스를 함부로 할 수도 없었을 것이고, 다른 무언가를 할 수도 없었을것이다.

 

  그리고 이 작품을 읽으며 느낀건데 아저씨라고 부르는 기간이 너무 길면 더이상의 진도를 나가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책을 읽는 나도 현서가 자꾸 아저씨 아저씨 하는데 왠지 더 어린 소녀로 느껴졌다. 7년의 세월이 훌쩍 지나 스물다섯 살의 성인이 된 현서와 콴에서 요한으로 새롭게 태어난 그들의 사랑이 좀 많은 부분을 차지했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3인칭 소설이지만 거의 현서가 콴을 바라보는 마음이 많이 드러나서, 현서에게 끌리는 콴의 마음을 더 나타냈으면 좋았을걸 하는 생각도 했다. 이건 내 개인적인 견해일뿐.

 

 

 

  잔잔한 소설이며, 막힘없이 읽어진다. 두 권의 책이지만 길게 느껴지지도 않고. 사실 결말이라고 할 수 있는 에필로그 부분이 더 길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프롤로그와 연결된 에필로그였으면 더 좋았을걸 하는 바람도 있었고. 햇볕이 따스하게 내리쬐는 날 평상에 누워 낮잠을 자다가 꾸었던 꿈 같았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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