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3 - 꽃핀 소녀들의 그늘에서 1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희영 옮김 / 민음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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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책을 이토록 오래도록 붙잡고 있는 책은 내게 드물다. 두 권의 책이지만 지난 9일부터 읽고 있었으니 10일정도 읽었으려나. 많은 작가들에게 문학적 영향을 준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연작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총 7편중 제2편에 해당되는 「꽃핀 소녀들의 그늘에서」라는 소설이다. 제 1편인 「스완네 집 쪽으로」를 2012년도 읽어 내용도 가물가물해 지는 시점에 다시 읽게 되니, 처음부터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그래서 그렇게 오랜 시간이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꽃핀 소녀들의 그늘에서」편에서 소년 마르셀에게 중요한 인물은 작가 베르고트, 화가 엘스티르, 소녀 알베르틴이다. 소년에서 작가로 향하는 길에 성큼 들어서는 이의 모습을 볼수 있었다.

 

먼저 「꽃핀 소녀들의 그늘에서」의 첫번째 권은 '스완 부인의 주변' 편이다.

작가가 되고 싶은 화자에게 외교관의 꿈을 갖게 해주고 싶은 아버지는 외교관이자 전직 대사인 드 노르푸아 후작을 집으로 초대해 화자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한다. 이와 달리 화자는 어린 시절의 우상인 작가 베르고트의 책을 읽으며 산책하고, 글을 쓰고 싶어한다. 스완의 집 만찬에서 베르고트를 처음 만나 대화를 하게 되면서 실망했던 작가의 외양과는 다르게 작품이 주는 감동을 느끼게 된다.

 

만약 좋아하는 작가를 만났는데 그의 외모에 실망하고, 그의 삶이 바람직한 모습을 갖고 있지 않다면 또한 실망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의 사생활보다는 작가의 작품으로 만나기 때문에, 작품으로 인해 그런 실망들은 상쇄되고 말 것이다. 작품속에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에 귀 기울이고 감동적인 부분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으로 인해 비롯된 슬픔은, 비록 그 슬픔이 사랑하는 사람과 무관한 걱정거리나 일, 기쁨 가운데 끼어들어 우리 주의력이 이따금 그 슬픔으로 되돌아가려고 잠시 거기서 벗어난다 해도 여전히 쓰라린 법이다. (3권, 278페이지)

 

 

 

 

사랑을 할 때는 그 사랑이 우리 마음속에 모두 담기에는 너무도 크다고 느낀다.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빛을 퍼뜨리지만 거기서 사랑을 멈추고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가게 하는 어떤 표면을 발견하며, 그리하여 우리 자신의 애정이 되돌려지는 이런 반향을 우리는 그 사람의 감정이라 부른다. 이 감정이 그 사람을 향한 우리의 일방적인 감정보다 더 매혹적으로 보이는 까닭은 그것이 바로 우리 자신에게서 나온 것임을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3권, 319페이지)

 

 

 

오데트와 스완의 딸인 질베르트를 좋아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자신을 피하는 질베르트에 대한 마음을 정리하고자 할머니와 발베크로 여행을 떠났다. 발베크에서 화가 엘스티르와 교류하게 되면서 그가 스완이 말했던 화가이며, 초대받은 그의 아틀리에에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실험실에 와있는 느낌을 받았다.

 

 

 

소녀가 아름답게 보였던 이유는 그녀를 살짝 보았기 때문일까?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우선 한 여인 곁에 멈출 수 없다는 불가능성, 그리고 다른 날 다시 만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갑자기 그 여인에게 병 또는 가난 때문에 우리가 방문하지 못하는 고장이나, 필시 우리가 쓰러질 싸움에서 얼마 남지 않은 그 빛바랜 날들과 같은 매력을 주는지도 모른다. (4권, 125페이지)

 

엘스티르의 아틀리에 밖을 바라보고 있다가 검은 머리애 통통한 뺨까지 폴로 포자를 눌러 쓴 자전거 타는 소녀를 바라보게 되며, 소녀의 이름이 알베르틴 시모네 임을 알게 되었다. 마르셀의 평생의 사랑 알베르틴을 만나게 되서 일까. 발베크에서의 시간들이 너무 짧았음을 느낀다.

 

시간이 지나 마치 그림처럼 떠오르는 어린날의 기억들. 철모르고 뛰어놀았던 기억속의 풍경들.

이 모두는 잃어버린 시간들의 기억이다.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시간들이 오랜 시간들이 지나 새록새록 떠오르는 건 왜일까. 꿈을 꾸어도 현재의 시간보다는 우리가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시간들, 그 풍경들이 꿈속에 나타난다. 나이가 들면 과거의 기억들 속에 살아간다더니 정말 그런걸까. 우 리가 잃어버린 유년시절에 대한 기억들을 떠오르게 했다. 또한 작가가 잃어버린 시간들을 찾아 떠나는 여정들이, 이토록 심연처럼 깊었다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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