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 개정판
이언 매큐언 지음, 이민아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평범한 일상, 주말의 아침 시간을 떠올려본다.

평소보다 한두 시간쯤 침대속에 더 있다가 늦은 아침을 먹던가, 특별한 일정이 잡혀있지 않으면 집을 치우고, 원두커피를 내린다. 집안 가득 커피 향기를 배고, 커피 내음과 함께 한 잔의 커피를 마신다. 주말 아침엔 평소 잠에 모자란 아이들을 깨우지 않는다. 아이들 또한 느지막히 일어나 주말의 일상을 시작하도록 놓아둔다.

 

이처럼 별일 없는 평온한 일상을 시작했는데, 어떤 하나의 사건으로 인해 평범한 일상속 소중한 가족이 다칠 위험에 처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당황할 것이고, 가족이 다치지 않을 방법을 강구해 보며, 어쩌면 절망에 빠져들수도 있겠다. 평범한 일상이 계속되는 것에 대한 마음이 들게하는 소설을 만났다. 이언 매큐언의 책을 몇 권 읽었지만, 아직 만나지 못했던 책으로 철학자 강신주의 『감정수업』에서 '치욕'이란 감정으로 만났던 책이기도 하다.

 

토요일이 시작된 새벽, 갑자기 잠이 깨어 사랑하는 아내를 깨우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신경외과의사 헨리 퍼론의 모습이 보인다. 결혼한지 이십 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아내는 처음 만났을때 그때의 미모를 간직하고 있는 것 같다. 갈수록 나이들어가는 자신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 아침이다. 평범한 일상, 신문사 일때문에 출근한 아내와 같은 병원의 의사와 스쿼시 게임을 하기 위해 집을 나선 헨리는 반전시위를 하는 시민들을 피해 차를 몰다가 백스터의 차와 약간의 접촉사고가 났다. 메르세데스를 모는 헨리를 본 백스터 일당은 그에게 돈을 요구하고, 위기를 넘기고 싶었던 헨리는 백스터가 헌팅턴병이라는 퇴행성신경질환을 앓고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자신이 신경외과의사라는 것을 밝힌 헨리는 백스터에게 헌팅턴병의 증세를 말하며 위기를 모면하고자 한다. 다른 일당이 있는데서 자신의 증세를 말하는 헨리때문에 치욕스러웠지만, 헨리의 말에 관심을 보인다. 자신의 병에 대한 한가닥의 희망이라도 얻고 싶었기 때문이리라.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그의 증세를 말하며 환자와 의사관계를 만들어버렸다. 스쿼시 게임을 하고, 이제 저녁 식사 준비를 해야 한다. 오늘은 몇달 만에 사랑하는 딸 데이지와 장인어른이 함께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찾아오는 날이었다. 교과서에 나올 정도로 유명한 시인인 장인어른과 유명한 출판사에서 시집을 펴낼 예비 시인인 딸이며, 열여덟 살인 아들 시어는 블루스 음악을 하는 뮤지션, 아내는 변호사인 무엇하나 빠지지 않는 헨리가 살아가는 모습인 것이다.

 

 

딸 데이지가 먼저 들어오고, 시어, 그리고 장인어른이 집안으로 들어왔다. 식사 준비를 하며 이제 아내 로절린드만 들어오면 토요일 저녁의 식사가 시작되는 것이다. 이내 아내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아내는 혼자가 아니었다. 아내의 몸에 칼을 댄 백스터와 그 패거리들중의 하나의 모습이 보였다. 낮에 있었던 일때문에 치욕스러웠던 백스터가 그에게 복수하기 위해, 해를 가하기 위해 그의 집으로 처들어온 것이다.

 

헨리의 머릿속에서는 수많은 생각이 오가고 있었다. 사랑하는 아내가 겁에 질려 있는 모습에서 구하고자 하고, 어떻게 하면 백스터를 때려눕힐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었다. 가족을 구하기 위해서 낮에 했던 자신의 행동이 옳지 않았던 것을 알게 되고, 어떻게 가족에게서 백스터를 떼어 놓을까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언 매큐언의 『토요일』은 이처럼 하룻동안에 일어난 한 남자의 평범한 일상을 보여주며, 헨리의 머릿속 모든 생각들을 보여주고 있다. 아내에 대한 마음, 딸과 아들에 대한 마음, 자신의 일, 그리고 전쟁에 대한 견해까지 보여주고 있었다. 이토록 평범한 일상도 몇 마디의 말때문에 흐트러질수도 있고, 가족의 안전까지 위협받을수도 있었다.

 

작품의 얼개를 어느 정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책을 읽어갈수록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읽었다. 이토록 평범한 일상을 행복이라 여기는 헨리의 가족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우리의 일상은 사실 수많은 위험속에 자리잡고 있는지도 모른다.

별일이 일어나지 않으면 평범한 일상이고, 이처럼 헨리에게 일어난 일이 생긴다면 바로 위험속에 속수무책으로 내보여지는 것이다. 만약 잘못되었더라면 헨리와 아내 로절린드가 다시 보지 못했을수도 있을 것이며, 다른 가족의 모습 또한 마찬가지이다.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 위기에 대처하려는 모습들이 인상적이었다. 결국 사랑으로 묶여져 있기 때문에 위기를 슬기롭게 넘겼을수도 있다. 또한 자신의 직업인 의사의 소명의식 또한 높이 살만하다. 그가 한 집안의 아버지요, 남편으로서도, 의사로서도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역시, 이언 매큐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