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포동 김갑수씨의 사정
허지웅 지음 / 아우름(Aurum)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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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가장 핫한 남자 하면 '허지웅'이 아닐까.

TV를 잘 보지 않아 몰랐는데, 언젠가 채널을 돌리다 보니 가수 성시경과 광고하는 한 남자를 보았다. 빼빼 마른 남자 하나가 성시경한테 영어에 대해 뭐라고 하는 것이다. 그 광고를 몇번 보고나서는 아이한테 저 남자 뭐하는 남자냐, 고 물어보았더니, TV 프로그램의 하나인 '마녀사냥'에서 나오는 남자란다. 그러다가 딸아이가 다시보기로 보는 프로그램을 만났다. 바로 '마녀사냥'이었다. '마녀사냥'은 일명 '마성의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들의 이야기' 라던가. 아무튼 그런 모토를 가지고 솔직대담하게 이야기를 한다. 진행자는 신동엽, 성시경, 허지웅, 샘 해밍턴에서 지금은 다른 진행자로 바뀐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가 사석에서 자주 하는 이야기이지만, 방송이기때문에 함부로 말할 수 없는 것들을 그들은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때로는 자신의 경험을, 때로는 주변 인물의 경험에 비추어 말하는데, 처음엔 좀 당황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프로그램을 볼수록 우리나라에도 이런 프로그램이 전부터 필요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했다. 마음은 있되 말하지 못했던 것들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한다. 그리고 요즘 젊은이들의 사랑하는 모습도 발견할 수 있었다. 곧이어 우리 아이들도 그들처럼 상대방의 마음에 대해 궁금하고, 때로는 사랑에 상처받고 하기도 하겠지 하는 마음이 들었다. 한마디 덧붙이자면 가수 성시경에 대해 그저그랬는데, 마녀사냥을 보며 성시경에 대한 호감이 생겼으니 그 프로그램에 대해 무엇을 더 말하랴.

 

 

이러한 프로그램에서 허지웅은 단연코 눈에 띄었다.

이혼하고서 성욕을 잃었다고 서슴없이 말하기도 하고, 동거 예찬론자 라고도 했다. 거침없이 말하는 그가 처음엔 어색했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하는 말, 어떠한 일을 만났을때 드는 생각과 같았던 것이다. 그가 하는 말에 공감을 하고, 그가 하는 말에 웃음을 터트렸다. 프로그램을 자주 보는데 그가 무슨 말을 할까 하는 생각을 했다. 사람의 마음이 그러는 것인지 더 핫한 말을 해주기를 은근히 기다리기도 했던 것 같다.

 

 

이런 그가 소설을 썼다. 물론 그가 영화 평론가로도 활동을 하고, 기자 생활을 했다고 알고 있었다. 핫한 남자가 핫한 소설을 썼을까?, 이런 기대감과 궁금함이 컸던 것 같다. 시간이 날때마다 성적인 이야기들을 거침없이 하는 '마녀사냥'을 자주 시청하기 때문일까. 이 정도면 핫하지도 않다는 생각을 했다.

 

 

 

허지웅이 가끔 술자리에서 만나는 지인이라는 김갑수 씨의 이야기는 우리 주변에서 너무도 흔하게 만나는 인물이 아닌가 싶었다. 그걸 말하지 않을뿐, 드러내지 않을뿐, 우리 주변의 사람들인 것이다. 사랑에 실패하고 사랑에 목숨을 걸었던 이들이 또다시 새로운 사람과 사랑하며 부대끼는 일인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가장 중요한 것들을 조금은 덜 까먹는 사람이 되고 싶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171페이지)

 

갑수 씨의 연애사는 '마녀사냥'에서 말하는 허지웅의 모습과도 겹쳐보였다. 아무래도 그가 자주 했던 이야기 들이 책속에 있었고, 갑수 씨의 연애사 전체가 지인의 이야기는 아닐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던터다.

 

책 속에서도 그는 거침없이 이야기한다. 야한 소설일 것이라는 생각과는 다르게 방송인 허지웅의 입담을 글로 확인할 수 있는 글이랄까. 성적인 이야기들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과감하게, 거침없이 말하는 그의 글 스타일이 마음에 들었다. 단편소설일 것이라는 생각과는 다르게 갑수 씨의 연애사는 경장편에 가까웠다. 이런 두께를 경장편이라고 한다면 말이다.

 

책을 읽고 있는데 딸아이가 읽고 재미있으면 말해 달란다. 책 읽고 싶다고. 허지웅이 핫한 남자이기에 핫한 소설을 기대하는 마음이 딸에게도 있을 것이다. 이게 무슨 소설이냐, 마녀사냥에서 했던 이야기들과 별반 다를게 없다고 생각하는 독자들도 있을것 같다. 난 유쾌하게 읽었다. 이 정도면 뭐, 그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봐도 될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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