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
김중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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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우리는 인터넷상에 수많은 흔적을 남기고 있다.

우리가 열어본 페이지들, 친근하다 느끼는 사람들에게 남기는 공감의 흔적, 한 줄의 댓글들이 쌓이고 쌓여 수많은 흔적들이 남아 있을 것이다. 이것 뿐만이 아니다. 취미생활로 그날의 느낌을 간단하게 쓰거나, 아이들의 사진을 담아놓거나 또한 책의 리뷰를 담아놓는 일의 블로그를 운영하는 일도 그렇다. 이 수많은 흔적들이 내가 이 세상에서 사라질때 과연 남겨놓고 싶을까? 우연한 기회에 생각해본 적이 있는데, 내가 가고 없을때 블로그 안의 사진들만은 아이들이 간직했으면 싶었다. 아이들의 어렸을 적 모습이 담겨 있으므로. 자신들이 한때의 모습들을 바라보며 추억에 젖었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던 탓이다.

 

이번에 김중혁 작가의 신작 『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은 이런 나의 마음을 대변하듯,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하듯 '딜리터deleter' 혹은 '딜리팅deseting'에 대한 소설이다. 살아있으면서 간직했던 나의 흔적, 나에게 소중했던 기억이지만 죽어서는 잊어주었으면 하는 흔적들을 없애주는 일을 하는 사람의 이야기들이다. 그들이 딜리팅 해달라는 것은 한 장의 사진, 컴퓨터 속의 하드 디스크, 또는 소설의 원고나 편지들인 것이다. 아주 사소한 편지들, 쓴 사람에게는 그날의 감정이 짙게 배어있을 것이고, 받은 사람에게는 소중한 기억들인데도 그것을 없애달라고 원한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본다.

나에게 가장 소중했던 어떤 것을 가장 지우고 싶은건 어떤 것일까?

수많은 사진들, 인터넷 상의 일기장들, 어딘가를 떠돌고 있을 나의 자잘한 흔적들이 높게 쌓여있는 쓰레기장 만큼 쌓여있다면 이걸 지우는 일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딜리팅 탐정 일을 하는 구동치처럼 휴대폰은 전화 기능만 사용하고, 문자나 기타 다른 기능은 사용하지 않은 것처럼 지우고자 하는 일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하는 것인가.  

 

 

한때 경찰이었던 탐정 구동치는 딜리팅 작업을 전문으로 하고 있다. 자신이 죽으면서 남기고 싶지 않은 자료나 발자취는 삭제하고, 남기고 싶은 것만 남길수 있게 도와주는 일이다. 그들은 자신의 비밀을 지우고자 하며, 현재는 그 비밀을 간직하고, 자신이 죽었을때 지워달라고 하는 일이 대부분이다.

 

전직 경찰이었던 직업때문인지 현직 경찰 선배로 부터 도와달라는 부탁도 받으면서 자신의 일과 맞물려 일을 처리하고 있다. 타인의 비밀을 없애달라고 하지만, 아무도 모르게 사무실의 캐비닛에 그들의 보관품을 보관해오고 있다. 차마 버릴 수 없어서 비밀 보관함에 보관하고 있으면서 그들이 숨기고자 했던 것을 한번씩 들여다 보는게 일이기도 하다.

 

자신이 썼던 십 년전, 혹은 삼십여 년전에 썼던 일기장을 들여다 보고 있는 한 회장처럼 말이다. 우리도 우리의 오래된 흔적들을 들춰보지 않는가. 사진이나 그때 썼던 글들, 그날의 감정들이 글로 나타난 걸 보며 '그땐 그랬었구나' 하고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다.

 

 

김중혁 작가의 소설에서 자주 느끼는 점은 위트있는 글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좀더 무거운 위트가 있는 내용의 글이었다. 사건을 해결해가는 구동치 탐정의 동선을 따라가다보니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느껴졌다. 구동치 탐정 시리즈가 계속 될 것 같은 느낌도 그렇다. 책 속의 마지막 부분, 노르웨이에서 한 남자를 만나고 있는 구동치의 모습에서 두번째 이야기가 시작될 것 같았으니까. 

 

나는 오늘도 이처럼 인터넷 상에 발자취를 남기고 있다. 내 마음이 드러난 글들, 소설의 리뷰라고 해도 글을 쓴 이의 마음이 드러날 수 밖에 없는 글을 남기고 있다. 내가 죽은 뒤에도 누군가 이 글을 올렸던 글을 삭제하지 않은 이상 영원히 남아 있을것도 같은, 생각해보면 불안한 일이기도 하다. 전부터 생각하던 것인데, 아이들에게도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남겨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필요한 것은 남기고, 다른 것들은 다 지워버리라고 말이다. 

 

결국엔 나도 몇 개쯤 그 흔적을 없애버리고 싶은 것이 있을 것이다.

너무 많이 쌓아두는 것보다는 시간이 날때마다 조금씩 정리하는 습관을 들여야 하지 않을까, 이런 것도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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