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시피 미시시피
톰 프랭클린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한 사람이 인생이 어떠한 사건으로 인해서 평생 살아가고 있는 고향 마을에서 감옥 아닌 감옥같은 삶을 살아간다면 그 삶은 과연 행복할까. 평생 살아온 곳에서 자신을 누군가의 살해범으로 알고 있다면, 더군다나 이십여 년을 그렇게 취급받아왔다면 보통의 사람들은 그 곳을 떠나고 말리라. 또다시 다른 여학생이 실종되었고, 그 여학생의 용의자로 취급받고 있다면?

 

이십여 년 전 신디 워커 실종사건의 용의자이자 며칠 전 발생한 티나 러더포드 실종사건의 새로운 용의자인 래리 오트를 보자. 자신은 진실을 말했다고 이십여 년을 말해왔지만 마을의 보안관은 이제 털어놓으라는 식의 말을 뱉는다. 래리 오트는 이곳 미시시피 샤봇에서 계속 살아오고 있는 마을의 토박이이다.

 

그리고 현재는 경찰관, 과거에는 래리 오트의 하나 밖에 없는 친구였던 사일러스 존스가 있다. 그는 주로 '32'로 불리운다. 그리고 흑인이다. 그래서 사일러스와 래리는 아무도 보지 않는 숲속에서 우정을 나눴다. 아버지의 공기총을 가지고 놀았고, 숲 속의 나무 위에 앉아 이야기를 했었다. 밖에서나 학교에서나 집에서는 아는 척도 잘 하지 않았다.

 

마을의 부자인 신디 러더포드가 실종되었고, 경찰들은 래리 오트를 의심하고 있다. 그러던 차에 래리 오트는 자기 집에서 익숙한 가면을 쓴 누군가에 의해 총에 맞았다. 생사를 오락가락하는 사이에 그는 과거 속으로 들어간다. 트럭으로 학교에 태워다 주시는 아빠와 함께 길거리에서 외투도 없이 떨고 있는 한 흑인 모자를 태워주었고, 사일러스를 처음 만났다. 사일러스는 자기 가족의 땅 깊숙하게 자리잡은 난방도 되지 않는 오두막에서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었다.

 

시카고로 오랜동안 떠나있었던 사일러스는 고향같았던 이곳 샤봇으로 돌아와 경찰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래리로부터의 전화연락을 모른척 했다. 그의 마음속에는 이십여 년 전의 일들을 기억하기 싫었고, 이제는 래리를 외면하고 싶었는지도 몰랐다. 래리는 예전과 똑같이 친구가 없었고, 약간 독특했다.

 

 

마을 사람들은 '괴물 래리'의 총상이, 래리 자신이 쏘았을거라고 믿었다.

이십오 년을 신디 워커 실종사건의 용의자로 살아온 래리에게 누구하나 동정하는 사람이 없었고, 당연이 그가 자살을 시도했을거라고 생각했다.

 

책의 제목을 보면, 언뜻 마크 트웨인의 『톰 소여의 모험』이 먼저 떠올랐다. 마크 트웨인이 말한 미시시피에서는 톰 소여의 모험을 다루었었다. 흑인과 백인의 갈등을 그 책에서는 그다지 느낄수 없었던 반면에, 톰 프랭클린의 『미시시피 미시시피』에서는 흑백 갈등을 다루었다. 흑인과 백인이 서로 모른척하고 서로를 피해다녔지만, 아이들의 우정에는 그런 갈등이 없었다. 다만 다른 사람들의 시선때문에 비밀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 래리 오트와 사일러스 존스의 경우도 그랬고,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도 피부 색깔이 다르다는 것때문에 비밀로 했고, 조심스러워했다.

 

래리에게 총을 쏜 사람은 누구일까.

래리가 총에 맞아 병원에서 의식이 없을때도 사일러스는 래리의 병실에 가본적이 없었지만, 래리의 집에서 닭들의 모이는 매일 챙겨주었다. 또한 병실 밖을 지키는 일도 먼저 하겠다고 했으며, 자신이 묻어두었던 진실을 찾아가고자 했다.

 

이토록 오랜 세월을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입을 다물수 밖에 없었던 이와 그 시간들을 기다려왔던 이. 또한 드러난 진실들은 자신이 친구라고 믿었고, 친구에게는 진실을 털어놓고자 했으나, 한 사람이 그의 곁으로 다가오지 않음으로 인해 사건이 어느 정도로 커져 버렸는지 모른다.

 

우리는 어떠한 진실을 꼭 알고자 하는 마음이 있는 반면에 그 진실을 피하고자 무의식적으로 거부하고자 하는 것도 있는 것 같다. 아직도 둘은 우정을 나누었다고 생각하면서도, 상대방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그걸 표현하기 어려워 했던 건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흑인과 백인처럼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를 멀리해야 했을때, 더한 진실이 숨어있음을 눈치챘을때 그럴수도 있겠다 싶은 것이다.

 

감추고 싶은 진실, 드러내고 싶지 않았던 진실들.

하지만 그들은 이십오 년 만에야 서로에게 진실을 터놓게 되었다. 서로에게보다는 한 사람의 일방적인 행동으로 인해서 일수도 있겠다. 서로를 향한 화해와 우정을 확인하는 일이 그토록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말하지 않아도, 보이지 않게 마음을 써주는 일들이 그랬다. 이제 그들은 손을 마주 잡고 서로의 마음 깊은 곳을 들여다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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