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즈치처럼 가라앉는 것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1
미쓰다 신조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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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독자에게 꼭 맞는 감성을 느끼는 책을 찾는 기쁨이란 아주 크다.

반면 자신과 맞지 않는 것 같은 감성의 책을 만나면 사실 힘든 일이기도 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귀신이 나오는 책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밤에 꿈에 시달리기도 하거니와, 되도록이면 밝은 이야기, 되도록이면 따스함을 주는 이야기가 좋다. 사랑이야기라면 더더욱 좋아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미쓰다 신조의 책은 처음에 나의 감성과 꼭 맞는 책은 아니었다. 몇번이고 책을 읽다가 포기했던게 이 작품이기도 하다. 그러다가 이제는 꼭 읽어야겠다, 책이 무서우면 얼마나 무섭겠느냐, 귀신이 나와도 괜찮다. 이렇게 내 마음을 다독이며 읽은 책이다. 막상 책을 읽어보니 약간 괴기스럽기는 했으나 생각처럼 무섭지는 않았다.

 

미쓰다 신조의 책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책의 스타일에 대해서, 글의 스타일에 대해 알수 있으니 집중해서 읽겠지만, 일단 나는 미쓰다 신조의 책이 처음이었고, 등장 인물을 파악하느라 시간이 좀 걸렸다. 이 책은 기담을 채집하며 전국을 방랑하는 환상소설을 쓰는 작가 도조 겐야 시리즈 작품이기도 하다. 밀실살인을 다룬 소설이기도 하다. 또한 추리의 틀에 지방의 토속적이고 민속학적인 괴담을 접목시킨 작품이다.

 

각 지방마다 특색이 있고, 지방마다 모시는 신들이 있는데 일본 같은 경우는 그 경우가 좀 더 특별한 것 같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마을을 지키는 혼령을 모신 집이라 해서 성황당에게 제를 지내는 경우가 많았다. 일본 같은 경우는 기독교를 믿지 않은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그런지 그 경우가 더 다양한 것 같다. 어느 책에서 뱀을 신으로 모신 내용의 책을 읽었는데, 이 책에서는 물의 신을 믿는 경우다.

 

우리가 우스개소리로 하는 말중에, 물은 사람의 혼을 쏙 빼놓는다고 말을 하곤 한다.

바닷물이나 강물을 바라보고 있으면 물이 자꾸 우리를 부르는 것 같기도 하고, 물속으로 이끄는 것 같은 느낌을 받고는 한다. 소위 물귀신이 그렇다고들 하는데, 『미즈치처럼 가라앉는 것』에서도 물은 귀이쩍은 존재다. 더구나 물을 신으로 모시며, 가뭄이 들었을때는 비를 내려달라는 제를 지내고, 홍수가 났을때는 그 반대의 제를 지내는 것처럼, 마을 사람들의 모든 소원을 비는 것이 '미즈치'라는 신이다.

 

미즈치 님을 모시는 미즈시 신사에서 기우제를 지내는 중 신남이 시체로 발견되고, 이 사건을 명탐정처럼 헤쳐 나가는 도조 겐야의 활약을 볼수 있다. 도조 겐야가 책을 내는 출판사 편집자인 소후에 시노는 도조 겐야의 조수처럼 그의 추리를 거들고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는데 협조하는 인물이다.

 

 

한 신남이 죽었고, 그곳에는 배를 젓는 사공과 단 둘 뿐인 공간이었다. 사공의 행동을 다 볼수 있는 사람들이 있었고, 사공은 기우제를 지내는 사람들의 시선안에 있었고, 아주 잠시 자리를 비웠고, 순간 신남이 죽었다고 소리를 지른 인물이다. 다른 누구도 제를 지내는 배를 기웃거린 사람도 없었고, 배 곁을 스친 사람도 없는데 신남이 죽었다. 살인자는 누구란 말인가.

 

책을 읽는 독자도 신남을 살해한 사람이 누군지 정말 궁금하다.

이래서 밀실 살인을 다룬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이 많은 것 같다. 괴담 방랑 환상 소설가인 도조 겐야의 추리에 혼을 쏙 빼놓고 읽게 되었다. 나름의 방식으로 신남 살인자를 추리를 해보았고, 책 속의 인물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민속학과 접목되어진 추리소설은 우리가 어렸을 때 믿었던 신들, 우리가 두려워했던 존재들을 새롭게 알게 되는 계기가 되어주고 있었다. 또한 민속학적으로 접근하는 추리소설을 읽는 재미에도 빠졌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신비한 일을 많이 겪는다. 책 속에서 쇼이치가 만주에서 일본으로 오는 배에서 거대한 물체를 보았던 것처럼 말이다.

 

신비한 존재에 대한 공포,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추리와 명탐정의 활약이 책읽는 즐거움을 주었다. 무엇보다 도조 겐야의 활약과 그의 조수처럼 따라다니며 도움을 준 소후에 시노와의 관계도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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