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무리를 한 탓인지 책 읽으려고 침대로만 가면 하품을 계속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피곤할 때 나오는 하품. 하품이 자주 날때 보면 어느새 책 읽다가 눈을 감고 있는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 하품이란게 전염되는 것이어서 퇴근후 요가를 하러 가 누워있다보면 누구 한 명이 하는 하품에 여기저기서 하품 소리가 절로 나온다. 하품을 할때 저절로 입을 벌리고 하게 되는데, 어른들에게 입을 가리고 하는 거라는 교육을 받았던 탓인지 손바닥으로 입을 가리곤 한다. 손바닥으로 입술을 두드리기도 하는 하품. 제목에서처럼 하품이 맛있기도 할까? 그런 의문에서 시작된 소설 읽기였다.
붉은 표지속에 있는 젊은 여자인 듯한 모습에 연애소설이지 않을까 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미스테리 소설이었다. 기대하지 않고 읽은 소설은 꽤 흡입력이 있었고, 결말이 궁금해 쉼없이 책을 읽게 되었다.
평소에 꿈을 많이 꾸는 편이다. 피가 난무하는 추리소설이라든가, 사람을 많이 죽이는 공포영화라고 본 날이면 꿈 때문에 깊은 잠을 잘 수 없을 정도이다. 그런데 이처럼 꿈속에서 다른 이의 삶을 산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물론 소설이니까 그런 상황이 있을수도 있겠지만, 나는 상대방의 과거를 보고, 상대방은 나의 미래를 보는 꿈이라. 어느 순간엔 상대방이든 나든 꿈을 조절할 수도 있다는 것. 이들의 꿈은 꿈이 아니고 그저 다른 사람의 삶을 대신 산다고 해야 맞겠다.
뒷표지의 책 소개 란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살해 현장을 청소하는 가난한 여대생, 이경
학벌, 미모, 재력까지 모든 걸 갖춘 연예인 지망생, 다운
오직 꿈속에서만 이뤄지는 전혀 다른 두 여자의 수상한 동거!
이것 때문에 읽으려고 쌓아놓은 다른 책들을 미뤄놓고 이 책부터 꺼내 읽었으니까.
저 소개글에서처럼 살해 현장을 청소하는 이경이 어느 원룸 아파트에 청소하러갔다가 스노우볼을 들고 나온 날부터 죽은 다운의 꿈을 꾸게 되는 것이다. 다운은 이경의 미래를 꿈꾸고, 이경은 다운의 과거를 꿈 속에서 만난다. 다운이 왜 죽게 되었는지 진실을 알려면 이경은 계속 다운의 꿈을 꿀 수밖에 없다. 이경이 꿈을 꿀수록 다운의 과거의 행적을 알게 되며 자신도 꿈을 꾼다는 걸 다운이 알지 못하게 해야 한다. 이런 일들을 이경은 특수청소대행업체 사장인 남사장에게 상의하기에 이른다. 이미 누군가를 의심하게 되었으므로.
다운이 어떻게 죽게 되었는가 궁금할 수 밖에 없는 독자는 작가가 이끄는 대로 따라갈 수 밖에 없다. 잠이 들어야만 과거를 볼 수 있고 미래를 볼 수 있기 때문에, 또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보려면 잠이 들 수 밖에 없다. 책을 읽는 독자마저 그들의 꿈 속에 갇힌 느낌이었다.
만약 다른 사람이 나의 삶을 산다면, 내가 다른 사람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다면 어떻게 할까. 다른 사람은 평범하지도 않고, 나보다 훨씬 외모도 아름답고, 부자라면, 그 사람의 삶을 훔치고 싶을수도 있겠다 싶었다. 예전에 읽은 정수현 작가의 『그녀가 죽길 바라다』에서는 뇌사상태에 빠진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여자가 다른 여자의 몸에 들어가 그 여자의 영혼을 공유하며 육체마저 빼앗으려는 내용을 담았었다. 최근 타임슬립의 내용을 다루는 책이나 영화가 나와 흥미를 돋우게 했다.
또한 얼마전에 본 영화 '열한 시' 에서는 시간 여행을 다루는 내용이었다. 24시간 앞으로 돌아간 그들, 그들 앞으로 다가온 불행을 보고 현재로 돌아와 바꾸려고 하지만, 결국에는 똑같이 일어난걸 볼수 있었다. 결국 미래는 바꿀 수 없는 것인가.
하지만 우리에게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정의를 실현하기 보다는 자신의 목숨에 더 비중을 둘 것이다. 어떻게든 살고 봐야하니까. 살아 있어야 사건을 해결할수도, 자신의 뜻을 펼칠수도 있을테니까. 다소 눈살을 찌푸릴만한 장면도 있었지만, 꽤 흡입력있게 읽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