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긴 잠이여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0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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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탐정 소설을 읽었다. 탐정하면 생각나는게 셜록 홈스가 먼저 떠오르는데, 일본 소설에서도 탐정소설이 많이 나오는 걸 볼수 있었다. 오래전에 셜록 홈스를 읽었던 기분으로 읽게 된 책이다. 하라 료는 『안녕, 긴 잠이여』로 처음 만났는데, 꽤 탄탄한 스토리를 자랑하고 있었다. 이번 책은 사와자키 시리즈의 세번째 작품으로,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 『내가 죽인 소녀』와 함께 사와자키 시리즈의 작품이며 『내가 죽인 소녀』는 제102회 나오키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작가는 레이먼드 챈들러의 작품을 즐겨 읽었던 만큼 챈들러의 『안녕, 내 사랑』과 『빅 슬립』에서 모티프를 얻어 쓴 작품이라고도 한다.

 

1995년에 출간된 작품이라 지금처럼 그 흔한 휴대폰도 없이 전화연결서비스를 통해 메시지를 듣는 장면들이 나와 아날로그적 감성을 느끼게 한다. 사건을 해결하는 방법 또한 고전적인 방법으로 직접 전화를 걸거나 직접 대상자를 만나 탐문하는 형식을 취하니 말이다. 

 

하라 료의 전작들을 읽지 않았기 때문에 탐정 사와자키의 조사 방식에 적응하느라 시간이 좀 걸렸다. 400여일만에 찾아온 '와타나베 탐정사무소'의 사무실에 도착한 사와자키 탐정은 사무실에서 한 노숙자를 발견하는 장면으로 부터 소설은 시작된다.

 

 

그에게 사건을 의뢰한 사람은 고교 야구선수 출신으로 우오즈미 아키라였고, 우오즈미 아키라에 대한 신상을 조사하던 중 그가 고교야구때 승부조작으로 스캔들이 났었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오즈미 아키라에게는 누나 유키가 있었고, 유키는 아키라의 승부조작사건 무혐의 발표 하루전에 자살을 해 그만한 일로 자살할 것 같지 않았던 누나의 죽음을 재조사하는 일을 맡아달라 했던 것이다. 유키가 자살하는 장면을 보았던 증인이 세 사람이나 있었고, 증인 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증인을 했던 사실에 의문을 품게 되었다. 

 

 

최근에도 승부조작 때문에 스포츠 선수나 감독이 입건되는 사례가 많았었다. 그들이 승부조작에 손댄 이유는 거의 도박빚 때문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정정당당하게 승부에 임해야 할 스포츠 관계자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승부조작에 가담했다는 사실은 우리를 씁쓸하게 만들었다. 현재도 이렇게 되는데 과거에도 이런 일들이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며, 전작에 나왔을수도 있는 와타나베 탐정이 사라진 이유도 사건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었다. 폭력단과 경찰 과의 사이에서 일어난 일들, 그로 인해 사와자키 탐정이 그들로 부터 추궁을 당했던 일들 말이다. 

 

사건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해결되고 있었다. 

책의 중간에 왜 이런 장면이 나올까 궁금했었는데, 나중에 결말을 보고서야 작가가 숨겨놓은 장치를 발견하게 되었다. 전혀 의외의 인물이 나온 것이다. 또한 의외의 결말이었다. 내가 생각한 결말과는 약간 다른. 또한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있었다. 종가의 후처를 그런 식으로 맞이한다는 게 우리 정서와는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안녕, 긴 잠이여』는 훌륭했다.

모든 장치들을 숨겨놓고 진실을 향해 달려가는 사와자키 탐정의 활약도 좋았고,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독자들을 긴장하게 만드는 점이 좋았다.

 

나는 마스다 게이조에게 '잘 자'라고 말하고 가부토 신사를 떠났다. 하지만 그때 나는 '잘 가'라고 했어야 했다. 나는 누군가와 작별하며 '잘 가'라는 말을 제대로 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런 말을 적절하게 쓸 수 있는 사람은 대체 어떤 사람일까.  (427페이지)

 

누군가와 작별하며 '잘 가'라는 말을 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사와자키의 저 독백이 참 쓸쓸했다. 우리는 누군가와 작별하며 밤시간엔 '잘 자'라고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잘 가'라고 인사한다. 그 말을 건네지 못했다는 사와자키의 그의 외롭고 고독한 중년 사내의 모습을 대변했다. 그의 독백은 현대인의 고독과 닮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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