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람 여관 문학과지성 시인선 434
이병률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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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만난 여행 산문집, 『끌림』과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가 상당히 좋아 그의 시詩를 읽어보겠다 하고 이제서야 보게 된 시집이다. 그의 전작들을 리스트에 올려놓았었지만, 이상하게 다른 책들에 밀리고 이번 신작 시집이 나왔을때 나에게로 온 시집이다. 

 

『눈사람 여관』이란 제목을 보니 오래전에 혼자서 여행을 하며 여관에 묵었던 일들이 떠올랐다. 여자 혼자라 여관에 묵으면서 제대로 깊은 잠을 자지 못했던,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올 것만 같아 두려웠던 그 시간들이 기억난다. 오롯이 혼자 있는 시간, 나의 심연을 들여다 볼수 있는 시간이었기에 소중했던 그 시간들이 문득 떠올랐다. 여관이라 하면 늘 떠오르는 기억들인것 같다.

 

누구나 그런 기억 하나쯤 있을 것이다.

두려움을 이겨냈던 순간들이 오랜 시간이 지난후에야 진짜 소중했던 시간이었음을.

 

시인 이병률의 여행 산문은 여행을 하면서 느낀 감정들을 사진과 함께 나타내었었다. 혼자서 여행하는 사람의 외로움이 아주 감성적으로 표현된 산문이었다. 이번 그의 시집 『눈사람 여관』또한 혼자만의 외로움이, 누군가와 함께 하고 싶은 감성들이 들어있었다.

 

등 맞대고 그물을 당기면서

다정한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다면

그게 어디 여관이겠어요.

 

내 당신이 그런 것처럼

모든 세상의 애인은 눈사람

 

여관 앞에서

목격이라는 말이 서운하게 느껴지는 건 그런 거지요.   「눈사람 여관」 중에서

 

글쎄, 지금쯤이면, 혼자서 여관에 묵더라도 조금 덜 무섭고 외로울텐데.

이병률 시인처럼 눈사람 하나를 만들어 여관으로 데리고 들어갔으면 외롭지도, 무섭지도, 쓸쓸하지도 않았을텐데.

 

 

어느 날 길이 나오듯 사랑이 왔다

어떤 사랑이 떠날 때와는 다르게

아무 소리 내지 않고 피가 돌았다

하나 저울은 사랑을 받치지 못했다

무엇이 묶어야 할 것이고 무엇이 풀어야 할 것인지를 모르며 지반이 약해졌다

새 길을 받고도 가지 못하는사람처럼

사랑을 절벽에다 힘껏 던졌다

공중에 행복을 매달겠다는 것이었을까  「행복을 바라지 않는다」 중에서

 

사랑의 감정,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도 느껴지는 외로움과 쓸쓸함 들은 시어詩語로 나타나 우리들의 마음을 울린다. 시詩는 하늘을 바라보게 만든다. 시 한 편을 읽고 사색에 잠기는 우리의 모습들은 자꾸 저 하늘을 바라보게 한다. 비 온 뒤의 흐릿한 하늘, 회색빛으로 물들어있는 하늘색을 물끄러미 바라보게 하는 감성을 지니게 한다. 시詩는 어쩌면 그런 것이다. 우리가 마음껏 외로워 하는 시간, 우리가 마음껏 슬퍼하는 시간들에서 나타나는 감정들이다.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말라는 소릴 들었다

 

사랑한다면서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말라는 말만 들었다

사랑한다는 감정의 판지를 덮고도 이토록 추운 것은

혓바닥으로 죽은 강물을 들이켜

한꺼번에 휘파람 불 수 없다는 증거

한 덩어리의 바람이 지나고

한 시대를 에워 가릴 것처럼 닥치는 눈발까지도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말라는 소리로만 들렸다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라는 말만 거셌다   「아무한테도 아무한테도」 중에서

 

내가 어찌 시인의 마음을 다 알수 있을까.

시인의 마음을 십분의 일도 다가설지 못할수도 있다. 하지만 시를 읽고 내 마음속에 느껴지는 게 있다. 한 번이 아닌 여러 번을 읽고 마음속으로 다시 읽다보면 내 마음 속으로 느껴지는 감정들이 있다. 사랑에 대한 슬픔이 조금쯤은 전해져 오는 것이다. 시어 속에서 느껴지는 감정들은 내 감정들과 버무려져 내 감정을 슬프게도 만든다.  

 

이 가을엔,, 역시 시를 읽으니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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