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수고했어요 - 붓으로 전하는 행복, 이수동의 따뜻한 그림 에세이 토닥토닥 그림편지 2
이수동 지음 / 아트북스 / 201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평소 책을 읽지 못하면 스트레스가 마구 쌓인다. 그래서 늘 책을 챙겨다니고, 아주 잠깐의 시간이 비어도 책장을 넘기게 된다. 언젠가 출장 간 사무실에서 결재를 기다리다가 책을 펴고 읽고 있었더니, '진짜 책을 좋아하시나보다.' 라고 하며, '집중이 되느냐?'고 누군가 물었던 적이 있다. 빈 시간 동안 멍하니 있거나, 휴대폰 작동하고 있기가 민망해 책을 펴 읽게 된다. 읽던 책이라 금방 집중을 하며 읽는데 그 질문 받아서 좀 무안하기는 했다. 책이 없어서는 안될 사람이지만, 때때로 글씨만 있는 책이 재미없어질때도 있다. 때론 그림이 있는 책을 아주 강하게 읽고 싶을때가 있다. 그럴때 그림 관련 책을 읽는다. 그림이 아주 많으면 더욱 좋은 책. 생존하는 화가의 예쁜 그림이면 더욱 좋고, 지금은 저 하늘의 별이 된 화가들의 그림을 설명하는 글도 무척 좋다.

 

이웃 분이 읽고 싶은 책 한 권 선물하고 싶다는 말에 덜컥 고른 책이 이수동 화백의 『오늘, 수고했어요』란 책이다. 이 책은 '붓으로 전하는 행복, 이수동의 따뜻한 그림 에세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책이다. 그 말처럼 그림은 아주 따뜻하다. 그림과 함께 있는 글들은 더욱 따뜻하다. 마른 하늘의 한줄기 바람 같은 글이기도 하고, 저 하늘에 둥실 떠 있는 구름 같은 글이기도 하다. 그림과 함께 보는 글들은 한 마디의 위로의 글이다.

 

아래 왼쪽의 그림 「구름위에서 조금만 기다리세요」같은 경우, 그에 관련된 글을 보자면,

 

그대,

구름 위에서 조금만 더 기다리세요.

나의 초대에 그렇게 일찍 화답해줄 줄은 몰랐습니다.

서두르긴 했으나 그대 위한 비단 천,

아직 강변에 다 깔지 못했습니다.

구름 위에서 조금만 더 기다렸다가

천천히 내려오세요.  (12페이지)  라고 적혀 있다.

 

 

「구름위에서 조금만 기다리세요」캔버스에서 아크릴릭, 「흩날리다」캔버스에 아크릴릭 

 

이수동 화백의 그림들을 보니 굉장히 따뜻하다.

색감도 원색으로 화사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기분좋게 만들어 준다.

이수동 화백의 그림에세이 중에서 유달리 꽃그림과 자작나무 그림이 많았다. 산에서 만나는 자작나무는 그저그런데, 그림 속에서 만나는 자작나무는 굉장히 멋스럽다. 왠지 '자작나무'라는 낱말도 어감이 멋스럽게 느껴진다. 이수동 화백은 자작나무 숲을 그려놓고, 자작나무 숲 사이에 연인들을 그려놓았다. 연인들은 커다란 자작나무 숲에서 아주 조그맣게 그들의 존재를 알리고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주 다정해 보이는 커플들이다.

 

이수동 화백의 그림을 들여다보면, 나무 그림이 많은데, 화폭 한 가득 그려진 나무 한 그루를 볼 수 있다. 가지가지마다 눈꽃이 피듯 화사하게 피어난 꽃들 사이로 사람은 자세히 들여야 보아야 찾을 수 있을 정도다. 화백은 사람들보다 자연을 크게 보이고 있었다. 커다란 숲, 커다란 나무들 사이로 꽃들이 몽글몽글 피어오르고, 자연에 기대어 산 사람의 모습은 아주아주 작다. 자연에 비해 아주 작은 존재라는 것처럼.

 

「사랑이 만드는 천 가지 이야기」캔버스에 아크릴릭, 「인생은 아름다워」캔버스에 아크릴릭

 

굉장히 이쁜 그림들이 많았지만, 위의 그림들이 가장 예뻤다.

나무가 좋고, 꽃이 좋으면 나이가 드는 거라더니, 화사하게 피어있는 꽃을 들여다보니 마음까지 환해지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이 두 그림의 경우 책의 표지 그림으로, 부록으로 딸려온 노트 표지로 사용했다.

 

「사랑이 만드는 천 가지 이야기」는 연리지다.

 

연리지 .....,

두 나무가 서로 아끼고 사랑하여

천 송이 꽃을 피웠습니다.

사랑은 참으로 변화무쌍하여

안타깝고 아프거나, 혹은 즐겁고 행복한

천 가지의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그러나 돌아보면 결국 다, 아름답습니다.

꽃처럼 아름답습니다.  (135 페이지)

 

그림들이 꼭 순정만화속처럼 어여쁜 그림들이라서 난 이수동 화백이 젊은 남자인줄만 알았다.

하지만 그의 일상다반사를 보니 육십을 앞둔 분이라는 걸 알았다. 그림을 그린지 30년이 되어가는 해에 집을 샀다며 기뻐하는 그 순수함에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 또한 이수동 화백이 드라마 「가을동화」에서 주인공 윤준서가 그린 그림의 실제 화가라는 점도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알았다. 난 이제 그의 다른 그림 에세이 『토닥토닥 그림편지』도 읽고 싶어졌다.

 

이수동 화백의 그림 에세이는 책과 그림을 보는 이들에게 위로를 건네고, 따뜻한 내음을 선사한다. 위로를 받고 싶은 시절이 엊그제 같았는데, 상대방에게 위로해 줄 나이가 되었다고 말하는 그의 에세이는 우리에게 행복을 선사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