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일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 푸른숲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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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내가 죽었을때, 이승을 헤맨다면 어떨까.

죽기 전의 이승의 인연들의 안타까움 때문에 저 먼 곳의 안식을 향해 가지 못한다면 어떨까.

 

가끔, 내가 죽은 후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마음을 훌훌 털어버리고 가면 그만일텐데도 남겨 둘 사람 때문에 가슴 아파 옴을 느낄수 있었다. 내가 만약 죽는다면, 『제7일』에서의 주인공 양페이 처럼 그렇게 화장터에 가지 못하고 7일간을 헤매게 될까. 그런 고민을 하게 되는 책을 만났다. 위화의 책을 처음 만났는데, 위화 작가는 『허삼과 매혈기』의 그 위화 작가였다. 작품으로 읽지 못하고, 이웃분의 리뷰로만 만났던 작품이었다.

 

죽음을 생각하면 늘 두렵다.

병원에 오래 계신 엄마의 죽음도 언젠가는 다가올거라는 것 때문에 두렵고, 아빠나 시댁 어머님, 아버님의 죽음도 두렵다. 종교적인 믿음을 가지면, 죽음이 두렵지 않을까.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가야 할 그들의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을것 같다.

 

나는 죽는게 두렵지 않아. 조금도 두렵지 않단다. 내가 두려운 건 다시는 너를 못 보는 거야. (135페이지)

 

사고로 인해 죽은 양페이는 이승을 떠났지만, 저승으로 향하지 못하고 있다. 예약된 시간에 화장터에 가려던 그는 묘지도 유골함도 없어 화장터에 갔다가 다시 나와 이승과 저승 사이의 공간에서 7일을 보낸다. 이승의 인연들을 정리하는 시간, 저승으로 가기 위한 공간이다. 제7일을 보내면 그는 안식을 얻는 저승으로 갈수 있는 것일까.

 

 

그는 자신의 과거 속 인연들을 만난다.

얼굴은 거의 그대로인것 같지만, 목소리가 변해 알아들을수 없지만, 틀림없는 인연들이다.

마음으로 사랑했던 여인을 다시 만나 그녀와의 사랑, 함께 했던 시간들, 헤어졌던 아픈 순간들을 되새긴다. 영원히 사랑하는 여인을 향한 애틋함을 느낄수 있었다.

 

감정에 관한 한 나는 문과 창문이 꼭 닫힌 집처럼 답답하고 둔했다. 사랑이 문 앞을 왔다 갔다 ㅎ면서 내는 발걸음 소리를 분명히 들으면서도 그게 지나가는 행인의 발걸음, 다른 사람을 향한 발걸음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발걸음이 멈춘 다음 현관의 벨을 눌렀다. (60페이지)

 

양페이는 자신이 태어나던 순간을 스치듯 본다.

열차속 화장실에서 태어났던 아이. 양페이를 애지중지 키웠던 그의 아버지 양진뱌오의 삶을 들여다 본다. 자신이 기억하지 못했던 순간들, 아버지에게 스쳐 지나갔던 어떤 이모의 희미한 모습까지도. 자신을 위해 결혼도 하지 않았던 아버지의 인생을 들여다 본다.

 

위화는 『제7일』에서 인생의 한 모습들을 보여준다.

기뻤던 순간들, 행복했던 순간들, 슬펐던 그 모든 순간들이 한 순간에 스쳐갔다는 걸 깨닫는다. 그 순간 들을 잊지 못해 자신의 인생을 반추해 볼수 있는 곳, 제7일의 공간 속이다.

 

왜 죽은 뒤에 오히려 영원히 사는 것처럼 느껴질까요? (215페이지)

 

내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 죽어서도 잊지 못할 소중한 이들을 다시 한번 바라보게 된다. 사람이 살아간다는 것. 이 모든 순간들을 추억할 수 있는 시간들을 만드는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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