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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의 비극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아영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6월
평점 :
새생명의 탄생, 모든 사람들에게 축복받아 마땅할 일이지만, 때로는 누군가에게는 그 새생명이 필요치 않을수도 있다. 좋아서 사랑을 할때는 언제고, 아이가 생기면, 그 책임을 면하기 위해, 임신 중절 수술이라는 극단적인 행동을 취하게 한다. 누군가는 아이가 생기지 않아 병원에 다니며 십 년 넘게 고생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수술대위에서 핏덩이로 쓰레기통에 버리고 있다. 아직 아이가 제대로 형성되기 전이라고 하지만, 아주 적은 개월수부터 아이의 심장이며 장기가 생긴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처음 아이를 임신하고 병원에 갔을때, 초음파로 보여진 아이의 조그만 형체, 점 하나로 보였지만, 들리는 심장소리에 가슴이 먹먹해짐을 느꼈다. '나, 살아 있어요.' 하고 외치는 듯한 심장소리에 아이가 얼른 커서 무사히 태어나길 기도했다. 개월수에 따라 들리는 태동에도 생명의 신비함을 느꼈다.
다카노 가즈아키는 『제노사이드』에서 인간의 잔학성과 또 사람을 살리고자 하는 휴머니즘에 대해서 썼고, 『13계단』은 사형제도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작가는 이번 작품 『KN의 비극』에서 생명의 소중함을 이야기한다. 또한 책임감이 따르지 않는 임신과 임신중절이 과연 옳은가. 그로 인해 아직 태어나지 않은 뱃속의 아이도 새생명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 한다.
결혼한지 얼마되지 않는 슈헤이는 작가다. 최근에 새로운 작품을 써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슈헤이는 아내 가나미와 살기위해 넓은 맨션을 구입했다. 가나미의 수입과 자신의 슈헤이의 수입을 합치면 대출을 갚을수 있겠다 싶었다. 그러던차에 가나미가 임신했다는 소식을 전해오고, 더 경제적으로 안정될때 아이를 갖자며 임신중절 수술을 하자고 가나미를 설득한다. 아이를 낳고 싶은 가나미는 어쩔수 없이 수긍하고, 산부인과 의사였던 정신과 의사 이소가와가 그들을 돕는다. 하지만 가나미에게 다른 여성의 존재가 보이기 시작했다. 임신 중절을 막으려는 다른 인격인건지, 다른 여성으로 빙의된건지 알수가 없다.
자신이 가진 것을 포기하지 못해 임신 중절을 택한 슈헤이는 모든 보통의 남자가 아닐까 싶다. 사실 여자로서 내가 만약 가나미같은 상황이었다해도 아이를 중절수술에 마지못해 동의했을것 같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에게 처한 힘든 상황에서 슬기롭게 헤쳐나가려는 모습을 보인다.
우리는 이 책을 읽고 한번쯤 우리 자신을 들여다보게 된다.
아이를 너무도 간절하게 갖고 싶은 경우가 아니었을때, 부담으로 다가온 임신에 대해 많이 망설였던 점, 아이를 보호하고 자신만의 아이를 낳고 싶은 '엄마가 되는 과정', '아빠가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었다. 어느 날 아이가 생기고, 바로 부모가 될 준비가 되지 않는다. 책을 읽어도, 지식일 뿐이고, 진짜 부모가 되어가는 과정은 아이를 키우면서 배워가는 것 같다. 사랑을 하는 일에도 책임감이 함께 온다는 것을 작가는 이야기하고 있다. 새생명의 탄생을 지켜보는 경이를 느껴본 사람은 알것이다.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