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봤어 - 김려령 장편소설
김려령 지음 / 창비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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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득이』로 처음 김려령 작가를 만났다. 그 전에 아이들 독서 관련 책으로 『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가 집 책꽂이에 있었지만 읽을 생각을 못했고, 『완득이』로 인해 책을 닳도록 아이들과 나, 신랑까지 온 집안 식구가 몇 번씩 돌려보았다. 중학생인 둘째 아이는 김려령 작가의 새로운 작품이 나오지 않느냐며 자주 질문할 정도이다. 물론 『완득이』를 영화로 만든 것까지 봤을 정도로 우리집의 스타 작가이다. 작가, 김려령은. 지인으로부터 김려령 작가의 신작, 그것도 청소년 문학이 아닌 일반 문학으로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책을 구입했다. 작가의 이름만으로도 열심히 클릭질을 하게 만드는 능력을 지녔다.

 

 

이번에 새롭게 청소년이 아닌 일반인들에게 다가올 『너를 봤어』는 역시 김려령 작가의 필력을 알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작가의 말에서 동화 작가에만 머물지 않겠다고 했다. 나는 그녀의 다른 청소년 문학을 읽었을때도 그녀가 동화 작가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청소년 문학은 청소년도 읽지만, 어른이 더 많이 읽지 않나.

 

 

우선 『너를 봤어』는 연애소설이라고 분류되어 있다.

맞다. 연애소설이다. 하지만 연애소설에서 주로 볼수 있는 달달함은 거의 없었다. 3,40대가 가지는 그들만의 열정과 약간의 건조함이 있는 사랑 얘기랄까. 또는 한 사람에게는 간절한 사랑이야기이기도 했다. 작가 김려령은 이 연애소설에서 폭력을 이야기하고, 또는 죽음을 마주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자신에게 처음으로, '사랑' 으로 다가온 소설가, 여자 서영재. 그 여자를 바라보는 중견 소설가인 한 남자 정수현의 이야기이다. 또한 베스트셀러 작가였지만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정수현의 아내의 이야기, 또는 모든 소설가 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내 것은 다 가졌으면 좋겠는 사람이, 지금 여기 있습니다.  (163페이지)

 직업이 소설가 인 사람들, 책을 읽는 독자들이 보는 소설가들은 연예인 못지 않게 관심의 대상이다. 소설가인 주인공들 답게 그들은 모이면 책이야기를 한다. 모여서 책 이야기를 하고, 함께 밥을 먹으며, 술을 마시면서도 온통 책이야기 뿐이다. 소설가들에게 다른 소설가들의 이야기는 그저 소소한 것들이다. 글이 써지지 않음에 대한 것, 한창 글을 쓰고 있는데 누군가 걸려온 전화 때문에 쓰던 원고를 다 버려야 했던 이야기들을 한다. 그런 이야기들을 들으며, 그래서 은둔하듯 글을 쓰는 구나 싶었다. 하물며 이 작은 리뷰를 쓰는데도 맥이 끊기면 문맥이 이상하잖나.

 

 

 

 

잘나가는 중견 소설가에다 출판사에서 편집 일을 하는 수현에겐, 수현을 콕 찍어 편집 일을 맡기며 수현과 결혼하고 싶어했던 아내가 있었다. 그런 아내를 수현은 집안의 정물처럼 바라보았다. 수현에게는 오랜시간동안 수현의 마음을 어지럽혀 온, 손밑의 가시같은, 엄마가 있다. 수현의 마음속 깊은 곳을 들여다보면, 소설가 답지 않게, 살인자이기도 하다. 그가 살인자라는게 어쩌면 그가 쓰는 소설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작가는 수현을 살인자로 만들어버렸다. 하지만 아버지는 형에게, 형은 수현에게 했던 폭력 때문이었는지, 수현이 살인자라는 걸 믿고 싶어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나는. 아마도 그가 소설가이기 때문이었을수도 있다. 소설가는 그러지 않아야 한다는 것 같은 기대감 때문인지도. 

 

 

그런 그가 처음으로 사랑에 눈을 떴다. 내 것이었으면 하는 사람, 서영재를.

서영재는 아직 젊지만 여러번 문학상을 받은 촉망받는 신예 작가이기도 하다. 주로 소설 속에서 누군가를 많이 죽이는 게 문제긴 하지만. 그런 예쁜 작가를 마음에 품었다. 그가 가는 곳엔 언제나 아내의 환영이 보였다. 사랑하지 않는 아내였지만, 아내를 위해 냅킨을 깔고 물잔을 놓는 무의식적인 행동을 하는 수현이다. 영재를 만나 사랑하면서 수현은 자신의 아내를 조금쯤은 이해를 하고 보내고 있었다.

 

몰라. 그냥 좋아. 처음으로 내 것이었으면 하는 사람을 만났다. 내가 가졌다고 말하고 싶은 사람. 또 그렇게 나를 가졌으면 하는 사람. 그런 사람을 만나기까지 사십육년 걸렸다.  (124페이지)

 『너를 봤어』라는 제목은 소설속에서 수현이 차기작으로 정해놓은 제목이다.

또한 서영재와 윤도하의 작품 제목이기도 하다. 제목에서의 너는 수현이 바라 보는 영재의 모습이다. 김려령 작가는 서영재에게 자신의 모습을 투영시킨 것 같았다. 집필 과정이나 원고를 썼다가 버리는 습관도 닮았다 했다. 또한 우리가 일상에서 매일 하는 것들, 작가는 밥을 먹듯이 글을 썼다 했다. 밥을 먹듯 책을 읽는 우리들의 모습과도 닮은 것도 같다.

 

저수지에서 그들이 나누는 대화, 도하랑 영재랑, 또는 영재랑 수현이랑. 그들이 나누는 대화는 조금 안타깝다. 그러면서도 발칙하다. 그들의 시선이 얽히는 곳, 저수지의 물결과 그 끝이 왠지 아련하다 느끼는 것은 나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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