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으면 - 낮의 이별과 밤의 사랑 혹은 그림이 숨겨둔 33개의 이야기
황경신 지음 / 아트북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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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으면 보이고, 눈을 감으면 들리고, 눈을 감으면 안다. (133페이지)

 

 

그림을 좋아한다. 책 속의 그림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그림이 말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한참을 들여다 보곤한다.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난 「희망」이란 그림. 그림을 넣어 둔 거울속에서 만난 그림을 보며 저자는 절망 만이 가득한 그림 속에서 간절한 희망을 빛을 보는 것이다. 희망을 빛을 가리게 하얀 천으로 눈을 가렸고, 앞으로 나아가지도 못하게 말은 신발도 신지 않는 맨발이다. 그곳에서 희망을 엿본 저자의 그림을 보는 방법을 배웠다.

 

 

저자 황경신은 33편의 그림을 이야기한다.

그림을 보고, 자신의 상상력을 동원해 그림 속에 숨어있는 것들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황경신이 이야기하는 상상력 속으로 들어가 그림을 속속들이 바라보게 된다. 대부분의 그림에 관련 된 책들은 그림을 그리게 된 화가의 이야기들이 주를 이룬다. 돈이 없어 모델을 살수 없는 화가와 모델의 이야기를. 우리는 그 이야기 속에서 화가에 대한 마음을 열고 그림을 들여다보게 되는데, 황경신은 그림을 달리 보는 방법을 가르켜 준다.

 

 

조지 프레더릭 와츠. 「희망」

 

 

그림을 보며 그림속에 깃든 이야기들을 상상하게 만든다.

그녀가 이야기하는 그림속의 이야기는 정말 진실인것만 같다. 아래 그림 「새장을 든 소녀」도 왠지 사랑을 기다리는 한 소녀가 새장 속의 새에게 노래를 가려켜주려는 것만 같다. 이렇게 그림속의 소녀의 이야기는 사실처럼 다가든다. 우리는 이야기를 듣는다.

 

 

요제프 리플로너이. 「새장을 든 소녀」 

 

 

황경신이 이야기하는 제임스 티소의 「지나가는 폭풍」을 말할때는 폭소를 터트렸다.

자신을 들여다 보는 남자, 그에게 말을 걸지 않으면서도 폭풍이 오기를 바라는 여자의 바램을 말했다. 폭풍이 오면 비가 내릴테고, 비를 피하기 위해 문을 두드리기를 기다리는 여인, 남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기 위해 뒷모습을 보이고 있는 저 여인을 보라. 때로는 평범하게 다가드는 사랑이 좋음을 모르는 것 같다. 폭풍처럼 몰아치는 사랑, 잊을 수 없는 기억 한 자락을 갖기 위한 여자의 모습이다.

 

 

제임스 티소. 「지나가는 폭풍」 

 

 

글의 첫머리에 있는 말처럼, 눈을 감으면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인다. 눈을 감으면 들리지 않았던 소리들이 들린다. 언젠가 친구들과 등산을 할 때이다. 시끄럽게 이야기하며 산행을 하고 있을 때는 새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조용하게 걷고 있을 때의 새의 지저귐은 굉장히 기분을 싱그럽게 만들었다. 산속에서 들리는 새들의 지저귐, 하나의 새가 지저귀면, 다른 새는 다른 지저귐으로 답을 하고 있었다. 조용한 산속이었기에 들리는 새소리, 평소에 듣지 않았던 새소리가 들리는 것은 우리가 눈을 감은 것처럼 입을 다물었기 때문일 것이다.

 

 

요가를 하면서 명상의 시간을 가질때, 눈을 감고 명상을 하게 된다.

무념무상의 시간을 갖가고 하는 명상이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이 한참이 걸린다. 눈을 감으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 생각이 난다. 마치 그림처럼 그 광경이 보이는 것이다. 갖가지 생각들을 버리고자 하지만 그 생각들은 날개가 되어 춤을 춘다. 눈을 감으면 보이는 것들, 애써 지우고자 했던 것들도 생각나, 때로는 지우고자 고개을 흔들기도 한다.

 

 

로렌스 알마-태디마. 「실버 페이버리츠」

 

 

 여태 그림에 관련된 책을 읽어왔던 것처럼, 그림을 그리게 된 배경과 화가의 이야기가 있는 글들이 훨씬 더 좋은 것 같다. 물론 그림을 보는 일은 즐겁다.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의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작가의 심미안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책 속의 그림과 작가가 그림을 보고난 뒤, 눈을 감고 생각난 것들을 그린 이야기들을 보며 우리는 우리의 이야기들을 지어낼 수도 있을것 같다. 그림을 본 뒤, 눈을 감으면 생각나는 이야기들을 우리만의 감성으로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황경신이 눈을 감고 이야기하는 이별, 슬픔, 성장, 사랑에 관한 이야기들을 우리는 우리의 마음을 열고 읽고 본다. 그림을, 그림속의 이야기들을. 그림속의 이야기들을 우리만의 이야기로 만든다. 눈을 감으면, 이제 그림이 보인다. 그림속의 이야기들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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