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소년 1
이정명 지음 / 열림원 / 201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60481729.... 이런 숫자가 나온다면 보통의 사람들은 이 숫자들이 무엇을 나타내는 숫자인지 제대로 알지 못할 것이다. 숫자들이 열거되어 있을때 나처럼 머리부터 아파오는 사람들도 상당할 거라 생각이 든다. 하지만 소설 책 속에서 만나는 숫자들과 숫자들의 조합, 숫자들을 이루는, 예를 들면, 카프리카수나 케빈 베이컨의 법칙, 푸앵카레의 추측 등이 나오면, 책속의 주인공과 연관이 있기에 관심과 흥미를 가지고 지켜보게 된다. 수의 신비함, 수의 마력에 빠져들고 만다.

 

 

소설가 이정명은 한글 창제의 이야기를 추리식으로 전개해 나가는 『뿌리깊은 나무』로 한글의 소중함, 위대함을 알게 했고, 신윤복과 김홍도의 이야기를 흥미있게 그려낸 『바람의 화원』으로 우리를 조선시대의 그림으로 인도했다. 또한  '별'하면 생각나는 윤동주의 이야기를 『별을 스치는 바람』으로 우리를 시 속에 빠져있게 하더니, 이번엔 수학 천재이자 아스퍼거 증후군인 탈북자 소년의 이야기를 그렸다. '바보라 불린 어느 천재의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자폐증에 걸린 소년이 수에 대해서만은 천재적인 능력을 가진 소년의 이야기를 담았다. 작가가 안내하는 북한의 실상, 수용소의 현재, 배고픔에 찌들어 있는 아이들의 심정, 한 그릇의 하얀 쌀밥을 머릿 속에 그리는 아이들의 참담한 모습을 그려내었다.

 

 

자폐증에 걸린 아이들이 다른 사람들과 눈을 맞추지도 않을 뿐더러, 다른 사람과의 부딪침도 없이, 오로지 혼자 만의 생각에 빠져 있는 아이라고 알고 있다. 오래전에 톰 크루즈가 나왔던 영화 속에서도 그런 인물이 나왔었다. 그래서 이 책 속의 주인공 길모에게 쉽게 마음을 열었다. 수에 대한 생각밖에 없었지만, 수용소 강 아저씨의 딸을 보살펴 달라는 말을 듣고 영애를 보살피려는 마음을 가졌다.

 

 

세상도 그럴 것이다. 우리 하나하나는 작고 보잘것없지만 무언가를 완성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리라. 아무리 쓸모없는 바보라 해도 세상의 아름다움을 완성하는 작은 조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1권, 78페이지)

 

 

 

뉴욕의 퀸스 지역에서 한 남자가 총에 맞아 숨져 있었고, 그의 곁에는 숫자들이 있었고, 의미를 알수 없는 도형들, 그리고 하나의 문장이 있었다. '나는 거짓말쟁이다' 라는 문장. 정보당국에서는 그에게 신문을 하지만, 그는 입을 다물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그에게 간호사는 수열로 대화를 시도한다. 다른 누구도 아닌 간호사에게 그는 북한에 있을 때부터의 오래된 이야기를 건넨다. 의사에서 장의사가 되어 죽음배달부가 된 아버지의 이야기부터, 아버지의 깊은 사물함 속에 있었던 한 권의 책으로 인해 수용소에까지 가게 된 긴 이야기를.

 

 

길모에게는, 길모의 수에 대한 능력을 알아 준 수학 선생님이 있었고, 북한에서의 친구 재하가 있었다. 그리고 수용소에서는 강 아저씨가 있었고, 길모와 함께 북한을 탈출하고 연길, 마카오 까지 여정을 함께 했던 날치도 있었다. 그의 삶의 모든 것인, 영애가 있었다. 그리고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수열로 통하는 안젤라가 있었기에 우리는 그가 말하는 그의 진실들로 다가갈 수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아버지는 '배달부'이고 어머니는 '우체통'이라고 말해주었다.

"아버지는 우리를 세상에 배달했고 어머니는 우리를 뱃속에 넣어 간직했기 때문이야. 그러니까 아이들은 '편지'야." (1권 147페이지)

 

 60481729 = 6048+1729 = 7777, 7777² = 60481729

 

 리뷰 맨처음에 있었던 수는 위와 같이 풀이된다. 이것을 카프리카 수라고 한다. 오로지 수에 대해 대해서만  생각하는 천재 소년의 이야기는 우리를 감동으로 이끈다. 작가 이정명이 『뿌리깊은 나무』에서도 마방진에 대한 것을 알려주며 우리를 흥미있게 하더니 이번엔 숫자였다. 수도 이렇게 재미있고 흥미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내용이었다. 북한의 실상은 탈북자 들이 써낸 책을 참조 했고, 아스퍼거 증후군에 대한 이야기들도 역시 외국의 어떤 사람의 이야기를 참조 했다고 했다. 또한 신비한 수열에 대한 것도 여러 책들을 참조 했다고 책 2권의 말미에 작가의 말에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다양한 정보가 있는 책을 읽는다고 해서 지식들이 이야기로 나오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맛있게 버무려 하나의 이야기를 두 권의 책으로 냈다. 그러한 작가의 역량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작가가 말한 이야기들을 따라 가며 즐거운 마음으로 푹 빠져 읽었다. 

헤어진 것들은 다시 만난다. 그게 숫자로 된 것이든, 사람이든. 연인이든. 

이정명 작가는 또 하나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써냈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내용, 감동으로 다가올 내용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