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아이 창비청소년문학 50
공선옥 외 지음, 박숙경 엮음 / 창비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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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책을 좋아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제대로 눈을 뜨기 전부터 잠자리에서 책을 읽어주곤 했었다. 아이들 동화책을 몇 질을 구입해놓고는 내가 더 좋아해 먼저 읽고, 아이들에게 읽어주고, 책을 읽어주다가 잠이 들어도 그 한 권을 다 읽어주는 억척스러운 엄마였다. 3,4년 직장을 쉴때는 하루면 20여 권의 책을 읽어 주고, 같은 책도 여러번 읽어주기를 일상으로 삼았다. 그렇게 책을 읽어주니 아이들은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랐다. 중학생이 되면서부터는 학원때문에, 친구들 때문에 책을 많이 읽지 못한다. 아이들 말대로 읽을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올해 중학교 3학년인 아들아이는 그래도 시험이 끝나는 때 학교에서 빈 시간에 읽을 책을 권해 달라고 한다. 그래봐야 일 년에 몇 권 읽지는 못하지만, 시간이 조금 빌 때 읽으려하는 그 마음이 이쁘다.

 

 

나는 문학 서적을 많이 좋아하고, 습관처럼 자주 읽는다. 문학 서적 중에서도 청소년 문학을 즐겨 읽는데, 내가 읽고, 아이들에게 권해주면서 공감을 하고 싶기도 하고, 또래 아이들의 감정들, 행동들을 보며 이런 아이들이 있구나 하고 느꼈으면 좋겠고, 내가 미처 말로 하지 못하는 말들을 책으로 알아들었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우리 가족이 특히 좋아하는 청소년 문학은 역시 '창비청소년 문학'이다. 제1회 수상작인 『완득이』에서부터 『위저드 베이커리』, 『싱커』, 『두려움에 인사하는 법』을 읽고, 현재 중학생인 아이는『비바, 천하최강』을 읽고 있다. 한 권이 빠져 최근에 책 구입할 때『내 이름은 망고』를 구입해 같이 읽고자 한다. 아이들은 책을 한두 번 읽고 끝나는게 아니었다. 좋아하는 책이면 몇 번이고 읽어 책의 겉장이 닳아질 정도였다. 이처럼 우리 가족에게 사랑받는 창비청소년 문학의 50권째 기념 소설집이 나왔다. 우리가 좋아하는 청소년 문학 작가인 김려령 작가나 구병모 작가의 책이 있어 반가웠고, 공선옥, 전성태, 최나미, 이현, 배명훈 작가의 단편 소설들이 들어있어, 청소년들을 바라보는 작가의 다양한 시선들을 만날 수 있었다. 책 표지에서부터 우리의 눈을 확 끌어당겼다.

 

 

책을 엮은이도 말했지만, 중학생 정도의 눈높이 맞춰 쓴 청소년들에게 적절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어른인 내가 읽으면서 '이거 어른들의 이야기야?' 할 정도로 잔혹 동화도 있었고, 아들 녀석이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과학분야의 소설도 있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청소년 들도 많이 공감할 내용이었다.

 

 

중학생에게 가족은 귀찮은 존재, 친구보다 못한 존재가 아닐까 한다.

공선옥 작가의 『아무도 모르게』는 엄마와 단 둘이 살고 있는 중학생인 한 소년의 마음을 솔직하게 담아낸 글이었다. 반 친구들과 캠핑을 가서 담임선생님은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요?' 라는 걸 생각해보고 친구들앞에서 발표하는 시간을 갖자고 말씀하신다. 친구들은 처음엔 쭈뼛거리다가 하나둘씩 마음속에 있는 속내를 이야기하고, 소년은 자신의 차례가 돌아오기 전에 화장실 간다며 밖으로 나가버린다. 그러면서 엄마와 함께 살고 있던 여수를 떠나와 강릉에 까지 오게 된 사연을 생각한다.

 

 

구병모 작가의 『화갑소녀전』은 '성냥팔이 소녀'를 비틀어 쓴 잔혹 동화였다.

아이들이 생각하는 이 곳은 동화처럼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것을 일러준다. 성냥을 팔면서 너무 춥고 배가 고파 성냥 공장으로 가 창 밖도 내다보지 못할 정도로 일에 매어 있었지만, 병을 앓고, 자신을 지키기 위해 밖으로 빠져 나가려는 한 소녀를 이야기한 작품이었다. 자신의 실리를 위해 아이들에게 나쁜 행동하는 어른들의 모습은 요즘을 살고 있는 현실을 조금 보여주고 있었다. 삶은 잔혹동화일수도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은 것 같았다.

 

 

역시 이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김려령 작가의 『파란 아이』가 소설집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어왔다. 태어날 때부터 입술이 파란 소년은 표지 사진에서처럼 예쁘장하게 생겼고, 신비한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소년이었다. 엄마로부터 죽은 누이의 이름을 그대로 물려 받아 엄마에게는 선우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할머니에게는 은결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운다. 방학이면 시골 할머니 댁에 와서 할머니를 돕고, 친구 동아가 내려와 방학을 함께 보내게 되면서 동아는 친구 선우가 학교에 있을 때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을 보고 의아해 하고, 입술이 파란 아이에게 왠지 이상하게 설레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판타지가 약간 섞여 있는 듯한 소설이 참 마음에 들었다.

 

 

 

 

 

올해 1월, 파워블로그 모임에서 만난 배명훈 작가를 보면서, 사실 그의 작품을 한 권도 읽어보지 못해 안타까웠었는데, 창비 청소년문학 50권 기념 소설집이 배명훈 작가의 이름이 보여서 무지 반가웠다. 드디어 그의 작품을 읽어볼 수 있겠구나. 배명훈 작가의 『푸른파 피망』은 SF과학소설이었다. SF나, 과학 쪽은 내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거라 별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굉장히 유쾌하면서도 위트있게 그렸다. 다른 별에서 살다가 모인 행성에서 살고 있는 공전 주기와 자전 주기가 달라 나이도 각자 다르게 사는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이 행성에서 전쟁이 일어났다. 한쪽은 식량이 채소 종류만 죽어라 오고, 한쪽은 고기만 오고 있어서, 물려 도저히 먹지 못할 지경에 까지 이러렀을때 대처하는 모습들을 담았다. 북한에서 자꾸 우리 동해 쪽으로 뭔가를 날리고 있다던데,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평화롭게 살수도 있을것을 생각케 하는 글이었다.   

 

 

태어난 지 일 년도 안된 고양이를 독립시키기 위해 과감하게 내치는 이야기를 담은 이현의 『고양이의 날』과 수몰된 마을에서 전학 온 여자애를 좋아해, 그 아이가 산업체 고등학교로 떠난다는 소식을 듣고 편지를 써 주머니에 담고 다니는 소년의 이야기가 그려진 전성태 작가의 『졸업』은 자신의 미래를 향해 떠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실현하려는 마음을 담았다. 우리 모두는 부모로부터 독립하게 되고, 자신의 길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부모입장에서도 떠나 보낼 생각을 조금씩 해야 할 것이고. 최나미 작가의 『덩어리』는 한 아이들의 교실 풍경을 담았다. 여학생 수가 많아 공교롭게 자기 반만 남녀 합반이 아닌 여자로 만 된 반이라는 이유로 억울하고 부끄러웠지만, 반장인 찬옥이의 리더십으로 그 반은 뭐든지 자주적으로, 열심히, 신나게 임하는 반이었다. 그런 것들이 과해졌을때, 완벽한 반이었지만, 괴물같이 7반 '덩어리'가 되고 있었다. 여러 사람의 생각이 같다는 이유로 자신들의 생각을 강요하는 일이 발생하는데 그것을 견제하자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욕심같아서는 아이들에게 세계문학을 읽히고 싶고, 우리 한국고전문학도 읽히고 싶다.

하지만 재미없어하니 굳이 강요해 읽히고 싶지는 않다. 아이가 읽을만한 청소년 소설 추천해 달라고 할때 나는 자신있게 창비 청소년문학을 추천해 주고 싶다. 다양한 색깔이 입혀진 창비 청소년문학 50권 기념 소설집인 『파란 아이』부터 추천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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