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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마실 - 커피향을 따라 세상 모든 카페골목을 거닐다
심재범 지음 / 이지북 / 2013년 4월
평점 :
품절
주말 아침이면, 평소보다는 늦은 아침을 먹고, 집안을 정리하고, 씻는다.
씻고 나서 집안 가득 커피향이 퍼지게 커피 머신을 작동한다. 내가 좋아하는 커피는 블루마운틴과 헤즐럿을 함께 넣어 끓여마시는 커피다. 간단한 간식거리를 내놓고, 커피 한 잔을 머그잔으로 가득 따라 커피를 마신다. 그리고 책을 읽는다. 이것처럼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도 없다. 책에 빠질수록 뜨거운 커피에서 약간 미지근한 커피로 되지만, 나는 한 잔을 더 마신다. 커피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내가 이십대 시절, 친구들과 카페를 자주 다녔다. 지금처럼 커피 전문점이라기보다는 그때는 간단한 음식과 술도 파는 카페가 주를 이루었다. 커피를 마시러 다니면서 이름이 멋있어 에스프레소를 시킨 적이 있다. 카페 직원은 내 탁자에 와서 램프를 켜고 길다랗게 생긴 포트 비슷한 걸 가져와 달궈 커피를 내려주었다. 먹물처럼 까맣고 걸죽해보이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자 한약보다도 더 쓴 커피였다. '내가 왜 이걸 시켰지'하고 속으로 생각하면서 쓰디쓴 커피를 꾹 참고 다 마셨던 적이 있었다.
평소에 커피 전문점을 가면 나는 깔끔한 맛을 좋아하기 때문에 '아메리카노'를 즐겨 마신다. 언젠가 친구가 서울에서 내려와 같이 중국집에 가 코스 몇가지가 나오는 음식을 먹었더니 속이 느끼해 커피를 마시러 가서는 오랜만에 에스프레소가 마시고 싶어 시키고는 조금 떨리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내가 즐겨 마시던 아메리카노 잔과는 비교도 되지 않게 작은 잔에 물과 함께 나온 에스프레소를 마셨다. 생각보다 부드러운 맛이었다. 진하면서도 부드러운 맛, 그리고 찬물을 입안을 헹구니 그렇게 맛있을수가 없었다. 이제는 에스프레소도 자주 마셔 주리라 이렇게 생각한 적이 있었다.
아시아나항공의 승무원으로 입사해 세계에서 인정해주는 바리스타 자격증이 있는 사람으로 현재 아시아나 바리스타장으로 있는 심재범이 비행이 있을때마다 도착한 곳에서 커피로 유명한 카페를 다니며 쓴 커피향이 가득한 에세이다. 전문적인 바리스타가 아니기 때문에 그가 쓰는 용어들이 다소 낯설었어도 커피이야기를 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우리가 즐겨 마시고, 또 만나는 장소도 커피향이 배어있는 카페이므로 우리는 커피 이야기를 즐겁게 읽을수 있었다.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의 모습이나 카페의 분위기, 카페가 있는 거리의 풍경을 보며 색다른 카페 여행을 하고 있었다.

우리처럼 커피를 좋아하는 일반인들은 그저 커피를 마셨을때, 맛있으면 그만이었는데, 커피 전문가인 바리스타 답게 그는 한 잔의 커피를 시키고, 그곳의 분위기를 즐기며, 커피를 만들어주는 바리스타의 모습을 관찰하고 그가 입안 가득 느끼는 커피맛을 표현하고 있었다. 또한 그는 프랑스의 유명한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프랑스 혁명과 20세기 실존 철학까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저 그 자리가 좋아, 그곳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을텐데, 저자는 자신이 있는 장소의 역사에 대해서도 궁금해하고 있었다.
나는 대부분의 커피가 거의 쓴맛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가 커피를 마시며 말하는 맛은 과일맛이 나기도 한다는 걸 알수 있었다. 너무 한 가지의 커피 맛에만 익숙해진걸까. 커피를 마시며 다른 맛을 느끼지 못했는데, 다음부터 커피를 마신다면 이것저것 실험을 해보리라 하는 생각까지 했다.
커피는 원래 쓰지 않으며 달콤하고 부드럽고 향기롭다는 사실이 일부 사람들만 아는 비밀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216페이지)
물과 커피 가루만 부으면 자동으로 커피를 만들어주는 기계가 없을때, 나는 누군가에게 선물받은 핸드드립커피를 마셨었다. 여과지 안에 커피를 붓고, 뜨거운 끓인 물을 둥글게 돌려가며 커피를 내려 마시곤 했었는데, 여과지를 다 써 어딘가에 넣어놓았다가 물건 정리할때 버렸었다. 이 책을 읽으며, 핸드드립커피 사진이 있는 걸 보고는 그걸 버린게 못내 아쉬웠다. 오늘 같이 한가로운 날 뜨거운 물을 부어가며 핸드드립커피를 만들어 마신다면 더할수 없이 좋을텐데 하는 생각을 해본다. 전기로 된 커피 머신이라도 돌려야 겠다. 오늘 같은 날은 집안에 커피 향기 가득 퍼지게 해놓고,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책을 읽어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아시아나 항공을 이용한다면 커피 한 잔을 청해서 꼭 마셔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