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넘어 함박눈
다나베 세이코 지음, 서혜영 옮김 / 포레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4월이면 봄이라고 할 만한 날씨에 꽃샘추위로 눈발이 휘날리는 날씨다.

'4월의 눈'이라니. 남쪽 지방엔 벚꽃이 벌써 피어 비로 인해 꽃비로 다 흩어져 버리고, 윗 지방엔 꽃망울 위에 눈이 내려앉은 정경이 보인다. 사랑은 이처럼 4월의 눈처럼 따스하면서도 춥고 시린 마음을 갖게 하는 것 같다. 이십 대의 사랑은 열정만으로 가득찼지만, 삼십 대에 하는 사랑은 사랑의 쓴맛, 단맛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상대방에게 무턱대고 다가가기도 겁나고 조심스러울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그러면서도 마음속 깊은 곳엔 사랑에 대한 열정으로, 짝을 이루고싶은 열망으로 외롭고 쓸쓸한 나날을 보내기도 할것이다. 물론 나는 서른이 되기 전에 결혼해서, 서른 넘어 홀로 인 상태를 100% 다 이해하지도 못하고, 공감하지도 못할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마음이 '어느 정도'일거라는 생각은 한다.

 

 

책은 읽어보지 못했지만 영화로 깊은 감동을 받았던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의 저자 다나베 세이코의 단편 연애소설이다. 그것도 서른이 넘어 사랑하고 싶은 여자들의 이야기인 아홉 편의 연애소설들을 묶은 책이다. 책에서 서른 넘은 여자 주인공들은 모두 누군가와 사랑하고 싶은, 결혼하고 싶은, 그러나 인생에 대해서 고민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혼자라는 외로움으로 누군가를 마음에 두고, 누군가와 함께 하고 싶은 그들의 외로움 짙은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우연하게 누군가를 만나게 되길 기다리는 모습들. 먼 나라의 모습이 아닌 바로 우들의 모습들이었다.

 

 

혼자서 여행을 다니며 남자들에게 '지금 몇시에요?'라고 말걸으며, 여행의 쓸쓸함, 새로운 상대와의 대화를 하고 싶은 서른 넘은 여자의 이야기인 「지금 몇시예요?」의 같은 경우, 오히려 전혀 생각지 못한 상대를 우연히 만나 동행을 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렸다.  혼자 여행을 하게 되면, 혼자 밥 먹어야 하고, 여러 명이서 여행 온 사람들을 흐뭇한 모습으로, 약간은 부러운 모습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하지만 혼자인게 너무 외로울 때 우리는 여행지에서 마음을 열고 사람들에게 말을 걸곤 한다. 오래 전 혼자 여행할 때 여행지에서 생소한 이를 만나 하룻밤을 같이 묵었던 일이 떠오르기도 했고, 여행지에서 동향의 동갑내기들을 만나 여름 여행을 함께 했던 일이 생각나기도 했던 내용이었다.

 

「루미코의 방」에서는 결벽증에 걸린 여자 주인공이 우연히 루미코의 방을 청소하면서 발견하게 된 아주 덩치가 큰 남자의 팬티를 발견하여 자신도 모르게 그 남자를 잠시 동경했던 이야기이다. 보자기처럼 커다란 팬티, 아버지의 팬티처럼 보이는 그것을 그녀는 마치 자신의 아버지 팬티인양 그렇게 동경했던 것이다.  

 

남녀간의 연애이야기만 다룬게 아닌 모녀관계를 다시 짚어볼 수 있는 「깜짝 우동」란 제목의 이야기도 있다. 서른 넘어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는 여자 주인공은 자신이 결혼을 못하고 있는 이유가 꼭 엄마때문인 것만 같다. 결혼할 뻔했던 옛남자가 다른데로 발령이 나 그곳에서 결혼을 하고 사내아이까지 낳았다는 소식에 엄마에게 투정을 부려 엄마가 가출해버렸다. 처음엔 저녁이면 들어오겠지 했지만 엄마가 어디 간 줄도 모르겠고, 무작정 엄마 찾아간 곳에서 한 남자를 만나 엄마를 찾아 다니고, 엄마는 곧 집에 들어온다. 그때 남자와 함께 먹었던 우동집 이름이 '깜짝 우동'이다. 우동을 먹으며 도쿄의 우동이야기를 했던 엄마를 생각하는 이야기였다. 

 

 

 

 

다나코 세이코의 연애소설 들의 주인공은 다들 평범한 보통의 여자들이다.

빼어난 미모를 간직한 여자도 아니고, 허리도 둥그렇고 약간은 통통하게 보이는 서른 넘은 여자들인 것이다. 남자들이 외모에 혹할 여자도 아닌, 나이도 싱그럽기한 한 나이가 아닌 보통의 여자들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이런 여자 주인공들을 보며 우리는 바로 나의 모습을 보는 듯한 느낌을 가진다. 다나코 세이코가 들려주는 연애 이야기들은 우울하거나 하지 않고, 시종일관 위트가 있고 유쾌하다. 심각해질 수 있는 상황도 심각하게 그리지 않고 가볍게 퉁~ 하고 치고 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 책을 옮긴이는 책의 말미에 이 책은 연애의 환상이 아니라 연애의 현실을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 '연애의 온도'가 현실적인 연애를 그렸다고 해서 여러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고 있는 모양이다. 『서른 넘어 함박눈』도 그렇다. 우리 주변에서 실제 일어남직한 이야기들이었다. 만약 내가 서른 즈음의 미혼 여자라면,,, 하는 즐거운 상상을 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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