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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매미 일기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7
하무로 린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여름 한철 살기 위해 매미는 7년을 기다리고 있다가 태어난다. 가을이 오기전에 스러짐을 아쉬워해서인가 그렇게 맴맴맴 울어댄다. 계절의 흐름에 대한 아쉬움, 삶에 대한 아쉬움. 『저녁매미 일기』는 이처럼 하루살이 같은 자신의 삶이라 하여 이름을 '저녁매미 일기'라는 이름을 쓴 무사를 바라보는 무사들의 이야기 이자, 삶에 대한 숭고함을 비춰주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다. 또한 2012년 나오키상 수상작이기도 한 하무로 린의 소설이다.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
하지만 기한이 정해진 삶을 살고 있다면,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어떤 느낌이 들까. 또한 가족도 기한이 정해진 자신의 죽음을 알고 있다면, 서로를 바라보는 그 시선은 애달픔일 것이다. 더군다나 그 시대가 에도시대라면. 가로의 명령에 복종할 수 밖에 없고, 유폐된 자의 마음이라면, 마음속엔 태풍이 일텐데도 고요한 마음을 가진 무사, 진정한 무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에도 저택에서 측실 마님과 밀통하고 그 사실을 알아차린 시동을 죽였다는 이유로 할복해야하지만, 10 년 간의 유예를 주며 유폐된 곳에서 가보를 편찬하는 일을 하고 있는 슈코쿠 공이 있다. 역시 성내에서 칼부림을 하면 할복해야 마땅하지만 가로의 명령에 따라 슈코쿠 공을 감시하고, 가보 편찬하는 일을 도우라는 명을 받고 슈코쿠가 있는 무카이야마 촌으로 오게 된 무사 쇼자부로가 이다. 쇼자부로는 할복해야 할 시기가 겨우 삼 년 남은 슈코쿠를 만나지만 죽음을 앞 둔 무사같지 않고 그의 마음은 평온해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쇼자부로는 슈코쿠의 아들 이쿠타로와 딸 가오루, 슈코쿠의 아내 이리에와 함께 기거하며, 슈코쿠를 도와 가보 편찬하는 일을 도우면서 번주에 얽힌 사실들을 알아간다. 또한 슈코쿠의 목숨을 구할 방법이 없는지 강구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사람은 마음이 정하는 곳을 향해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마음이 향하는 곳에 뜻이 있고 그것이 이루어진다면 목숨을 잃는 것도 두렵지 않다. (306페이지)
쇼자부로는 슈코쿠와 생활하면서 죽음을 앞두고 있으면서도 참된 무사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주군의 여인과 하루밤을 보냈다는 이유로 유폐된 생활을 해야 하지만, 그의 아내 또한 유폐지까지 따라와 남편을 보필한다. 이들의 가족은 모두 슈코쿠의 죽음을 알고 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기대를 걸고, 슈코쿠는 자신의 죽음을 겸허하게 받아 들이려 한다. 그의 사람됨은, 마을 농민들에게도 존경받는 무사였다. 마을 농민들의 이익이 되는 일을 권했고, 존중하는 위인이였다. 그런 슈코쿠와 가족들을 바라보는 쇼자부로의 마음이 편치 않다.
대숲처럼 고요한 슈코쿠.
그를 바라보는 가족들, 어떻게든 슈코쿠를 죽음에게서 구하고자 하지만, 자신의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슈코쿠와 그의 가족들을 바라보는 쇼자부로를 그린 무사들에 관한 이야기였다. 하무로 린의 이 작품을 읽으면서 에도시대의 무사들의 삶, 그들의 정신을 바라볼 수 있었다. 어느 곳에서나 내 사람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를 배척하는 경우가 많다. 내 사람이 되지 않을시에는 그를 죽이기까지 하는게 오늘날의 정치와 하나도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자신의 앞에 다가온 죽음 앞에서도 강직하고도 의연하게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은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