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머니의 모든 것
델핀 드 비강 지음, 권지현 옮김 / 문예중앙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엄마한테 엄마의 삶을 물으면 늘 하는 이야기가 있다.

엄마의 인생을 소설로 쓰면 몇 권이 될지 모른다고. 내가 엄마를 많이 이해한다고 생각하고, 많이 안다고 생각했었다. 여동생과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했을때 내가 엄마를 몰라도 너무 몰랐었다. 동생이 말한 엄마는 내가 알던 사람이 아니었다. 한 남자를 좋아하고, 결혼까지 한 이야기가 마치 소설같았다. 그리고 아빠의 사랑을 받지 못해 힘들어하는 모습도 보이곤 했었다. 나는 우리 엄마를 그때 처음으로 '한 여자'로 알았다. 우리 엄마도 한때는 여자였다는 걸, 아빠의 사랑을 받고 싶어하는, 지금도 여자라는 걸. 처음부터 우리 엄마는 엄마인 줄만 알았는데, 아주 고운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던 한 여자이자 엄마라는 걸 아는 순간이었다.

 

 

내가 우리 엄마의 삶을 소설로 쓴다면 델핀 드 비강처럼 엄마의 삶을 한 권의 소설로 써낼 수 있을까. 죽은지 며칠이 지나 몸이 파랗게 된 엄마를 발견한 딸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사실이 충격이었다. 엄마의 선택을 이해하기 위해 엄마의 삶을 소설로 써냈다. 아름답고 매혹적인 여자 였던 엄마 뤼실의 이야기를. 엄마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기 위해 작가는 엄마의 형제자매들과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의 삶을 조사하게 된다. 엄마가 아직 소녀였던 시절에서부터 매혹적인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아이였고, 예쁜 옷을 입고 광고까지 찍는 아이였다. 언니, 오빠, 여동생들, 남동생들속에서 뤼실은 오롯이 혼자 한쪽에 서 있는 아이였다. 보통의 아이들과는 약간 달랐던 아이.

 

 

엄마는 광활하고 어둡고 절망에 찬 땅이었다. 한마디로 위험한 일이었다.  (14페이지)

 

 

가족의 역사를 구성하는 사건들에 대해서 사람들은 모두 나름의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 서로 다르고, 때로는 상치되기도 하는 기억들은 사방으로 흩어진 별들 같았다. (44페이지)

 

 

엄마의 삶을 조사하면 할수록 차마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지 못하는 추악한 진실이 드러났다.

감추고 싶은 비밀, 도저히 감춰지지 않는 비밀, 그걸로 인해 엄마 뤼실의 삶이 나락으로 빠졌을수도 있었던 일들이 드러났다. 가족에 대한 일이면, 가족 안에서의 일이라며 쉬쉬하는 경우가 많다. 뤼실의 가족처럼.

 

 

뤼실의 아빠 조르주가 뤼실을 만지고 강간했을때도 엄마 리안은 모른 척 했다.

그 아이 뿐만 아니라 뤼실의 가족과 연결된 다른 아이들도 그랬다. 엄마 리안은 그런 조르주에게 참견할 수 없었다. 엄마가 정신이 이상해져 몇날 밤을 새워 타이핑을 해 한 편의 소설을 써 모든 가족들에게 그 사실을 알렸음에도 그 누구하나도 아는 척을 하지 않았다. 철저히 외면당한 것이다.

 

 

나는 내 가족의 가장 즐거운 모습을, 소란스럽고 분에 넘치는 생명력을, 비극을 이겨내는 그 강한 힘을 읽게 하고 싶었다. (161페이지)

 

 

 

 

어쩌면, 가족의 이야기를 소설로 써 냄으로써, 모든 사실을, 모든 사람들에게 알림으로써 불편할 수도 있는데 작가가 용기를 냈다고 생각한다. 되도록이면 불편한 사실들은 감추고 싶었을텐데도, 진정한 가족이야기, 엄마의 진솔한 이야기를 쓰고 싶은 마음이 그대로 독자들에게도 전해진 것 같다. 작가는 엄마의 모든 이야기를 쓰며 엄마를 더 이해했을 것이다. 자신이 미처 엄마를 이해하지 못했던 사실을 후회하며, 엄마가 그렇게 행동할 수 밖에 없던 일들을 가슴저미도록 느꼈을 것이다. 두려움 때문에 입을 다물어야 할까? 라고 수없이 자신에게 질문했을 것이다.

 

 

사실 가족은 많은 시간을 함께 해 온 사람들이다.

그 많은 시간들 속에서 일어나지 않아도 될 일들이 일어나기도 하며, 가족간에 상처가 되는 일도 많이 생기지만, 가족이라는 이름때문에 아예 외면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하지만 마음속에는 그 상처를 평생 안고 살아가기도 한다. 그게 정신질환으로 나타나기도 하며. 하지만 이 모든 일이 잘 되기를, 덧나지 않기를 바라는 게 또한 가족일 것이다.

 

 

지금은 병원에 계신 엄마의 삶을 생각나게 한 책이었다.

명절에 뵙고 왔지만, 바라볼 때마다 많은 것을 함께 하지 못해 늘 안타까운 우리 엄마를 떠올리게 한 책이었다. 내가 작가였다면,,,,,,,,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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