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연한 인생
은희경 지음 / 창비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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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소설을 읽으며 작가들을 본다.

소설을 읽으며 글 속에 숨 쉬는 작가들을 느낀다. 글의 행간 속에 숨긴 작가의 마음들을 본다. 소설을 읽으며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걸 느끼며 작가와 많은 부분을 공감하고 교감하는 느낌을 갖곤 한다. 작가의 책을 읽고 나면 작가를 조금 아는 느낌도 들고 작가의 생각들에 조금은 가까워지는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이다.

 

 

더군다나 작가가 말하는 글 속의 작가는 작가 자신처럼 보인다.

자신의 생각들을 책 속의 주인공인 작가들에게 조곤조곤 말하며 작가의 생각들을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었다. 이 책 또한 내게 그런 느낌으로 다가왔다. 책속의 주인공인 요셉이 하는 시니컬한 말들이 작가가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작가가 가질 수 있는 독선이나 아집들, 잘 된 작가에 대한 질투와 시기심, 작품에 대한 열망, 글 솜씨 없는 후배를 바라보는 느낌들을 그대로 독자에게 전해주고 있었다.

 

 

이 책은 연애 소설이기도 하고 작가의 생각들을 엿볼수 있는 교양소설이라고도 말하고 있었다.

책 속의 내용을 이끌어가는 인물은 한 소설가다. 요셉이라는 이름을 가진. 류라는 여자의 한때 애인이기도 했었던 작가였다. 공중전화에서 물방울 무늬 옷을 입고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고있는 여자를 보고 반한 아버지 이야기 부터 하는 류를 발견할 수 있다. 류는 류대로 류의 가족이야기를 읊조리듯 우리에게 말하고 있었고, 요셉 또한 그의 지지부진한 일상들을 넋두리하듯 말하고 있었다.

 

 

요셉은 불현듯 자신이 어떤 문 앞에 서 있으며 그 문을 열면 거기에는 원하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것 너머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누군가 요셉의 눈앞에 천천히 검은 보자기를 씌워주고 있었다. 류가 바라보는 새장 속의 새가 그랬듯이 요셉은 자신의 눈앞으로 어두운 막이 내려지는 걸 묵묵히 바라보았다. 어둠은 한순간에 왔고 모든 걸 차단했다.  (254페이지)

 

 

은희경 작가의 글은 『소년을 위로해줘』를 읽었는데 그 책의 느낌과는 전혀 다른 글이었다.

상당히 냉소적이고 차가운 글이었다. 작가의 소질이 없는 제자에게 하는 말들과 마음속에 있는 말들도 그렇고 제자 또한 스승을 이용하려는 생각으로 오랜만에 연락을 하는 것들이 그랬다. 오랜만에 만난 스승과 제자. 그들은 같이 태연하게 술을 마시면서 마음속엔 독을 품고 있는 것 같았다. 사람을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이 그랬다. 서로에게 질려하면서도 태연한 삶을 사는 것. 우리의 좋지 않는 모습의 한 단면을 보는 것처럼 조금은 씁쓸했다.

 

 

사람에게서 매혹을 느꼈고 살아가면서 그 매혹이 영원할 것 같지만 우리에게 그 매혹이라는 것은 순간의 느낌일지도 모르겠다. 한동안 매혹을 느끼고 그 매혹때문에 만남을 계속하지만 비슷한 삶을 살면서 그 매혹이라는 것을 언제 느꼈는지 생각하지도 못한 것이 되어 버린다. 순간의 그 찰나 같은 시간들이 우리에게 태연한 인생을 살게 하고 또다른 매혹을 찾아 다니는 것인것 같다. 그들의 발걸음들이 가벼워지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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