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 발라드 제4번
로베르토 코트로네오 지음, 최자윤 옮김 / 북캐슬 / 201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쇼팽 하면 생각나는 음악이 '녹턴'과 ' 즉흥환상곡', 그 다음에 비오는 날에 외출후 집에 돌아오지 않는 연인 조르주 상드를 기다리다가 빗방울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만든 곡인 '빗방울 전주곡'이 떠오른다. 그리고 평생의 연인 조르주 상드와의 사랑. 기억하기에 쇼팽의 말년까지 조르주 상드와 연인이었을거라 생각이 되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약간 다른 사실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쇼팽과 조르주 상드와의 인연이 어느 시점에서 멈추었는지.

 

 

이 책은 쇼팽의 발라드 제4번에 관한 이야기와 피아니스트 거장 베네데티 미켈란젤리를 떠올리게 하는 화자인 '나' 마에스트로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화자인 마에스트로는 이탈리아 태생으로 파리에서 활동하다가 스위스에서 은둔하고 있다. 어느 날 자신을 미행한 듯 보이는 러시아에서 망명한 이가 쇼팽의 발라드 제4번의 자필 악보를 가지고 있으며, 그것을 꼭 마에스트로에게 주고 싶다고 말한다. 쇼팽의 발라드 제4번은 종결부가 자신과 맞지 않아 늘 의문이 들었었던 곡이었다. 그 곡은 '발라드 제4번 바단조 작품번호 52번'의 또 다른 종결부로 쇼팽이 마지막으로 사랑한 연인을 위해 만든 곡이었다. 그럼 누구에게 이 자필 악보를 남겨쓸까. 쇼팽은 조르주 상드와 딸인 솔랑주 클레쟁제르에게 남긴 악보로 솔랑주는 마지막까지 그것을 보관하고 있었다. 결핵에 걸린 쇼팽이 조르주 상드에게 버림받고 마지막을 지킨 연인은 당연히 조르주 상드일 줄 알았지만 조르주 상드가 아닌 제인 스털링이라는 부인이었다.

 

 

기호에는 절대 우연한 상황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 극심한 과로 끝에, 혹은 천식에 의한 발작으로 생긴것이 아니다. 기호는 하나의 의도이자 또 하나의 의지이다. 그것뿐이 아니다. 그것은 단순한 음표를 뛰어 넘어 위대한 작곡가의 의지를 표명하기 위한 강고한 의지가 내포되어 있는 것이자, 사랑을 고백해본 적 없는 여자에게 악보를 헌정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여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를 덧붙여야만 했던 그의 마음이 드러난 것이었다.  (232페이지)

 

   

'나'는 쇼팽의 발라드 제4번을 대하면서 자신의 젊은 날의 불완전한 삶을 뒤돌아본다.

조르주 상드의 딸과 같은 이름을 가진 솔랑주를 만나 함께 했던 이야기는 왠지 발라드 제4번과 자신과의 인연이 깊다는 걸 알수 있었다. 또한 쇼팽과 조르주 상드와의 관계, 쇼팽과 솔랑주와의 관계, 자신과 솔랑주와의 관계, 또한 자신의 어머니와 숙부와의 모든 관계들이 서로 얽혀있는듯 느껴졌다. 나이가 들어 젊은 날의 자신을 반추하는 모습은 왠지 우리들의 미래의 모습이기도 하다. 죽음을 앞에 둔 노장의 피아니스트. 그는 쇼팽의 발라드 제4번 자필 악보를 만나면서 자신의 삶에 스쳐갔던 소녀인 쇼팽의 솔랑주와 이름이 같은 솔랑주를 추억한다. 마치 운명처럼 엮어진 듯 그렇게.

 

 

희미한 불협화음만이 내게 병들어버린 영혼 속에서 자유를 찾게 해주었다. 긴 세월 동안 뒤틀리고 엉킨 우연의 운명 속에서 그것만이 나를 해방시켜준 것이다.  (348페이지) 

 

 

우리는 모두 불완전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피아노의 '파'음이 잘 나오지 않아 부른 조율사가 말한 것처럼 불완전한 삶에서 우리는 완전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꿈을 꾸고 있다. 완전한 삶을 향한 열망과 그 열망으로 인한 일종의 자유를 누리고 있는 것을 아주 나중에야 느꼈던 이 글의 마에스트로처럼. 우리 또한 세상 속의 불협화음이 아니던가. 화음을 맞추어 나가고자 하는 열망을 가지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으니까. 죽음을 앞에 둔 나이라면 불협화음과 불완전함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그래서 진정한 자유로움을 느낄수 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