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런 코벤의 스릴러 소설을 읽다보면 사람을 죽인자를 추리해가는 과정이라기 보다는 가족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많이 다루고 있다. 다른 추리소설 같으면 밤에 읽기 무섭다거나 그러는 편인데 할런 코벤의 추리소설은 그렇지 않다. 그가 책 속에서 말하는 내용을 읽다보면 고개를 끄덕일만한 소재가 많다. 일단 우리 가정은 안전한가에 대한 생각을 먼저하곤 한다. 더불어 우리집 아이들도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유심히 관찰해지곤 한다. 청소년 아이들에 관해서는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된다. 이 내용 또한 청소년 아이들과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이런 게 할런 코벤식 스릴러구나 싶다.
이번 작품에서도 『아들의 방』처럼 청소년 아이를 둔 부모가 아이에 대한 걱정을 하는 내용이 나온다. 역시 부모로서 많은 부분을 공감하게 하는 내용이다. 십대의 고등학생을 아들을 둔 방송국 리포터인 웬디는 소아성애자인듯 보이는 댄을 현장에서 잡았다.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는 마샤와 테드, 마샤는 어젯밤 피고해서 일찍 잠들었고 큰딸 헤일리의 방문을 열었지만 자고 일어난 흔적도 없을뿐더러 헤일리도 보이지 않는다. 이혼한 아내 제나와도 친하게 지내고 빈민가의 아이들로 이루어진 농구팀을 지도하고 있으며, 빈민가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댄은 자신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전화를 받고 그 아이를 향해 달려가지만 그 아이의 집 빨간 대문앞에서 망설이게 된다. 빨간 문을 열면 자기의 인생이 끝날 것만 같은 기분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결국 그 문을 열게 되었고, 그에게는 방송으로 인해 소아성애자라는 낙인이 찍혀 있었다.
댄의 사건을 잠입 취재하게 되었지만 방송국에서는 해고를 당하고 댄에 대한 옳지 않는 일을 했다는, 그가 소아성애자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육감을 떨쳐 버릴수 없는 웬디는 나름대로 조사를 하고 있었다. 그와 관련된 사람들을 조사하면서 새로운 사실들을 알아내고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전체적으로 보면 웬디가 이끌어가는 느낌이 강하다. 아들을 걱정하고, 아들의 학교에 다니는 헤일리와 헤일리의 부모들을 만나 취재하고, 또한 댄이 다녔던 프린스턴 대학교의 기숙사 친구들에 대해 끊임없이 궁금해하고 그들을 만나 진실을 알아가고자 하는 면들이 돋보였다.
부모는 아이들의 모습을 다 알 수는 없는 모양이다.
아이들이 부모에게 보이는 모습, 학교에서 선생님들에게 보이는 모습, 친구들과의 모습이 다 제각각이라더니, 이런 말들이 와닿는 부분들이 많았다. 아이들의 모습을 어느 정도 걸러 봐야 하는가 보다. 내 아이들이 다른 아이들보다는 착하게 보이지만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것. 순간의 잘못된 생각으로 인해 일이 어떤식으로 흘러갈 수 있는지도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아이가 사라짐으로 인해 누구를 믿어야 할지, 친구의 순간의 잘못된 생각으로 나에게 일어설 수 없는 일이 발생했을때 그 친구를 용서할 수 있는지 우리에게 질문을 준 내용이었다.
피가 난무하지도 않고, 죽은 사람이 많지도 않으며 왠지 희망의 빛을 알려주는 할런 코벤식 스릴러가 점점 좋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