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랜드 대모험 - 2012 제6회 블루픽션상 수상작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69
이진 지음 / 비룡소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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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바이킹을 타던 때가 어렴풋이 떠오른다.

시골에서 자랐기 때문에 말로만 듣던 바이킹을 처음 본 것도 십대 후반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아니면 막 스무살을 넘겼을 때 일수도 있고. 그저 신기했다. 하늘 높이 올라갔을때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소리를 마구 지르고, 높은 곳에서 아래쪽으로 내려올때는 심장이 뚝 떨어지는 줄만 알았던 그 기억들. 겁이 많기 때문에 한동안 멀리하다가도, 다시는 타지 않는다고 해놓고도, 또 다시 그 아찔함을 느껴보고 싶어 자꾸자꾸 타고 싶었었다. 또한 청룡열차도 마찬가지였다. 청룡열차를 타고 하늘을 질주하는 것 같았던 느낌들. 생경하면서도 짜릿한 즐거움을 주었던 놀이공원이 연인들의 함께 해보고 싶은 데이트 코스라고도 했었다.  

 

 

이제는 그런 아찔함과 짜릿함을 느끼는 것도 싫증이 났나.

아니면 아직도 두려운 것인가. 이제는 아이들과 놀이공원 가본지도 오래됐다. 자유이용권을 끊어 아이들 만을 보내거나 따라다니는 것도 안한지가 꽤 된것 같다. 이런 내게 처음 놀이공원을 갔을 때의 설레임과 흥분을 안겨주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책을 읽게 되었다. 현재 청소년들의 이야기가 아닌 1980년대의 청소년의 이야기이다. 그것도 그 시절을 겪어 본 작가가 아닌, 그 시절에 태어난 작가가 이 글을 썼다는 게 놀라웠다. 

 

 

공부라곤 뒷전이고, 잘 사는 같은 반의 부반장의 집에 쳐들어가 만화책을 보기도 하고, 게임을 하기도 하며, 매일 친구들과 어울려다니며 놀기를 좋아하는 중학교 3학년의 최승협.

승협에겐 이곳 저곳의 공장을 옮겨다니며 투쟁을 하는 부모가 있고, 어렸을때부터 심장병을 앓아 다니던 학교도 국민학교 5학년때 포기하고, 학교를 다녔으면 중학교 1학년이었을 여동생 최은경은 똑똑한 머리로 초등학교 자격도 검정고시로 쉽게 따버렸고, 지금은 중학교 졸업 자격을 위한 검정고시를 앞에 두고 공부를 하고 있다. 가난 때문에 돈이 없어 심장 수술도 하지 못하고, 엄마는 그런 여동생이 불쌍해 머리가 벗겨진 대통령의 부인이 하는 심장재단에 자주 편지를 쓰고 있다. 돈이 없는 사람을 위해 심장수술을 공짜로 해줬다는 소리를 동네 누군가에게 듣고부터였다. 벌집같은 주택들 사이 방 한 칸이 고작인 자신들의 살림엔 심장수술을 해줄 형편이 도저히 안되었기에 어떻게라도 무료로 은경을 살리고 싶어서였다.

 

 

 

 

이런 승협에게 "동양 최고 테마파크 <원더랜드> 완공 초읽기" 라는 광고를 스포츠 신문에서 본 뒤부터 학교의 반 아이들과 승협은 설레기 시작한다. 하지만 도저히 갈 형편이 되지 않았던 승협은 공짜로 들어갈 수 입장권이 있다는 걸 알게 되고 거길 가기 위한 방법을 찾는다. 부반장 집에서 가에로 빌려운 보물섬이라는 잡지에 응모해 입장권을 타게 되었다. 드디어 원더랜드 개장 날, 입장권을 가지고 원더랜드에 도착한 승협은 당첨된 35명과 함께 커다란 상품이 걸려있다는 말에 그 상품을 타고자 1등을 하고 싶다. 원더랜드를 탐험하게 된 승협은 피부가 까무잡잡하고 옷엔 땟국물이 흐르는 35번 번호를 가진 여자애를 챙겨주기도 하며 경기를 한다.

 

 

1980년대의 경제 상황과 집권한 사람을 향한 분개와 함께 그 시절의 청소년인 승협이 하고 싶은 것, 누리고 싶은 것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또한 사춘기 소년답게 여자애를 보며 조금은 마음이 설레이기도 하는 감정을 나타내며 전체적으로는 원더랜드에서의 모험을 담았다. 꿈과 환상의 모든 곳 원더랜드는 과연 승협이 꿈꾸었던 곳인가를 우리에게 묻는다. 하늘을 향해 나아가는 짜릿함과 하늘 아래에서 떨어지는 아찔함이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삶엔 하늘과 땅만 있지 않다는 것을 알려준다. 승협이 꿈꾸었던 이상향과도 같은 원더랜드는 어른들의 욕망이기도 했다. 그곳에서 상품을 타겠다는 1등을 향한 일념으로 경기를 하는 승협의 모습은 어른들이 살아왔던, 아이들이 살아가야할 세상이기도 하다는 걸 말해주고 있다. 소음이 다 들리는 다닥다닥 붙어 있는 이웃집들속에서 원더랜드를 향해 집 밖을 나서지만 결국엔 원더랜드도 별거아니었다는 것을 느낀 승협을 보며 조금쯤은 안도했다.

 

 

그 시절을 겪어온 어른들이 읽으면 많은 부분을 공감할 수 있겠고 그 시절을 겪은 부모들을 청소년 아이들은 조금쯤은 이해할 수 있겠다. 부모도 아이들도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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