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달리다
심윤경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심윤경 작가의 책을 처음 만났다.

 

 

서른아홉 살의 여자, 김혜나.

아빠가 엄마와 가족들을 버리고, 아니 혜나를 버리고 큰 오빠보다도 두 살 젊은 여자를 따라 도망가 버렸을때 아빠의 신용카드만 믿고 돈을 펑펑 써대다가 이제 돈 한 푼 없게 생겼다. 취직을 해야 할 판. 순진한 공대생 남편인 윤과장의 봉급이 들어오는 족족 카드 빚에 다 빠져버리고 망할 놈의 작은 오빠 빚 처리에 돈 한 푼 없다. 그런 혜나는 작은 오빠의 빨간 컨버터블에서 와인을 마시며 서울의 도심을 질주하고 있다. 성민이 지방으로 발령나는 날, 지방으로 가기 싫어 직장을 다니겠다는 말이 사실이 되어 진짜 직장이란델 나가게 되었다. 작은 오빠 학원의 학교 서클 선배 정욱연의 산부인과 보육실이다. 산부인과 의사인 그는 목소리가 아주 좋다. 그의 병원을 다니는 산모들은 모두 그를 교주 보듯 그를 좋아한다. 모두에게 친절한 그에게 혜나는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온통 그의 생각뿐. 아무리 남편과는 잠을 잔 횟수보다도 하이파이브 하는 횟수가 더 많았더라도 그 욱연의 모든 것들에 속절없이 사랑이 마구 달리고 있었다. 마치 부나비처럼. 마하 39의 속도로 욱연을 향해 달리기 하고 있었다. 그녀가 달리는 속도만큼 책을 읽는 나도 달리고 있었다.

 

 

트럭 운전사를 하다  손에 대는 족족 돈을 버는 아빠,  혜나 생일날이면 회사에 휴가를 내고 집에서 한복을 입고 덩실덩실 춤을 추었던 아빠와 이화여대를 나온 로맨티스트인 아름다운 엄마. 엄마는 아빠가 젊은 여자와 살겠다고 나가버려도 재산분할소송 같은건 하지도 않았다. 돈 밖에 모르는 큰오빠 철원 부부, 사업을 하겠다고 나선 것마다 부도를 내 몇십억의 빚이 있지만 일억원짜리 컨버터블을 타고 다니는 철없는 작은 오빠 학원이 있다. 이들이 혜나의 가족구성원이다. 이런 가족들 틈에서 혜나도 누구못지 않게 제 마음대로 살아왔다. 돈을 펑펑 써대고 제 마음대로 행동하는 어린아이 같은 혜나. 철없기만한 혜나가 점점 사람이 되어가는 이야기랄까.

 

 

『사랑이 달리다』에 나오는 인물들은 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한마디로 미친 사람들이 많다. '이런 미친 놈' 하면서 읽어도 미워할 수 없는 인물들이었다. 오히려 말만 앞세우는 이들을 보며 나는 꽤 유쾌해했다. 돈에 눈이 멀어 어떻게 하면 엄마의 재산을 자기 명의로 돌려놓을까 고민하는 큰 오빠의 모습도 요즘의 우리들의 단편적인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또 아이의 교육을 위해, 누구에게도 지기 싫어하는 큰 올케의 욕심, 미술학원을 하면서 하는 사업마다 망해 빚더미에 앉은 남편을 버리지 못하고 잘 되겠지 하고 집안에서 유일하게 반듯한, 교육에 아이를 위한다는 작은 올케에서도 우리들의 단편적인 모습이 보였다. 돈때문에 가족들까지 팔 정도로 파렴치해 보여도 밉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특히 혜나를 공주님이라고 부를 정도로 여동생 사랑이 극진한 작은 오빠 학원은. 물론 혜나가 욱연때문에 계속 달리고 있느라 성민에게 아픔을 주니 성민은 좀 안됐더라.

 

  

이렇게 모든 것이 엉망일 땐,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거죠? (203페이지 중에서)

 

 

 

욱연이 웃기만 하면 머릿속이 하애질 정도로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하는 혜나는 우리가 보는 불륜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소설속이니까, 더군다나 혜나와 남편 성민의 밤마다 하는 하이파이브 때문에도 혜나를 미워하지만은 못하겠더라. 속절없이 빠져드는데 방법이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서른아홉, 내가 그 나이였다면 나는 혜나처럼 행동할까?  쓰나미에 휩쓸린것처럼, 몸부림을 친다고 해도 아무 의미 없는 것이 되어 버리고, 다른건 어떻게 되어도 아무것도 아무 상관이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사랑이 나타났다면. 혜나 엄마 임현명 여사처럼 로맨티스트인 나도 어쩌면 혜나처럼 사랑을 향해 죽자고 달리고 있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