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파라솔 아래에서
모리 에토 지음, 권남희 옮김 / 까멜레옹(비룡소)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나오키 수상작인 소설 『바람에 휘날리는 비닐 시트』로 모리 에토를 만나게 되었다.

굉장한 울림과 가슴떨림을 주었기에 그의 작품들을 더 읽어보고 싶다가 이번에 읽게 되었다.

까멜레옹에서 나온 책을 몇 권 읽어서 당연히 청소년 소설일줄 알았다. 하지만 책의 처음 부분에서부터 불감증인 여자 주인공의 성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나도 몰래 이거 청소년 소설 아니었나 생각했다. 아버지의 1주기에 모인 가족들. 이들의 진정한 화해를 다룬 작품이다.

 

 

불감증 때문에 고민하는 노노는 이 모든 것이 다 아버지 때문인 것 같다.

자신이 불감증이 된 이유도 아버지가 어렸을 적부터 모든 걸 통제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버지는 언젠가 담임 선생님이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학교로 찾아가 여자 선생님이 담임인 반으로 바꿔달라고 하기까지 했고, 조그만 인형이나 색깔이 야하다는 이유로 물건을 아예 가지고 다니지 못하게 뺏어버리는 병적으로 엄격한 분이었다. 그게 너무나도 힘들어 스무살이 되자마자 집에서 나왔다. 스물다섯 살의 노노는 아버지 일주기를 위해 모이자는 여동생의 말을 듣고 오랜만에 집으로 갔다. 연애를 혐오하는 여동생 하나와 이 여자 저 여자 전전하는 오빠 가스가 역시 아빠의 그늘에서 다 벗어나고자 하는 몸부림이었을 것이다. 

 

 

그런 아버지에게 애인이 있었다 한다. 도저히 상상이 안되고 이해가 안된다. 그렇게 세남매에게는 엄격한 아버지였으면서 애인이 있었다하니 너무 놀랍다. 세 남매는 아버지의 애인이었던 여자를 만나며 아버지의 발자취를 더듬으며 아버지를 이해하기 위한 여행을 하게 된다. 이들이 아버지의 진짜 모습 찾기 여행에서 아버지에 대해 알아가는 중에 점점 성장해 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 또한 몇 년 만에 진정한 가족애를 알게 된다.

 

 

 

 

아주 평범하고 일상적인 이야기를 다루었는데도 모리 에토의 작품은 왠지 따스하다.

가볍게 느껴지는 소설이지만 묵직한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이야기 솜씨가 뛰어나다. 어느 순간 우리들은 모리 에토가 인도하는 세 남매의 이야기, 가족에 대한 화해를 지켜보고 있다. 같은 발길을 따라 여행하는 것이다. 우리가 바라보는 면이 꼭 진짜가 아니라는 것. 숨어 있는 그 마음속에서 우리는 그 사람의 진심을 발견하기도 하고 거부하면서도 마음속으로 화해를 하게 된다. 

 

 

『바람에 휘날리는 비닐 시트』에서 인간의 연민에 대한 글을 보고는 모리 에토의 생각들이 참 마음에 들었다. 따뜻한 글을 쓰는 사람. 읽는 사람으로하여금 가슴뭉클함을 느끼게 하는 작가라 여겨졌었다. 이 작품 또한 점점 개인주의로 변해가는 우리나라의 가족의 모습들도 살펴 볼 수 있다. 한 집에 살되 제각각인 사람들. 누군가를 잃어보고 나서야 우리는 하나가 되는 것처럼 책 속의 가족들도 아버지의 진짜 모습을 알게 되면서 그제야 이해를 하는 것 같다. 모리 에토는 성인 소설 보다는 아동 문학을 주로 쓴 것 같다. 인간을 바라보는 그런 연민들이 아동 문학에서도 나타날 것 같아 책을 찾아 읽어보고 싶다. 언젠가 파라솔 아래에 앉아 노노가 가족과 함께 맥주를 마실때 나도 슬며시 끼어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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