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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1 -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 착수 ㅣ 미생 1
윤태호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만화를 한참 보던 때가 있었다.
아마도 중학교 다닐때 만화방에서 살다시피 했었던것 같다. 처음엔 명랑만화를 많이 봤고 나중엔 순정만화에 푹 빠져 있었다. 그러고는 만화는 뜸했다. 깨알같이 쓰여진 책들이 더 좋았기 때문이었다. 요즘엔 인터넷에서 볼수 있는 웹툰을 많이 보는 것 같다. 아들녀석 또한 자주 들여다 보고 있다. 재작년에 역시 다음에서 최고의 인기작인 웹툰 '이끼'가 영화로 개봉되어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만화를 좋아하는 구나 하고 여겼다. '이끼'라는 영화를 재미있게 봐서 이끼의 원작자 '윤태호'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의 야심작인 『미생』이 나왔다. 여전히 다음에서 인기가 많은 작가인것 같았다. 처음 책을 받아들었을때 하도 오랜만에 보는 만화라 그런지 처음엔 적응이 잘 되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에 바둑을 두었던 한 남자의 회사 생활 이야기에 푹 빠져버렸다.
바둑에서는 두 집을 만들어야 ‘완생完生’이라고 하고 두 집을 만들기 전은 모두 ‘미생未生’ 즉, 아직 완전히 살지 못한 말, 상대로부터 공격받을 여지가 있는 말이다. 그래서 부제도 '아직 살아있지 못한 자' 라고 나온다. 열한 살에 한국기원 연구생으로 들어가 7년을 바둑 밖에 모르던 삶을 살다가 입단을 하지 못하고 결국엔 사회에 나와 사회 초년생이 되어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장그래의 이야기이다. 인턴 사원으로 입사해 모든 것에 어리숙하게 보이지만 하나하나 사회를 배워가고 있다. 자신이 원하는 것에서는 바둑을 하면서 배웠던 것들을 기억하며 어느 누구에게도 지지않을 승부사 기질도 있다. 이 글의 주제는 '바둑밖에 몰랐던 청년이 새로운 삶을 시작하며 인생을 배우다' 라쯤 되겠다.
바둑과 접목한 만화 답게 책속에서는 일간지 바둑전문기자의 기보 해설이 나온다.
1988년 제1회 응씨배 세계바둑선수권 대회에서 중국의 최강자 녜웨이핑 9단과 조훈현 9단의 마지막 최종국(5국) 대결이 각 수 별로 장 역할을 하며 우리를 바둑의 세계로 인도한다. 솔직히 기보 해설을 읽어도 잘 이해가 안되는 점들이 많았다. 바둑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보면 더욱 흥미로울 기보 해설이었다. 각 수마다 기보 해설이 있고 내용이 전개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미생』1권과 2권에서는 바둑을 하면서 알았던 사람으로부터 소개를 받고 인턴사원으로 들어가 영업 3팀에서 업무를 시작하게 된 이야기가 전개된다. 영업 3팀에서 늘 충혈된 눈으로 다녀서인지 만화에서도 눈이 빨갛게 나오는 오과장을 비롯해 많은 업무를 알려주는 배려심이 많은 김대리 그리고 같은 인턴 사원인 무슨 일이든 확실하게 해낼것같은 안영이, 장백기, 사무직 보다는 현장 영업을 좋아하는 한석율 등이 있다. 인턴 사원들은 속한 팀에서 업무를 배우면서도 입사 P.T 시험을 준비해야 한다. 두 명이서 한 조를 만들어 하는 P.T와 개인 P.T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이들 인턴 사원들은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자기만의 P.T 시험 준비를 해야 했다.
바둑에서 인생을 배우듯이 만화 『미생』을 보면서 세일즈 맨들의 애환을 볼 수 있었다.
누구에게나 완벽한 인생이란 없다고 본다. 새벽같이 기보책을 보며 바둑돌을 놓아보던 장그래는 입단을 하지도 못했다. 바둑이 인생의 전부였지만 다른 삶을 살아야 했던 장그래는 앞으로도 많이 배워가며 때로는 힘들어 할 것이다. 사회 생활을 하는 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부분이 많을 것 같다. 그리고 나만 힘든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을 것이다. 『미생』을 보는 많은 세일즈맨들이 바로 내 이야기야 하지 않을까? 다음 편들이 몹시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