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명탐정의 아들 ㅣ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63
최상희 지음 / 비룡소 / 2012년 6월
평점 :
우리 어렸을적엔 자살같은 것 꿈도 꾸지 않았다.
요즘 아이들은 삶이 너무나 힘든지 자꾸 자살을 꿈꾸나 보다. 먹고 살기가 쉬워진 만큼 아이들에게 원하는 것이 많기 때문에 아이들은 수많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것 같다. 학교 성적과 친구들과의 관계는 더 각박해지고 이기적인 아이들이 되어가는 것 같다. 어린 시절의 우리는 이 정도까지 심하지는 않았던것 같다. 우리도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왕따도 있었지만 이렇게 심각한 정도는 아니었고 몇일이 지나면 다시 사이좋게 지내기도 했었다.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아이들.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렇게 극단적인 생각을 했을까. 마음을 잘 다스리지 못해 마음속의 병을 그렇게 키우고 있는 아이들. 이 모든 것들이 공부하느라 마음껏 뛰어 놀지 못해서 생기는 건 아닐지. 놀이터에서는 같이 놀 친구들을 만날 수 없고, 학원엘 가야 친구를 만날 수 있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그냥, 컬링』의 최상희 작가가 새 책을 냈다.
그 책에서의 웃음 코드 때문에 쌓인 스트레스를 풀 수 있어서 이번에도 기대를 했다. 웃을 일 없는 요즘에 책에서나마 마음껏 웃어보자. 하지만 책 내용은 생각보다 우울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아이들의 왕따, 왕따로 인한 자살을 말하는 글이었다. 왜 이런 일들이 자꾸 일어나는 걸까. 아이들의 마음은 왜 이렇게 피폐해지는 걸까. 아무리 사춘기를 앓고 있다고 해도 이 정도 까지 아이들을 괴롭힐 수 있단 말인가.
추리소설을 너무 좋아해 '명탐정 고명달 사무소'를 낸 철없는 아빠 때문에 졸지에 명탐정의 아들이 된 소년 고기왕. 소위 명탐정이라는 아빠가 하는 일이라곤 거의 잃어버린 고양이를 찾아달라는 일들 뿐이다. 고양이를 찾아 준 인연덕에 다시 사건 의뢰를 받았다. 바로 오유리 라는 아이의 행운의 열쇠에 관한 사건 의뢰였다. 한 달 월세 내기도 빠듯하다는 걸 안 소년 고기왕은 아빠와 함께 사건 의뢰를 맡는다. 그저그런 사건이려니 했지만 기왕이 조사하는 와중에 오유리가 옥상에서 뛰어내리고 오유리 반 아이들을 만나자 반 아이들의 진실이 하나하나 드러나게 된다. 아이들은 자살하기 전에 몇번이나 살고 싶다는 신호를 보낸다고 한다. 곁에 있는 친구들, 가족들에게도 수없이 신호를 보내지만 무심한 우리들은 그걸 깨닫지 못할 뿐. 내 아이들이 그러지 않는다고 어떻게 단언할 수 있을까.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 늘 불안하다.
일본의 애니메이션 '명탐정 코난'을 상당히 재미있게 보았었다.
오유리의 사건을 하나하나 파헤쳐가는 중학교 2학년생 기왕의 모습은 애니메이션 속 코난과도 좀 비슷해 보인다. 마치 애니메이션 속의 코난처럼 유리의 친구들을 만나고 만남 속에 숨은 말들을 찾아내는 기왕은 명탐정의 아들에서 점점 명탐정이 되어가는 것 같다.
사춘기 아이들의 왕따와 자살에 대한 아주 무거운 이야기를 다루었음에도 중간중간에 나오는 작가의 위트는 이 책에서도 빛을 발한다. 중학교 2학년인 아들에게 밥을 달라는 철없는 아빠의 모습에서도, 또한 집세의 살림 걱정을 아들에게 미루는 아빠의 말들은 우리를 우울한 글에서 잠시 쉬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어두운 내용임에도 우리를 너무 우울하지 않게 만드는 내용들에서 작가의 역량이 돋보인다. 주인공인 기왕이도 과거에 아픔이 있었지만 꿋꿋하게 이겨내지 않았던가. 아이들 스스로도 가족들에게, 친구들에게 손을 내밀줄 알아야 하겠고, 누군가의 손내밈을 너무 늦지 않게 알아채야 할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하겠다는 걸. 아이들게도 말하고 싶다. 내가 그 대상자가 될수도 있다는 걸 잊지 말아달라고. 그 아이들에게 따뜻한 말 한 마디 건네 달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