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영혼을 팔기에 좋은 날 - 곽세라 힐링노블
곽세라 지음 / 쌤앤파커스 / 2012년 6월
평점 :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
그냥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이지만 굉장히 가까운 친구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겨우 몇 시간, 몇 일 인데도 스스럼없이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고 친해질 수 있는 것. 여행지라서 가능한 게 아닐까 싶다. 마음이 한없이 여유로우면서도 진한 외로움이 느껴지는 게 여행이 아닐까 싶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과 몇 십년 인연을 이어가기도 하는 것처럼 우리는 여행할 때 모든 마음의 문을 여는 것 같다. 이 책은 어딘가를 여행하는 기분이 들게 했다. 한없이 외로운 사람, 또 한없이 여유로운 마음을 가진 사람. 그들이 있는 여행지.
책의 제목을 중요시 하는 편인데 이 책의 제목은 마음속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영혼을 팔기에 좋은 날』이라니, 영혼을 팔기도 하는 것일까. 영혼은 우리 마음속 저 깊은 심연에 자리할텐데 그걸 어찌 판다는 말일까. 그런 의문을 가지고 책을 펴 읽기 시작하는데 이런 말이 있었다.
우리는 스스로의 영혼을 하루에 0.35밀리미터씩 밖으로 밀어내면서 살아가는 존재들이야. 영혼에 새겨진 모든 걸 끌어안고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없어. 슬픔이든, 악몽이든, 기쁨이나 추억 같은 것들도 너무 무거워지면 인간을 짓눌러버리거든. 어쩔 수 없이 하루에 그만큼씩은 자신을 머리카락에 적셔서 밀어내야 해. (29페이지 중에서)
아,, 이런 말이 있었구나. 우리는 영혼을 조금씩 그렇게 밀어내며 살고 있나보다. 저 깊은 심연에 자리잡고 있다가 우리가 죽으면 나오는 게 아니었나 보다. 하루에 그렇게 조금씩 밀어내고 있었나 하며 생각하게 되었다.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던 류가 달이라는 극단에 있다가 뮤토(변화, 변하는 존재라는 뜻의 라틴어)가 되어 그 사람의 깊은 기억속에 들어가 그 사람을 어루만져주는 플레이를 한다는 내용을 다룬 「영혼을 팔기에 좋은 날」.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고 그 사람이 부재했을때 느끼는 상실감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천사의 가루」. 이 두 중편소설을 묶어 낸 글이다.
작가가 여기저기 여행을 하고 다양한 삶을 산다고 했던가.
일본과 한국을 오가는 생활을 하는 두 작품속 주인공들의 이야기들이 공기 속을 부유하는 느낌이 들었다. 작품속 주인공들이 여기저기 떠돌며 누군가를 치유하며 자신도 치유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내 감정까지도 여기저기 부유하고 있었다.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떠도는 사람들처럼.
산다는 것은 여행지에 있는 것과도 같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지고 또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 뮤토에게 내 슬픈 기억들을 치유받고 또 상대방에게 때로는 위로를 건네줄 수도 있는 것. 따뜻한 말 한 마디에 울음을 터트릴수도 있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