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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바로 누와르!
나서영 지음 / 심심 / 2012년 4월
평점 :
품절
사무실 근처에 동네 빵집이 있었다. 직원들 간식 살 때 가끔씩 이용했었다.
자주 이용하니 몇개 더 얹어 주시기도 하고 그래서 다니던 곳인데 언젠가 빵을 사러 갔더니 가게가 문을 닫아 버렸다. 걸어서 5분 거리였는데 없어져버리니 아쉽다. 빵을 사러 가려면 저 아랫 동네에 까지 내려가야 해서 불편했다. 맛이 없는 것도 아니고 왜 가게 문을 닫았을까. 그렇게 생각했지만 요즘엔 빵집도 프랜차이즈 시대라 사람들이 거기에서 이용하는 바람에 장사가 안돼 문을 닫은 것이었다. 많은 동네 빵집들이 문을 닫았다. 그대신에 프랜차이즈 빵집은 성황을 이룬다. 요즘엔 커피나 음료까지 같이 판매하는 바람에 더욱 그렇다. 어디 빵집 뿐이랴. 슈퍼도 마찬가지다. 전에는 슈퍼가 꽤 많았다. 하지만 요즘엔 거의 찾아 볼수가 없다. 대형 마트가 곳곳에 생기는 바람에 설 자리가 없다. 싸고 좋은 제품이 많은 대형 마트로 사람들이 몰리는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야 싼 제품을 구입할수 있어서 좋지만 판매자 입장에서는 막막한 일이 되어버렸다. 일단 장사가 안되니 세를 감당할 수 없고 끝에는 폐업까지 해 버리는 것이다.
이 책은 이런 이야기 들을 담았다.
작은 도시 용주군의 시내. 이 곳에는 혜영빌딩이라고 3층 건물이 있는데 1층엔 형제 부동산, 2층엔 한우리회 사무실, 3층은 이권하가 사용하고 있다. 용주군의 군민이라면 혜영 빌딩의 '형제'와 '한우리회'를 모르면 간첩 취급을 받을 정도로 영향력이 있었다. 형제는 모두 여섯 명의 남자로 구성된 친목단체였고 한우리회원들은 서로의 가게를 이용하고 매출을 올려주었고 급전이 필요할때도 두말 없이 빌려주는 곳이었다. 이권하가 만들어낸 형제와 한우리회는 용주군에서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이런 와중에 심씨 형제중 심상만은 용주군의 발전에 기여하게 될 '용진 마트'를 내세워 군수가 된다. 용진 마트는 일자리 창출과 삶의 질 향상으로 용주군이 살기 좋은 도시로 탈바꿈할거라고 했다. 실제로 그렇게 되는 듯 했다. 하지만 거기에 도사리고 있는 문제점을 보지 못했다. 소상인들의 삶이었던 그 모든 것들이 용진 마트 때문에 어떻게 변해 가는가. 언론 매체에서나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문제점들이 이어진다.
자유 시장경제 체제에서 경쟁이 밀리면 죽게 되어 있습니다. 죽지 않으려면 더 발전하고 진보하면 됩니다. 경쟁에 밀려 낙오된 자들의 발악입니다. 촛불처럼 오래가지 못할 겁니다. (115페이지 중에서)
『이게 바로 누와르』라는 작품은 조폭들의 이야기인가 싶지만 자세히 속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시장 경제에 대해서, 대기업의 이기심과 불공정거래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공생하는 관계일 것 같은 갑과 을의 관계에서도 대기업은 하나도 손해를 보지 않고 횡포를 휘두르는 모습은 씁쓸하기까지 했다. 미래 저 너머의 것이 아닌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이기에. 우리들 또한 용주군의 주민들처럼 그렇게 하고 있고, 내 일이 아니라는 것에 너무 무관심하지 않았나 반성을 해본다. 더불어 살아가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가벼운 소설일것 같았는데 우리에게 여러가지 생각할 거리를 주었다. 내 소비 형태는 어떤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았다.
맨 뒷장 작가의 궁금증 열 가지에 대해서는 나도 궁금하단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