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든 당신
김하인 지음 / 느낌이있는책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동네에 50이 넘으신 여자 분이 계신다.

제대로 걷지 못하고 말도 어눌하고, 걷는것조차 불안해 보일 정도다. 그 분 곁에는 도우미 한 분이 계셨다. 휠체어에 밀고 시장도 보러 다니고 곁에서 많은 것을 챙겨주시는 듯한 분이었다. 그분 그냥 처음부터 그렇게 태어나신 줄 알았다. 장애인으로 태어나서 그렇게 힘들게 살아가시나보다 그랬다. 그런데 아는 분 한 분이 그러셨다. 원래 학교 선생님이셨다고. 교통사고를 당해 그렇게 된거라고. 교통사고가 나면 나는 다리 쪽만 불편하려니 했다. 하지만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그 여자분처럼 그렇게 될수도 있다는게 믿어지지 않았다. 벌써 십여 년이 지났다고 하는데 여자분의 남편이 참 대단하시다는 말씀을 하셨다. 직장생활하면서 십 년 넘게 아내를 챙기신다는 말씀이었다. 그리고 종종 길거리에서 아내 분을 휠체어에 태우고 산책이나 시장다니는 모습을 보았다. 사람이 한결 같기가 힘든 법인데 그 남편 분의 모습을 다시 보았다.

 

 

이 책을 읽는데 이상하게 그 분의 모습이 떠올랐다. 책의 주인공인 훤칠한 석민과 약간 까무잡잡한 그 남편 분의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난 솔직히 친정 엄마가 병원에 누워 계셔도 드시고 싶은 음식이나 돈은 좀 내드렸지만 수발을 잘 하지 못했다. 허리가 좋지 않아 간병을 이틀쯤 하고 오면 한의원을 몇일 다녀야 할 정도로 요통을 고질병처럼 안고 있다. 그래서 시부모님도 제발 건강하기만을 바라는 마음이다. 병간호 하는게 자신이 없어서다. 상황이 그렇게 되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과연 내가 이 상황에 처했다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

잠시 하는건 쉽지만 일 년이 넘게 병간호 할수 있을까? 의식도 없는 뇌사상태에 가까운 사람을. 이처럼 지극 정성으로 돌보는 석민이 참 대단했다. 더군다나 아내 선영의 뱃속에 아이까지 있었다. 이런 상황이 난감했다. 뇌사 상태에 빠져도 환자는 상대방이 하는 말을 다 들을수 있다는 말을 들었었다. 의학적으로 그처럼 누워있는 상태에서 아이가 자랄수 있다는 것이 믿을수 없었다. 아이가 무사히 자라고 있는 모습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선영이 입원해 있는 동안 직장도 휴직을 하고 지극 정성을 다해 아내를 돌보는 석민의 모습은 우리를 참 부끄럽게 만들고 있었다. 동네의 그 아저씨처럼.

 

 

김하인 작가의 이름을 유명하게 했던 작품『국화꽃 향기』를 기억한다.

그 작품을 영화화 한 <국화꽃 향기>라는 영화에서의 배우 장진영이 떠오르기도 한다. 영화에서처럼 암에 걸려 유명을 달리했던 배우. 너무 젋은 나이에 가서 많이도 우리를 안타까워했던 배우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 작품은 해피 앤딩을 다루었으나 『국화꽃 향기』와 비슷하게 느껴졌다. 같은 작가의 죽음을 다룬 비슷한 작품이라 그럴 것이다. 서정 소설이되 좀 밝은 내용의 소설이었으면 하고 바랬나보다.

 

 

선영과의 결혼을 허락 받으러 선영의 집에 갔을때 석민을 향한 선영 아버지의 당부 말씀을 기억하고 싶다.

 

나는 자네가 부자가 되기 위해 인생의 대부분을 숨차게 흘려보내는 것을 바라지 않네. 그저 하루하루 즐겁게, 그 하루가 삶의 마지막인 듯 애틋하고 살갑게 내 딸을 보듬어주면서 두 사람이 행복하게 살아주기를 진심으로 바라네. (66 페이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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