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은 속삭인다
타티아나 드 로즈네 지음, 권윤진 옮김 / 비채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결혼한지 얼마되지 않았을때 주택에 살다가 아파트로 이사한 첫 날,

신랑은 이삿짐만 정리하고 교육이 있어 인천으로 떠나고 만삭인 나 혼자서 잠든 밤에 꿈을 꾸었다. 밤새내내 묘지 속을 돌아다니는 꿈이었다. 무덤 속에서 누군가와 말하고 했던 게 지금도 생각이 날 정도로 너무도 선명한 꿈이었다. 그 다음 날 출근해서 꿈 이야기를 했더니 그 곳이 원래는 공동묘지 였다는 말을 했다. 그 소름끼침이라니. 내가 밤에 잠을 자고 있었던게 누군가의 무덤 위에서 자고 있었다는 것이 생각나 한동안 잠자는 게 힘들었었던 기억이 있었다. 원래도 약간 예민해 잠자리를 옮기면 쉽게 잠들지 못하는 성격이긴 하지만 말이다. 

 

벨디브 사건을 취재 하던중 남편의 가족이 살았던 집, 지금은 자신의 집이 벨디브 사건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어 그 유대인의 흔적을 쫓기 시작하는 줄리아의 이야기를 그린 작가의 작품 『사라의 열쇠』를 읽으며 작가를 알게 되었다.  작가는 어떤 공간에 간직한 비밀과 신비에 대해 관심이 많다고 한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사라의 열쇠』도 그렇고『벽은 속삭인다』도 어떤 공간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이혼한 40대의 파스칼린은 좁지만 아주 마음에 든 집을 발견했다. 이사한 첫 날, 어쩐지 속이 울렁거리고 어지러운 느낌이 든다. 피곤해서 그럴거라며 애써 참으며 잠을 자려고 하지만 잠을 이루지 못하고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다. 아침 출근 길에 아래층에 산 여자로부터 과거에 연쇄살인이 일어났던 곳이며, 자신의 방이 첫 번째 희생자인 안나의 방이란 사실을 알게 된다. 그뒤 파스칼린은 그곳 당브르 가에서 살수 없어 집을 나오게 되며 연쇄살인의 희생자들을 찾아다니게 된다. 모든 일에 정확했던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파스칼린은 점점 실수를 하게 되고 정신적으로도 피폐해 진다. 그리고 어렸을 적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을 엄마로부터 듣게 된다. 누구보다 공간이 주는 감각과 느낌에 예민한 파스칼린의 이야기이다.

 

『사라의 열쇠』의 모태가 된 작품이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연쇄살인범의 희생자들에게 장미 한 송이를 들고 찾아가는 파스칼린과 유대인 소녀 사라의 흔적을 찾아다니는 줄리아가 동일 인물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희생자들에 대한 안타까움, 열일곱에서 스무살 가량의 희생자들이 육개월 살다 죽은 자신의 딸처럼 느껴져 희생자들을 찾지 않고는 못 배긴, 그 희생자 들과 자신의 죽은 딸과 동일시되어 마음을 잡을 수 없었던 파스칼린의 안타까움이 나타나 있다.  

 

줄리아와 파스칼린의 생각을 빌어 작가는 아무 이유없이 희생당한 연쇄살인범들의 희생자들과 유대인 희생자 들을 추모하고 그들을 잊지 않기 위해 마음을 다해 글을 쓰고 있다. 우리 곁에서도 이러한 일들이 종종 일어나고 있다. 우리는 내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때는 가슴아파 했다가도 금방 잊어버리는데 작가는 이러한 일들을 잊지말자고 말한다. 이 작품을 먼저 읽고『사라의 열쇠』를 연계하여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심장이 사랑에 대한 기억을 간직하고 있듯이 공간도 그 시간들을 기억하고 있는가 보다. 앞으로 어떤 느낌이 생길 때 벽이 속삭이는 소리일까 귀 기울일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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