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를 떠올릴때면 늘 『노르웨이 숲』이나 『해변의 카프카』가 떠오른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책인데 왜 나는 여태 읽어보려고 하지 않았을까. 집의 책장에서 분명 그 제목의 책들을 보았고 또 가지고 있는 것도 있지만 이상하게 읽은 기억이 없다. 아마도 읽지 않았지 싶다. 내가 기억하는 그의 책은 겨우 『1Q84』 한 권 뿐. 이렇게 빈약할데가. 겨우 한 권 읽고 어찌 하루키를 안다고 할 수 있을까. 『1Q84』를 읽으며 하루키라는 작가 보통 사람이 아니구나. 이렇게 어마어마한 글을 쓰는 구나 하고 생각했을뿐. 그리고 그의 책을 좀더 읽어봐야지 해놓고도 여태 게으름을 피우고 있었다. 이번에 읽은 하루키의 『잡문집』은 하루키에 대한 모든 것이 담겨져 있는 책으로 그는 책 서문에서 이 책을 '설날의 복주머니'라고 표현했다. 알록달록한 색깔의 복주머니. 무엇이 나올지 몰라 기대하며 열어보고, 그 속에서 발견한 놀라운 물건, 그리고 감동을 느끼는 것 까지 이 책은 그의 말처럼 '설날의 복주머니'와도 닮았다. 내가 생각한 하루키는 글 잘쓰고 또한 책들이 많이 팔려 세계적으로 많이 알려진 작가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그의 책을 읽다보니 그는 음악에도 일가견이 있어 재즈를 너무 좋아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재즈를 너무 사랑해 재즈 카페까지 했다는 걸 알고 감성이 참 풍부한 작가구나 싶었다. 그리고 놀라운 건 다른 나라의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을 아주 여러 권 번역 작품을 냈다는 것도 또한 새로웠다. 그러한 부분을 읽으며 그가 번역한 작품은 어떤 느낌이 들까도 궁금했다. 그는 글을 쓸때,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장편 소설을 쓰고, 조금 쉰 후에 어느 작가의 작품을 즐겁게 번역한다고 했다. 작업을 할때 어느 한 작업을 시작하면 다른 작업은 마음속을 침잠하게하여 전혀 생각하지 않으며 또한 다른 작업을 할때 역시 그렇게 하며 새로운 마음으로 작업을 한다는 게 놀라웠다. 소설가 들의 글쓰기야 그만큼 고통의 시간을 견뎌 나오는 만큼 작가의 고통도 만만치 않을텐데도 하루키는 아주 즐거운 마음으로 작업을 하는 것 같다. 일본 작가이되 마음은 세계를 떠도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혼자 서툰 손놀림으로 '나만의 방'을 조금씩 만들어갔던 것입니다. 나는 그때 위대한 소설을 쓸 생각은 없었고(쓸 가능성도 없었고) 사람들은 감동시키는 글을 쓸 생각도 없었습니다. 그저 내 마음의 평안을 위한 편하고 기분 좋은 장소를 마련하고 싶었습니다. 나 자신을 구원하기 위해. 물론 그 방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편안하고 유쾌한 장소가 된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447페이지 중에서) 수상 소감이나 음악에 관한 것, 번역 하는 것과 번역되는 것, 본인의 미발표작인 짧은 글과 소설을 쓴다는 것에 대한 생각들을 엮어 낸 말 그대로 잡문집이다. 그는 잡문으로 표현했지만 잡문집을 읽은 나는 하루키에게로, 새로운 하루키를 알게 된 느낌이다. 그의 책을 읽을 때 음악과 함께 한 느낌이다. 재즈 음악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번 책 『잡문집』을 읽을때는 재즈 음악소리가 들렸다. 그가 좋아하는 음악과 그가 좋아하는 작가들의 작품에 열심히 띠지를 붙이고 그가 사랑한 작품도 꼭 읽어보리라 생각했다. 오히려 소설보다 마음에 더 들어왔던 책이었다. 그의 이런 일상적인 모습들을 대하고는 하루키가 다른 나라의 작가가 아닌 우리 곁에 있는 작가들처럼 가깝게 느껴진다. 그가 좋아진다. 그리고 그의 작품을 더 읽고 싶다.